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 있지 재미있지어딜 가나 다들 나를 찾지그래선지 한번 보면 빠져 빠져나간 적 없네아직도 날 안 본 사람들이 있다면 한 번만 봐봐 내 매력에 빠져들거야 넌 내게 빠져들걸 안 보고는 못 배길걸 자꾸만 보게 될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라진 소녀들의 숲>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이지만, 한글이 아닌 영어로 먼저 출판되었다고 해요.

저자인 허주은 작가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대부분을 캐나다에서 보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우연히 고려 시대 학자였던 이곡의 편지에서 공녀 제도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이 비극적인 역사를 알리고자 글을 썼다고 해요.



자매인 민환이, 민매월은 5년 전 제주의 한 숲에서 한구의 시체와 함께 쓰러진 채 발견됩니다.

그때의 기억을 모두 잃은 언니 환이는 아버지를 따라 목포의 고모님 댁으로 가게 되고, 동생 매월은 신의 부름을 받은 신병에 걸려 제주의 무당집에 남게 됩니다.

종사관이었던 그녀의 아버지는 그 이후로도 자주 제주를 방문했고, 그곳에서 13명의 여자아이들이 실종되는 사건을 조사하게 됩니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마저 소식이 끊기게 되고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타다만 아버지의 사건 일지를 전해 받게 됩니다.

남장까지 하며 천리나 되는 바다를 건너 제주로 간 환이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민 종사관은 이미 죽었을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데요.

13명 소녀들의 실종사건과 자신의 기억에서 지워진 그날의 사건이 어느 정도 연관되어 있음을 알고 그동안 간혹 편지만 했던 동생 매월을 찾아가게 됩니다.

자신을 무당집에 버렸다는 생각에 언니와 아빠를 원망했던 매월의 표정은 싸늘하기만 한데요.

아버지를 찾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자주 길을 잃었던 언니가 신경 쓰였던 매월은 결국 함께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 나서요.

종사관인 아버지의 가르침과 사건 일지를 보고 자랐던 환이는 아버지에게 '댕기 머리 탐정'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총명했어요.

한편 13명의 실종자 중 한 명이 또다시 사망한 채 발견되며 아버지의 생사도 점점 불확실해지는데요.

민 자매는 목격자들의 진술과 사건의 증거를 바탕으로 점점 범인을 좁혀가게 됩니다.



역사 소설이지만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고 엄청 몰입하며 보았어요.

삶의 대부분을 캐나다에서 보냈다면 외국인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는데 저보다 더 한국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특히 제주도의 아름다운 모습을 묘사한 부분과 한국 사람도 들으면 외국어 같은 제주도 말을 표현한 부분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준듯해 좋았던 부분이었어요.

또 예로부터 제주는 도둑, 거지, 대문이 없어 三無(삼무)의 섬이라고도 불렸는데요.

<사진출처: 네이버 검색>

그런 제주도의 대문 역할을 했던 '정낭'에 관한 모습도 자주 등장해요.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들어갈 수 있었던 정낭은 문 역할뿐 아니라 의사소통으로서의 기능도 가지고 있어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어요.

매년 7-8월이 되면 봉선화로 손톱에 물을 들였던 우리의 풍속에 대한 내용도 소개하고 있더라고요.

사실 이 부분이 가슴 아픈 장면인데 봉선화 물을 들인 아이 같은 순수함이 더해져 더 슬펐던 장면이었어요.

스포가 될 수 있기에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환이가 범인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사람에 대한 환멸을 느낀 부분이에요.

선하고 점잖은 모습 뒤에 숨은 살인자 악마의 진짜 모습을 보고야 만 것이죠.

부와 명성 자신의 가족을 위해 다른 이들을 짓밟고 오르는 것을 당연히 여긴 범인의 최후는 결국 죽음이었어요.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 공물처럼 바쳐진 '공녀'의 이야기에서는 두 딸을 가진 엄마로서 너무나 무섭고 안타까웠어요.

딸이 태어나면 남장을 해서 키울 정도였다고 하니 딸 가진 가족들은 그 심정이 오죽했을까요.

80년 동안 그 수가 무려 2천 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이 가슴 아픈 역사의 한을 지금에서야 풀 순 없겠지만, 남의 나라 이야기인 듯 치부해 잊고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소설이 한국에 소개된 저자의 첫 번째 소설이지만, 이미 네 번째 소설을 집필 중이라고 합니다.

모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 미스터리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도 쭉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원의 날
칼리 월리스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구원의 날>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에요.

우리가 사는 지구의 자원이 고갈되어 감에 따라 사람들은 점점 우주로 눈을 돌리게 되었는데요.

사람이 생존할 수 있는 행성이 있는지, 미지의 생명체는 없는지에 대한 연구가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올해 우리의 기술로 만든 누리호의 발사를 성공시킴으로써 우주에 대한 관심을 한층 더 끌어올렸어요.



장기적인 과학 연구와 우주 탐사를 통해 현대 인류가 다른 별에 성큼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가장 빠르고 큰 우주선인 '하우스오브위즈덤'.

그 우주선의 과학자들은 수 세기 동안 먼 우주를 돌다 귀환한 무인 탐사선 UC33-X를 인양하게 되는데요.

이후 하우스오브위즈덤의 승무원과 거주민들은 미확인 감염체에 노출되며 통제력을 잃고 환각을 보거나 망상에 빠지며, 자해로 부상을 입는 등 대부분 사망에 이르렀어요.

하우스오브위즈덤호의 탑승자 478명 중 477명이 사망하고 오직 한 사람, 당시 12살이었던 '자스'만이 살아남게 됩니다.

우주여행 및 연구를 주관하는 의회 부속 기관인 우주 탐사 위원회 SPEC과 의회는 이 비극적인 학살을 자신의 업적을 위해 데이터를 빼돌리려 했던 '그레고리 라고' 박사가 벌인 짓이라고 판단하는데요.

그로부터 10년 후.

22살 대학 연구원생이 된 '자스'는 리응 펠로십 참가를 위해 선발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암스트롱시티로 가는 셔틀에 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그가 탄 셔틀은'자스'를 타깃으로 삼은 반정부 조직의 일원들의 위장 비행선이었어요.

그들이 원한 것은 그저 가족과 함께 편안하고 안전하게 지낼 보금자리였는데요.

그들이 선택한 곳은 10년이나 버려진 엄청난 크기의 우주선, 하우스오브위즈덤호였어요.

다시는 오고 싶지 않았던 우주선을 마주한 '자스'와 아버지의 억울한 오명을 벗기 위해 반정부 조직원이 된 '자흐라'는 이 우주선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하나씩 밝혀내기 시작합니다.



인간이 만든 재앙으로 더 이상의 희망이 없던 지구는 또다시 인간으로 인해 '붕괴'되었고, 결국 삶의 터전을 우주라는 공간으로 눈 돌리게 돼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과거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연합 의회가 만들어졌지만 언제나 그렇듯 소외되고 멸시되는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이었죠.

이 책에서 나오는 자흐라는 의회 시민이었지만 연구원인 아빠와 의사였던 엄마를 모두 잃고 남은 쌍둥이 동생과 걱정 없이 살고 싶다는 이 한 가지 바람으로 반정부 조직에 들어가게 돼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던 의회의 모습은 어디 가고 그전보다도 못한 인간 차별과 거짓을 일 삶았는지... 오죽했으면 시민권을 갖고도 의회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는 삶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싶었거든요.

더 안타까웠던 건 그녀가 그렇게 선택한 조직 또한 독선과 거짓이 난무하는 곳이란 점이었어요.

하우스오브위즈덤호는 길이가 1킬로미터나 되는 최첨단의 가장 크고 빠른 우주선으로 나와요.

안에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어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탑승시킬 수 있기에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최적의 장소임에 틀림없는 거 같은데요.

이런 우주선이 수년간 방치되어 온건 10년 전 그 안에서 퍼진 바이러스로 때문이었죠.

예전엔 저도 그저 sf 영화나 소설에서 볼법한 소재로 생각했었는데요.

코로나19 팬데믹을 직접 경험하고 아직 끝나지 않은 바이러스와의 사투를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구원의 날>은 어쩌면 단순한 픽션이 아닌 멀지 않은 우리 미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원작이 2018년에 출간되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쓰인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느낌이었네요.

기생충 같은 이 바이러스는 인간의 뇌와 신경까지 통제해 움직이고 말할 수 있게 하는 등 환경에 빠르게 학습하는 능력을 보이는데요.

어찌나 소름이 돋고 끔찍했는지, 모습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연가시가 생각나기도 했어요.

인간을 좀먹는 끔찍한 기생충을 없애는 것과 놀라운 발견일지 모르는 외계 생명체의 연구를 두고 무엇이 인간에게 먼저일지 저도 사실 잘 모르겠더라고요.

무엇이 되었든 누군가는 인류를 멸종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누군가는 과거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책임감 있는 선택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자흐라'와 '자스'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며 한 챕터씩 이어가는 장면들이 영화를 보는 듯하며 전개가 빨라 지루할 틈이 없었네요.

우주를 배경으로 한 호러 미스터리~ 추천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환각을 본 게 아니었어. 사람들 전부"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신경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야. 뇌 시스템과 자율 신경계를 통제하는 거야. 자율 기능도, 숙주를 장악하고 움직이고 말할 수 있게 만드는 거지. 그게 가능하기는 해? 그런 기술이 있어? 뇌와 기계 사이 소통에 관해서는 네가 잘 알잖아." - P2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염된 사람들은 마치…… 멀쩡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통제력을 잃었어. 환각을 보고 망상에 빠졌지. 있지도 않은 것들이 보인다고 했어. 라고 박사가 어디에서 바이러스를 구했는지 알 수 없었던 SPEC에서는 그 증상을 비밀에 부쳤어. 대체 어떤 실험실에서 고대바이러스를 변형해서 그런 짓을 하게 하는지 알아내지 못했어.
사람들은 자기가 누구인지 잊었어. 서로 공격하거나 자신을 해쳤어.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전부 사용했어. 바이러스는 사람들을 병들게 한 게 아니라 정신을 놓게 만들었어. 광기에 사로잡혀서 폭력적으로 변했지." - P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