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다정한 대만이라니 - 숨겨진 매력을 찾아 떠난 17번의 대만 여행, 그리고 사람 이야기
이수지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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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부가 혼자 버블티를 사러 간 적이 있다. 카드 한 장 들고 간 그 가게는 현금만 받는 곳이었다. 다시 돌아가 현금을 가져오려고 하니, 점원이 선물이라며 음료를 그냥 건네줬다고 한다. 아마도 외국인이라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형부는 내게 달려와 놀라움과 고마움이 뒤섞인 얼굴로 그 일화를 들려주었다. 곧이어 작은 상자에 든 펑리수를 집어 들고 다시 버블티 가게로 들어갔다. (중략)

그때 문득 내가 너무 많은 걸 자처했던 건 아닌가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말이 통하면 더 좋으리라는 믿음에 대부분의 일을 대신해 왔다. 하지만 자유여행의 진짜 묘미는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부딪히는 경험 속에 있다.

이토록 다정한 대만이라니

나도 가족과 해외로 여행을 하러 가면 대부분의 것들을 내가 책임 지곤 했다. 여행 준비에 필요한 모든 것부터 여행지에 가서 일어나는 모든 일까지 책임지다 보면 빠르면 여행 첫날 늦으면 여행 3일차에는 와르르 무너져 내려버렸다. 어느 순간부터는 어떤 여행이든 내가 여행을 하러 온 건지 일을 하러 온 건지 헷갈리곤 했다. 어디로 떠나도 사실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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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일처럼 느껴진 이후로는 아이들 방학과 휴가철이 가장 괴로웠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더 이상 준비를 하지 않았다. 짐을 싸는 걸 제외하고는 그때그때 닥쳐서 해결하기로 했다.

길을 찾는 건 지도를 꽤 잘 보는 첫째에게 맡기고, 길을 가다가 식당을 고르는 건 늘 운이 좋은 둘째에게 맡겼더니 마음에 여유가 넘쳐났다.

그제야 내게 여행지의 풍경이 쏟아져들어왔다. 어딜 가든 가족들과 웃으면서 수다를 떨 수도 있었다.

함께 떠날 때는 같이 나눠지는 게 다 같이 행복해지는 방법이라는 걸 나도 여러 번의 경험으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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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좋은 점은 이렇게 또 다른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배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것인듯하다.

그나저나 여기 등장한 버블티와 펑리수가 너무너무 먹고 싶어졌다. 이따 버블티 사 먹으러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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