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베스트셀러를 16세기 조선에서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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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듣는다
루시드 폴 지음 / 돌베개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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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독서 결산을 해보니 소설을 가장 많이 읽었더라고요.

여러 장르를 접해보려 했으나 올해도 독서 편식이 심했어요.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제가 읽는 올해 첫 산문집이자 마지막이 될 루시드폴의 <모두가 듣는다>를 읽어보았네요.

음악인이자 감귤과 레몬 나무를 돌보는 농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루시드폴.

뮤지션과 작가로서 많은 작품들을 남겼는데요.

제가 느낀 건 뭔가 오묘한 매력이 있다는 거였어요.

두리뭉실한 뭔가가 있다고 해야 할까요?

똑 부러지게 쓰여있진 않지만 배경 묘사를 통해 '아.. 제주도에 살고 계시나 보다...', 또는 학창 시절 이야기를 통해 '아.. 화학 전공자 셨구나? 음악이 아니고?' 등등 유추해서 보았던 거 같아요.

아마도 제가 작가님 작품을 처음 접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죠?

작가님의 이런 문체들로 인해 궁금증은 산처럼 쌓이고, 결국 검색엔진 돌리며 폭풍 검색해 봤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책 속의 이야기는 음악, 자연, 반려견, 여러 연주자와 음악가들을 잔잔하게 소개하고 있는데요.

차분히 끌어가는 이야기에 저절로 마음에 평화가 일렁이더라고요.

특히 여러 소리들을 이용해 음악으로 재탄생 시키는 작가님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이 너무도 신기했어요.

소리를 묘사해 글로 남겼지만 직접 듣는 것보다 좋을 수 있을까요?

잠시 읽는 것을 멈추고 하나하나 찾아 들어봤는데, 어머나~ 책만큼이나 음악 또한 잔잔하고 몽환적이었어요.

마치 불멍처럼 소리멍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네요.

공사장 소리를 채집해 음악으로 만들었다는 'Doloroso'는 굉장히 시끄럽고 어지러울 거라는 저의 생각과는 다르게 조용한 빗소리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반려견 '보현'과 산책하는 소리, 보현의 콜라비 씹는 소리, 진귤 나무가 만들어내는 소리, 돈나무 가지의 소리 등 모든 소리가 음악의 재료로 쓰이고 있었는데 어느 것 하나 특별하지 않은 게 없었어요.

단지 음악에 대해 아는 게 없던 저로서는 코드나 음파, 여러 종류의 악기들에 관한 이야기는 미지의 외국어 마냥 알아듣기 힘들더라고요.

다른 때 같으면 내 분야가 아니니 쿨하게 넘어갔겠지만 이번엔 왠지 음악을 배워서라도 저 글을 좀 더 알아듣고 재미를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더라고요.

음악뿐 아니라 필름 카메라와 카세트테이프처럼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옛 생각도 많이 나는 시간이었어요.

책 속 나무, 숲, 하늘을 담은 사진들이 작가님이 말한 필름 카메라로 찍은 것들인지 모르겠어요.

음악을 들으며 함께 하니 나른한 봄처럼 마음도 따뜻해졌네요.

작은 큐얼 코드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페이지를 찍어보니 책에 소개된 음악과 작가님이 직접 낭독하신 동영상이 있더라고요.

작품만큼이나 목소리도 어찌나 좋으신지 정말 최고였어요.

쌀쌀한 겨울에 온몸을 녹여줄 한 잔의 따뜻한 핫초코 같은 책! 꼭 음악과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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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길 - 양세형 시집
양세형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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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양세형님의 시집이 나왔습니다.

처음엔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그의 직업과 사뭇 진지한 시가 어울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는데요.

시집을 읽어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시인의 피가 흐르는 그를 보았다고나 할까요?

표제작인 <별의 길>은 그가 출연한 '집사부일체'의 한 코너에서 지은 시라고 하죠.

제가 TV를 안 봐서 몰랐는데 짧은 시간에 이런 멋진 시를 지을 수 있었다니 그저 놀라웠어요.


1부- 지치고 괴롭고 웃고 울었더니

2부- 내 힘이 되어줘

3부- 짝짝이 양말, 울다 지쳐 서랍에 잠들다

4부- 인생에도 앵콜이 있다면


시집에는 총 4부로 나뉘어 88편의 시가 담겨 있는데요.

학창 시절 수능 400점 만점에 88점을 받았다며, 그래서 88편을 담게 되었다고 해요.

1부에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시들이 많았어요.

아버지를 생각하면 저절로 써지는 시에 '나에게 너무 쉬운 글'이라고 표현했는데 가슴 뭉클하더라고요.

'비'를 소재로 한 시들도 몇 편 나오는데 전 왠지 '비'라고 하면 좀 우울한 느낌이 있었거든요. 양세형님에게 '비'는 그래도 좋은 추억이 있는 밝은 느낌이었어요.

2부엔 <시를 읽기 전에>라는 시가 제일 처음 나오는데요.

유난히 시를 읽을 때 소설책보다 오래 걸리는 제 마음이 다 담긴 시 같아 반가웠네요.

2부는 삶의 힘겨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들이 담겨있었는데요.

자신이 말하지 못했던 힘듦을 글 안에 온전히 담아 써 내려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어두운 느낌이 많았네요.

3부는 외로움에 관한 시들이었어요.

집 물건들을 하나하나 의인화해 써놓으며 제일 소중한 친구들이라고 소개한 시에서 그가 느끼는 외로움이 얼마나 큰지 알겠더라고요.



'사람은 누구나 빛나는 별이다.', '어른이 된 지금 다시 아이가 되고 싶다.'와 같이 비슷한 소재의 시들도 몇 편 있었는데요.

같아 보이지만 다르게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시들을 보며 느낄 수 있었어요.

4부는 팬들에게 받았던 사랑에 대한 고마움과 정상에서는 몰랐던 소중함에 대한 뉘우침들을 그만의 언어로 풀어 놓았는데요.

진솔하게 써 내려간 글들이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고 그래서 더 와닿았어요.

달, 별, 바람, 하늘, 꽃 등의 자연 소재가 많이 쓰여 내용의 이해가 어렵지 않다는 게 이 시집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어요.

'맛있는 레시피'같은 아이디어 넘치는 글들도 있어 그의 유쾌함까지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어요.

상대를 웃게 하기 위해 자신의 슬픔과 외로움은 철저히 감추며 사는 코미디언의 마음을 이 시들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처음엔 그림인 줄 알았던 박진성 작가님의 조각 작품들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조각상을 보고 시를 지은 건 아닐까?'라는 느낌이 들 만큼 시와 딱 들어맞는 조각 작품들도 볼 수 있었어요.

2012년부터 2023년에 걸친 작품들인데, 슬픈 듯도 기쁜 듯도 한 눈물에 저 또한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더라고요.


판매 수익금도 전액 기부한다고 들었어요.

올해 연말 지인들께 선물도 하고 좋은 일에 동참도 하고~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양세형님의 웃음과 감동, 기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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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 케어 보험
이희영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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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독특한 소재로 놀라움을 선사하는 이희영 작가님의 신작 <BU 케어 보험>입니다.

break up의 약자로 이별로 인한 아픈 마음을 돌봐주는 보험이라고 하는데요.

상해보험, 화재보험, 치과보험은 들어봤어도 이별 케어 보험이라니...

아이디어도 아이디어지만 정말 있을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에 감탄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차례마저도 보험 약관을 보는듯하죠?

독특하지만 언젠가는 정말 써먹을 날이 있을 것 같은 이 보험은 산후조리원에서 만나게 된 네 명의 산모들의 가입으로 시작됩니다.

보장성 보험이긴 했지만 커피 두 잔 값 밖에 안되는 저렴한 보험료라는 점과 살면서 한 번쯤은 이별을 경험할 거라는 생각에 이제 막 태어난 아이들의 먼 미래를 위한 투자였죠.

혹여 이별을 경험하지 않는다면 만기 때 여행을 보내 준다니 하나쯤 들어두어도 좋겠다 생각되었네요.

그 후로도 산후조리원 동기의 모임은 30년 가까이 지속되었고, 보험의 존재가 잊힐 때쯤 각 자녀들은 사랑과 함께 이별도 경험하게 되죠.

상대의 배신, 갑작스러운 사고, 짝사랑, 스토킹, 동성연애 등 이별의 모습도 각양각색이었는데요.

BU 케어 보험의 컨설턴트인 BUC는 각기 다른 이별에 딱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 주죠.

여기서 가장 볼거리가 바로 BUC인 나 대리와 안 사원의 활약이었는데요.

상대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듯한 조언과 위로가 감탄을 자아내게 하더라고요.

특히 상대의 병적인 스토킹으로 인해 헤어지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사하'의 이야기는 통쾌하기도, 무섭기도 했어요.

이별은 모두가 똑같을 수 없고 그 깊이 또한 다르기에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할 수 없죠.

누구는 가벼운 감기처럼, 누구는 지독한 독감처럼 느낄 것이기 때문이에요.

이별이라는 소재로 자칫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내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나 대리의 진지함과 안 사원의 유쾌함 속에 투닥거리는 그들의 티키타카가 끊임없이 웃음을 유발해 재밌었어요.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이름도 이런 긴장감을 해소하는 역할을 했는데요.

간가영(딸 마주)

남나희(아들 바노)

단다빈(딸 사하)

라라미(아들 아람)

엄마들 이름이 '가, 나, 다, 라'로, 자녀들 이름이 '마, 바, 사, 아'로 시작되는 게 재밌더라고요.

엔제리너스 대신 데브리너스가 나왔을 땐 정말 배꼽 잡고 웃었네요.

우리 아들, 딸도 언젠가는 이별로 마음 아픈 날이 오겠지만 성장하는 발판으로 삼아 툭툭 털고 일어나길 바라봅니다.

근데 정말 이런 보험 어디 없나요?

나 대리, 안 사원의 이별에 대처하는 노하우가 너무 남달라 꼭 가입해 보고 싶은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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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박물관 순례 1 - 선사시대에서 고구려까지 국토박물관 순례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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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교수님의 <국토박물관 순례>가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벌써 30년이나 되었다니

읽고 자랐던 저도 감회가 새로웠어요.

언뜻 비슷해 보이는데 전작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제일 많이 들었는데요.

국토박물관 순례는 선사부터 근현대까지 시대순으로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도록 구성됐더라고요.

특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다루지 않았던 유적지를 소개하는데, 열두 권의 답사기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소개하지 못한 곳이 남았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네요.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

유홍준 교수님의 이 말이 책을 읽을수록 실감되더라고요.

시대순으로 돌아보기에 역사 공부까지 덤으로 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도 너무너무 좋았어요.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초기 철기, 고구려까지가 1권에 담긴 내용입니다.

1978년 그레그 보엔이 발견한 주먹도끼로 인해 구석기시대의 유물들이 대거 발굴된 연천 전곡리.

신석기 유적지의 상징인 패총(조개더미)이 가장 많이 발견된 부산 영도.

신석기, 청동기, 초기 철기의 유물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울산 언양.

보기만 해도 엉덩이가 들썩들썩하는 게 아이들과 역사탐방하러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더라고요.

지도와 함께 각 지역이 가진 역사부터 지역적 특색 등이 나오는데 얼마나 고심해 선정했는지 느껴지더라고요.

교수님의 재치 있는 입담과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중간중간 웃음을 유발해 딱딱한 역사 공부 같지만은 않아서 더 좋았어요.

국토 박물관 순례이기에 각 지역 박물관 소개가 빠짐없이 나오는데요.(가제본이라 흑백사진인데 정식 출간본은 컬러 사진일 거 같네요)

층별로 눈여겨볼 것 등을 어찌나 자세히 설명해 놓았는지 마치 박물관 도슨트를 듣고 있는듯한 느낌도 받았어요.

또 학자, 시인, 소설가, 화가 등 그 지역의 인물도 꼭 빠짐없이 소개해 함께 둘러볼 수 있게 되어 있어요.


한 가지 아쉬웠던 건 고구려에 대한 내용이었는데요.

중국이 한국인의 유적 답사를 엄하게 통제하는 통에 사진촬영도 금지되고 지금의 답사에 성과가 없을 것 같아, 2000년에 탐사단으로 만주에 다녀온 내용을 위주로 쓰셨더라고요.

충분히 분위기는 느낄 수 있었으나 워낙 오래되었던 이야기라 지금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음을 서술한 부분들이 못내 아쉽긴 하더라고요.

그래도 압록강에서 바라본 북한의 모습을 한 편의 시로 남긴 신경림 시인의 '강은 가르지 않고, 막지 않는다'는 너무 감동이었어요.

함께 그곳에 가 있듯 눈앞에 그려지는 모습에 여러 번 읽게 되더라고요.


이제껏 박물관에 가면 그저 눈으로만 쓱 훑고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좀 더 재밌고 의미 있게 관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겨울 방학 땐 아이들과 한 곳을 정해 다녀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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