만 하루 만에 완독하고 책을 내려놓는데 어깨가 뻐근하다.낮에 아이들과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고 낮잠까지 한숨 잔 데다가 책은 북 스탠드에 받쳐 읽었으니 자세나 운동 부족 때문은 아닌 듯하다. 읽는 내내 에너지 소모가 많았다.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상식의 악‘ 앞에서는 분노조차도 어깨에 멘 짐처럼 무거워지는 모양이다. 젊은 시절에 성폭력, 가정폭력 상담원으로 잠시 일한 경험이 있다. 처음과 중간을 생략하고 결과만 말하면 나는 거기서 도망쳤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다. 스트레스의 근원은 ‘절망감‘이었다. 이건 해결이 안 될 것 같아. 나는 지금 눈이 펑펑 내리는데 싸리빗자루로 지붕만 자꾸 쓸고 있는 거야. 집은 눈에 파묻혀 있는데. 아무리 쓸어도 그냥 파묻혀 있을 텐데. 그런 절망감이 들었다. 그래서 저자인 신박진영이 존경스러웠다. 어떻게 그 세월을 이겨내셨을까? 저자의 석사학위 논문을 다운로드 받아두었다. 스티그 라르손의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그 논문부터 읽어야겠다. 저자를 만날 기회가 생길 듯한데, 일이 잘 풀려서 꼭 만나뵐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