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6월 4주

★ 한국 독립영화의 미래는 밝다 ★ 

 노홍진 <굿바이 보이>, 박정범 <무산일기>, 민용근 <혜화,동> 

  올해 충무로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것은 비단 상업영화만은 아니다. 독립 영화계의 떠오르는 신인감독들이 걸출한 작품들을 하나하나 내놓고 있는데, 그 작품들이 어마어마하다. 올해 초 개봉하면서 찬사를 받은 민용근감독의 <혜화,동>을 시작으로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  노홍진 감독의 <굿바이 보이>까지 웬만한 상업 영화보다 훨씬 한 수 위이다. 게다 노홍진 감독과 박정범, 민용근 감독 셋은 76년생 동갑내기라고 하니 이 또한 신기하다. 세 명의 신인감독의 닮은 듯하지만 서로 굉장히 다른 영화들을, 이번주의 영화로 추천해보려고 한다. 

 

 

 

 

 

 

 

 

  

<혜화,동> 민용근

줄거리 : 18살 고등학생 혜화와 한수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혜화가 임신을 하자 한수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5년이 지난 어느 날, 그녀 앞에 한수가 나타난다. 그는 혜화에게 용서를 구하며, 죽은 줄 알았던 자신들의 아이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과거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혜화는 처음엔 그를 믿지 못하지만, 아이가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린다.
   

  미혼모와 유기견의 모티브를 적절하게 조화시켜 풀어낸 대단히 섬세하고 감성적인 영화다.23살 혜화의 마음처럼,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하게 전개되는 이 영화는 겨울, 입김처럼 보는이의 가슴에 포근히 내려앉을 것이다.  

<무산일기> 박정범

줄거리 : 125로 시작되는 주민등록번호는 북한에서 온 사람에게 붙여주는 숫자이다. 남한 사회에서 살아가려고 애쓰지만 서로를 속여 가며 그들끼리도 불신감이 쌓여간다. 전승철은 삶을 견딜 수 있을까. 박정범 감독은 주인공과 연출을 동시에 해내면서, 한국 사회의 어둠을 스크린 위로 끌어 올린다. 탈북자 전승철은 전단지를 돌리며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같은 교회에 다니는 숙영을 좋아하지만, 비루한 자신의 처지를 알기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승철과 같이 사는 탈북자인 경철은 탈북자들의 돈을 모아 몰래 북한 가족에게 보내주는 브로커 일을 하다가 삼촌에게 사기를 당하게 된다. 승철에게 자신이 숨겨놓은 돈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탈북자의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서글프게 풀어내고 있다. 사실적인 묘사들로 인해 보고나서, 끝내 마음이 먹먹해질 것이다. 

<굿바이 보이> 노홍진

줄거리 : 1988년 겨울. 중학생 진우(연준석)는 술주정뱅이에 만년백수인 아버지(안내상)와 그런 가장에 대한 불만으로 가출을 일삼는 엄마(김소희), 그리고 매사 제멋대로인 고등학생 누나(류현경)와 바람 잘 날 없이 살고 있다. 홀로 생계를 꾸리는 엄마가 안쓰러워 신문배달을 시작한 진우는, 신문배급소에서 악착같이 돈을 벌어 세상으로 나가겠다는 조숙한 ‘독고다이’ 소년 창근(김동영)을 만난다. 진우는 창근에게 담배와 술, 여자 다루는 법을 배워가며, 아버지에게 배우지 못한 세상 사는 법을 터득해가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술집에서 일하는 엄마 문정을 우연히 목격한 진우. 아무것도 모르는 창근은 진우의 엄마를 여느 술집여자처럼 조롱하지만, 진우는 그녀가 자신의 엄마라는 걸 말하지 않는다. 그저 달콤했던 유년기를 지나 세상의 빛과 어둠을 알게 된 진우. 세상이 창근 말처럼 정글이란 걸 조금씩 깨달을 즈음, 가출했던 아버지가 일여 년 만에 무일푼으로 돌아오자 가족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는데…

  80년대를 살아간 소년의 성장담이다. 청소년관람불가인데도, 사실은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명랑하다. 제목답게 소년의 시점과 생각이 영화 전체를 끌고 나가고 있어 굉장히 솔직하고 꾸밈 없으며, 이 영화에서 묘사된 아버지라는 캐릭터는 그 어느 영화에서 다뤄진 것보다 다채롭다. 80년대 정치와 문화를 한 가정으로 파고들어 말해주면 끝내 성장하는 소년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좋은, 성장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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