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월 3주

★ 황당무계 유쾌발랄 콩가루 가족들의 이야기 ★ 

 

  

 <미스 리틀 선샤인>  

조나단 데이턴, 발레리 페리스, 2006
 

 

  

 

   

  시놉시스 : 대학 강사인 가장 리차드(그렉 키니어)는 본인의 절대무패 9단계 이론을 팔려고 엄청나게 시도하고 있지만 별로 성공적이지 못하다. 이런 남편을 경멸하는 엄마 쉐릴(토니 콜레트)은 이주째 닭날개 튀김을 저녁으로 내놓고 있어 할아버지의 화를 사고 있다. 헤로인 복용으로 최근에 양로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앨런 아킨)는 15살 손자에게 섹스가 무조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전투 조종사가 될 때까지 가족과 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아들 드웨인(폴 다노)은 9개월째 자신의 의사를 노트에 적어 전달한다. 이 콩가루 집안에 얹혀살게 된 외삼촌 프랭크(스티브 카렐)는 게이 애인한테 차인 후에 자살을 기도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방금 퇴원한 프로스트 석학이다. 마지막으로 7살짜리 막내딸 올리브(애비게일 브레슬린)는 또래 아이보다 통통한(?) 몸매지만 유난히 미인대회에 집착하며 분주하다. 그러던 어느 날, 올리브에게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리는 쟁쟁한 어린이 미인 대회인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 출전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리고 딸아이의 소원을 위해 온 가족이 낡은 고물 버스를 타고 1박2일 동안의 무모한 여행 길에 오르게 된다.

  굉장히 유쾌한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영화를 소개할 당시 유쾌한 웃음을 띄우며 엔딩 장면이 참 재밌다고 말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쾌한 영화는 아니었다. 시종 소소한 웃음거리를 주면서 웃음이 떠나지는 않았는데, 그것들은 다소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해 터져나오는 웃음이 대부분이었다. 중요한 것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영화임에 틀림 없다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콩가루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이 가족이, 올리브의 미인대회를 위해 먼 길을 떠나게 된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고물 버스에 몸을 싣고, 어쩔 수 없이 떠난 여행 아닌 여행길이 그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알려주게 된다. 나는 이 영화를 세상의 수많은 루저들을 향한 어느 사랑스러운 가족의 진실어린 찬사라고 생각한다. 가장 처철하지만 가장 빛나는 그런. 어떤 가족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도 지금만큼의 위로를 받긴 어려울 것이다. 


  

    

 

 <좋지 아니한가> 정윤철, 2007

 

  

 

  

  

 

 시놉시스 :  고개 숙인 아빠. 허리띠 졸라 맨 엄마, 전생에 왕이었다고 믿는 아들,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한 딸, 그리고 묻어가는 백수 이모까지. 한 집에 모여 살지만 공통점이라곤 눈곱만치도 찾아 볼 수 없는 공통분모 제로의 심씨네 가족. 무관심하고도 무책임한 이 가족에게 어느 날 일생 최대의 위기가 찾아온다. 엄마는 노래방 총각에게 꽂히고, 아들은 우주에서 제일 나쁜 X를 사랑하고, 딸은 자신보다 더 미스터리한 선생을 만나게 된 것. 하지만 그 중 가장 충격적인 건 아빠의 일생 최대 음란사건! 그로 인해 심씨네 가족은 쪽팔려서 죽을뻔한 공동의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과연 심씨네 가족은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시종 황당하고 터무니 없어서 기가 차는 영화다. 가족 하나하나의 표정도 말투도 다 그러하다. 엉뚱하고 가족간의 애정이나 믿음도 없어보이는 콩가루집안의 가족이 뭉칠 땐 제대로 뭉친다. 이 모습은 언뜻 꾸밈 없고 솔직한 우리내 가족의 모습을 닮아있다. 그 모습에서 우리를 발견하고 그래서 우리는 또 진정한 가족애를 느낄수도 있게 된다. 진정한 가족애는 특별한데에 있는 것이 아님을, 이 작은 우주에 가족이라는 끈으로 묶여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특별한 인연인 것임을 일깨워주는 영화다. 황당하기 짝이 없지만 시종 유쾌하다가 결국은 가슴을 따뜻하게 울리는 좋은 영화임에 분명하다. 

  

 

 

<가족의 탄생>, 김태용, 2006 

 

 

 

 

 

  

  시놉시스 :  누가 보면 연인 사이라 오해할 만큼 다정한, 친구 같고 애인 같은 남매 미라(문소리)와 형철(엄태웅). 인생이 자유로운 형철은 5년 동안 소식 없다 불현듯 누나 미라를 찾아온다. 인생이 조금은 흐릿한 20살 연상녀인 무신(고두심)과 함께..  한편, 리얼리스트 선경(공효진)은 로맨티스트 엄마 매자(김혜옥)때문에 인생이 조용할 날이 없다. 그리고 그 놈의 사랑 때문에 인생이 편할 날 없는 경석(봉태규)과 채현(정유미)이 있다. 얼굴도 예쁘고 맘도 예쁜 채현이 넘치는 사랑을 주위 사람들에게 너무 나누어주다 보니 정작 남자친구는 애정결핍증에 걸리고 만 기구한 커플이다. 이건 아니다 싶은 경석. 참고 참다 둘 사이에 강수를 놓기로 하는데..과연 채현이 그 수에 걸려들까? 하루가 멀다 하고 웬~수처럼 으르렁대는 이들.. 사랑만으로도 복잡한데 이 7명은 여기저기서 또 얽히고 설킨 스캔들로 인생 들썩이기 일쑤다. 어쩌다 저렇게 엮이는지, 살짝 피곤해지려고 할 때. 꿈에도 생각지 못한 하나의 비밀이 이들에게 다가오는데. 사랑에, 스캔들에, 바람 잘 날 없는 이들 과연 찬란한 행복이 탄생할 수 있을까?
  

  서로 아닌 듯 하지만 가족으로 엮여있는 7명의 주인공들. 이들이 가족이라 불릴 수 있을까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그들이 결국에는 가족이라는 것을 영화 전반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납득시켜준다. 다양한 등장인물, 그것도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여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사실은 너무 단순하게도 모두가 가족임을, 그래서 가족이 탄생했음을 보여준다. 색다른 의미지만 본질에 가까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기에는 더없이 좋은 영화이다. 

 

 

 

  <녹차의 맛> 이시이 카츠히토, 2006

 

  

 

 

 

 

 시놉시스 : 가슴 따뜻한 산간 마을을 배경으로, 다소 엉뚱한 고민을 안고 사는 가족들의 이야기. 괴짜지만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하루노 가족은 도쿄 외곽의 조용하고 그림 같은 산골 마을에 산다. 시도 때도 없이 거대한 또 하나의 자신을 맞닥뜨리는 여섯 살 소녀 사치코, 첫사랑의 감정에 들떠 있는 사춘기 소년인 오빠 하지메, 오래 전에 그만둔 애니메이터 일을 다시 시작하고자 부엌 밥상에서 그림을 그리는 엄마, 프로페셔널 최면술사이며 종종 가족을 상대로 최면을 거는 아버지, 자신이 마임을 하는 예술가라고 믿는 할아버지, 사랑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온 외삼촌 아야노. 이들의 평범한 듯 특별한 일상다반사가 오밀조밀 펼쳐진다. 영화는 한 가족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목표를 달성해 나간다는 아주 작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마치 왜곡 렌즈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소소한 일들을 크게 확대하고 신비스런 색채를 덧입힌다. 하루노 가족의 구성원들 한 명 한 명에게 마법적인 색채를 부여하는 것은 평범해 보이는 삶의 표면 바로 밑에 숨어있는 엄청난 이야기의 힘이다.

  시놉에서 보듯 등장하는 가족들 모두 정상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 가족 하나하나의 특이하고 황당무계한 행동들이 만들어가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는 진한 여운을 준다. 제목처럼 아주 밋밋하기도 특별한 맛이 없기도 씁쓸하기한 것이 가족이라는 것을 아주 천천히 잔잔하게 보여주고 있는 영화이다. 정말 말그대로 황당무계하지만 또 많은 공감을 주는 직절적인 상황을 통해 당혹스러움과 함께 웃음을 주어 보는 내내 지루하진 않다. 영화가 끝나고 난 후에는 가슴 훈훈한 감동도 함께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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