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 개정판
김지영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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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 테라스에 앉아 셀 수 없는 별을 세고 놓칠 수박에 없는 별똥별을 눈으로 좇다가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중략) 얼음물 한 잔에 수박 하나를 쪼개놓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노닥거렸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생기는 그늘을 찾아 어슬렁어슬렁. 그나마 가장 시원한 장소인 야외수영장에 발을 담그고 사하라의 노을을 바라보았다. 몇 걸음만 걸어나가면 사하라를 만날 수 있었다. 얼굴을 칭칭 감고 물 한 통 챙겨 나가는 사막 산책. 막상 해가 지기 시작하면 금방 어둠이 내렸다. 길을 잃기 전 숙소로 돌아오면 또 별이 쏟아져 내렸다. 단출한 하루였다.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여행의 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한껏 게으르고 나른한 하루가 부러워질 찰나에 창밖으로 눈을 돌려 겨우겨우 밤 하늘의 별 하나를 찾아낸다. 별 인지 인공위성인지 모를 일이지만 대한민국 도심 한복판에서 별을 찾아냈다는 게 꽤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밤이었다.

책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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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다정한 대만이라니 - 숨겨진 매력을 찾아 떠난 17번의 대만 여행, 그리고 사람 이야기
이수지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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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부가 혼자 버블티를 사러 간 적이 있다. 카드 한 장 들고 간 그 가게는 현금만 받는 곳이었다. 다시 돌아가 현금을 가져오려고 하니, 점원이 선물이라며 음료를 그냥 건네줬다고 한다. 아마도 외국인이라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형부는 내게 달려와 놀라움과 고마움이 뒤섞인 얼굴로 그 일화를 들려주었다. 곧이어 작은 상자에 든 펑리수를 집어 들고 다시 버블티 가게로 들어갔다. (중략)

그때 문득 내가 너무 많은 걸 자처했던 건 아닌가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말이 통하면 더 좋으리라는 믿음에 대부분의 일을 대신해 왔다. 하지만 자유여행의 진짜 묘미는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부딪히는 경험 속에 있다.

이토록 다정한 대만이라니

나도 가족과 해외로 여행을 하러 가면 대부분의 것들을 내가 책임 지곤 했다. 여행 준비에 필요한 모든 것부터 여행지에 가서 일어나는 모든 일까지 책임지다 보면 빠르면 여행 첫날 늦으면 여행 3일차에는 와르르 무너져 내려버렸다. 어느 순간부터는 어떤 여행이든 내가 여행을 하러 온 건지 일을 하러 온 건지 헷갈리곤 했다. 어디로 떠나도 사실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

여행이 일처럼 느껴진 이후로는 아이들 방학과 휴가철이 가장 괴로웠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더 이상 준비를 하지 않았다. 짐을 싸는 걸 제외하고는 그때그때 닥쳐서 해결하기로 했다.

길을 찾는 건 지도를 꽤 잘 보는 첫째에게 맡기고, 길을 가다가 식당을 고르는 건 늘 운이 좋은 둘째에게 맡겼더니 마음에 여유가 넘쳐났다.

그제야 내게 여행지의 풍경이 쏟아져들어왔다. 어딜 가든 가족들과 웃으면서 수다를 떨 수도 있었다.

함께 떠날 때는 같이 나눠지는 게 다 같이 행복해지는 방법이라는 걸 나도 여러 번의 경험으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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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좋은 점은 이렇게 또 다른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배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것인듯하다.

그나저나 여기 등장한 버블티와 펑리수가 너무너무 먹고 싶어졌다. 이따 버블티 사 먹으러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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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마음 - 내 아이의 수학 정서를 높이는 초등부모의 대화법
강미선 지음 / 푸른향기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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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공부를 가르친단 건 직업으로서 가르친다와는 결이 전혀 다른 일이었다.
그래서 이 책속의 한 문장이 깊게 남았다.
"학교 선생님은 한 학년만, 학원 선생님은 한두 과목만 가르치지만, 부모는 아이와 평생을 같이 합니다."
긴 레이스다.

이 책에서 부모의 유형과 아이의 유형을 나눠서 세세하게 설명해주는데 집에서 아이를 가르칠 마음이 있는 학부모라면 다른 부분보다 그 부분들 자세히 봐두면 마음가짐에 큰 도움이 될 듯 하다.
기술적인 부분들은 사실 요즘 워낙 다양한 컨텐츠가 있지만 공부를 가르쳐야 하는 사람의 마음은 다잡아도 계속 흐트러지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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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할매는 왜 다시 산티아고에 갔을까 - 두 번째 까미노, 포르투갈 길을 걷다
이윤 지음 / 푸른향기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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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여인이 걷는 산티아고에는 다른 글에서 느낄 수 없었던 진솔함과 따뜻함이 있었다. 마치 우리 엄마가 무더운 길을 걷는듯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응원하며 읽게 되었다.
산티아고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웃기고 슬픈, 때때로 짠한 모습들이 그냥 평범한 나와 내 주변 사람들 이야기 같아서 아주. 무척이나 많이 가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동안 산티아고 에세이를 읽으면서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산티아고에의 도전의식이 생기기도 했다.
제우스의 법이 떠오르던 구절은 읽으면서 웃음이 났다.
"우리는 지금 순례자도 아니야. 로마시대의 순례자는 기껏 샌들이나 신고 배낭은 커녕, 어깨에 두른 보자기에 먹을 것과 일용품을 무겁게 넣고 울퉁불퉁한 돌길을 걸었을 것 아냐?"
걷는 것이 어찌하여 기도가 되는지 알듯 말듯.
그래서 더더욱 산티아고가 마음에 쥐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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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둘, 맨땅에 헤딩하듯 전원생활
고다혜 지음 / 푸른향기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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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내고향의 통통튀는 리포터 VS 작은 시골마을 도로변의 도자공방에서 도자기를 굽는 도예가 이 두 사람이 모두 한 사람이라니?

대비가 극명한 모습을 한 사람에게 겹치는 게 가능한가 싶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시간을 따라가다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요즘 취미로 도자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세상 편리하지만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내 손으로 직접 흙을 빚어 느리게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건 요즘은 오히려 귀한 경험이 되어버린 탓이다. 어쩌면 리포터의 삶에서 귀촌해서 사는 삶으로 흘러간 저자의 인생은 지금 현대를 버텨내는 모든 젊은이들의 초상일지도 모른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생. 

책속에서 소개되는 삶은 느리게 흘러가는 듯 보이는 시골이라해서 다를 건 없어보였다. 귀촌은 땅과 맞붙어 하루하루 살아내는 또 다른 전쟁터니까 말이다. 

불편한 모든 걸 삭제해버리는 도시에서의 삶과는 달리 어쩔 도리가 없는 것들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전원의 삶. 이 책엔 그런 모습들이 우당탕탕 담긴 책이라서 꽤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싱그럽게 담겨있어서 전원생활을 꿈꾸거나 자연에서의 삶을 동경하는 사람들에게는 읽기 좋은 반려책이 되어줄 듯 하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논으로 밭으로 바다로 산으로 촬영을 다니기 전까지 도시라는 우물 속 개구리였다. 일하며 만난 드넓은 세상을 팔짝팔짝 뛰어오르며 ‘이런 세상도 있구나. 이런 삶도 가능하구나. 나는 어떤 곳에서, 어떤 모습,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행복할까‘ 고민했다. 다양한 삶의 모양을 보면서 네모도 세모도 동그라미도 모두 옳다. 틀린 것은 없다. 나만의 정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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