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은 보이지 않아도 태도는 보인다
조민진 지음 / 문학테라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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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말과 글에 대한 애정이 깊은 JTBC 개국 멤버이자 기자로 16년째 정치, 사회, 국제 등 다양한 영역을 취재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인생은 결국 자세에 대한 문제라며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뭐든 겁내지 않고, 굳세게 나아가는 진실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런 마음을 담아 일터에서 틈틈이 흔들릴 때 나를 붙잡아 줄 마음가짐들을 정리하였다. 평생 일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큰돈이 들어온다 해도, 성취감을 주는 일하기를 멈추지는 않을 것 같다는 말과 함께.

1장 일터에서 ‘절대’란 없다
2장 언제라도 떠날 수 있으니, 하는 동안은
3장 나를 만드는 사소한 시간들
4장 더 많은 정체성을 원한다


긍정적인 생각도 좋고, 자신만의 신을 의지하는 것도 좋지만, 세상 그 어떤 일도 자신의 피나는 노력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일단 내가 최선을 다하면서 나의 신에게 기도하는 것. 그래서 이 문장이 참 좋았다.

강한 폭풍이 불어 배가 전복될 때는 신의 도움을 바라고 기도하는 것 말고도 두 팔을 써서 직접 헤엄쳐야 한다지 않았던가. 하늘은 그렇게 스스로 돕는 자를 돕고 있다. (p. 25)


눈에 보이지 않아도 큰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 그런 일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자신이 그 일을 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꼭 칭찬을 원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아무리 노력해도 빛을 받지 못하는 일이 잦아지면 지치게 마련이다.
그런 일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그때도 눈에 보이는 큰일을 하는 친구들이 주로 칭찬을 받기도 했던 것 같고.

드러나지 않는 일의 중요성까지 알게 될 즈음 우리는 아마도 선배가 되어 있을 것이다. (p. 49)

무턱대고 다 잘 될 거라며 희망을 주는 말보다, 현실적인 이야기가 더 와 닿을 때가 있다. 대화를 하는 상황에서는 상대가 어떤 말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겠지만, 적어도 내가 읽으면서 한번 더 찬찬히 보게 되는 말들은 그렇다.
직업에 대한 생각도 그렇다. 나도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이것저것 해 보았고, 성취감을 좇으며 살아왔지만 결국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그 느낌이 좋았다.


일은 돈을 벌게 해주어야 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일의 두 가지 조건이다. 모두 성취감의 문제다. 원하는 걸 이루었다거나 이루고 있다는 성취감이 중요하다. (중략) 일하면서 얻는 배움이 특별히 새롭거나 엄청나지 않더라도, 만족되지 않는 상황을 견디는 것 자체로 성숙할 수 있다. (p.68)



인생에 대해 어떤 한계도 긋고 싶지 않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생각해 보면 그 어떤 것도 확고하게 정해진 것은 없는 것이 인생이었는데, 나는 마치 꼭 무언가를 이루어야만 한다는 생각에 쫓기며 살아오고 있었다는 생각에 한동안 허탈함을 느끼기도 했으니까.

열심히 살아가는 게 빛나는 일이고, 또 타고난 내 성격대로 사는 일이겠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도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일들을 마음껏 하면서 살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일은 아니더라도 내가 노동을 통해 번 돈이 넉넉히 있어야 할 것이다. 내가 일해서 번 돈만큼 의미 있고도 든든한 돈은 없을 테니까.


비바람이 불어도, 해가 뜨지 않아도 그저 제 할일을 묵묵히 해 나가며 더 높이, 더 멀리 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16년차 기자가 써내려 간 이야기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삶에 대한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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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좀 괜찮아지고 싶을 때 - 이따금 우울하고 불안한 당신을 위한 마음의 구급상자
이두형 지음 / 심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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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두형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정신과 의사로 산다고 해서 감정이 무뎌지는 것도, 고통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는 솔직한 머리말에 왠지 공감이 되면서, 마음을 열게 하는 힘이 있다.


아무도 물은 적은 없지만, 서평을 쓸 때 책의 목차를 넣는 이유는 그 책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소제목들이기 때문이다. 가끔 서평이 길어 내용이 다 안 들어갈 때는 어쩔 수 없이 지우지만, 내가 읽은 책을 다시 볼 때도 키워드가 된다.

1. 마음의 연고, 감정이 다쳤을 때
2. 마음의 반창고, 그냥 좀 괜찮아지고 싶을 때
3. 마음의 해열제, 가슴에서 자꾸 열이 날 때
4. 마음의 붕대, 부러지고 꺾인 마음이 버거울 때
5. 마음의 소독약, 노력할수록 삶이 더 불행해지는 것 같을 때
6. 마음의 비타민, 살아가는 맛을 유지하고 싶을 때


정신과 전문의가 쓴 심리학책이니 전문성에 대해서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겠고, 제목들이 참 감성적이다. 그 중 제목만 보고 심장이 울컥한 것들을 적어 보자면
'완벽하지 못할까 봐 시작조차 못하는 마음', '삶이 전부 잘못된 것 같을 때' , '원하는 삶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면', '억지로 좋게 보기가 아닌 있는 그대로 보기' 등이다. 각 장마다 삶에서 마주하는 사례들이 있고, 그에 대한 의사의 조언이 이어진다.


책은 각각의 매력을 가진 훌륭한 선생님이라 생각하지만, 문학과 심리학책들을 좋아한다. 특히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쓴 책은 다소 어려울 때도 있지만, 그만큼 깊이 있는 내용을 다뤄서 좋다.
각 장마다 저자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불안과 걱정에는 마음의 연고를, 휴식이 필요한 마음에는 반창고를, 뜨겁고 차가운 마음에는 해열제를,의지와 열정이 꺾인 마음에는 붕대를, 고통과 포기에 익숙한 마음에는 소독약을, 다시 시작하려는 마음에는 비타민을 주고 싶은 정신과 의사의 마음이었으려나.

이미 긴 시간 혼자 고군분투하며 건너왔지만, 그때의 나를 떠올리게 만드는 제목은 <삶이 전부 잘못된 것 같을 때>였다. 마음을 읽힌 것 같아 조심스럽게 읽었다.

신체는 어떠한 행복도, 그리고 불행도 영원하게 느끼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의 쾌감도 첫 한입이 지나면 점차 무뎌진다. 경제적으로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신경 생리적으로는 불응기로 표현된다. 아무리 큰 슬픔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받아들여진다. 이는 그래야 한다는 당위가 아니라 우리의 몸과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다. 그런데 유독 슬픔만은 그 원리에서 벗어난 듯한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지고 더욱 아파지는 느낌 (p. 184)

사실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다만 그게 내 뜻대로 안 되는 것뿐. 나도 혼자 이것저것 해 보다가 결국 포기하듯 선택한 것이 의외로 좋은 방법이었는데, 그냥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었다. 억지로 미화시키지도 말고, 자꾸 괜찮아지려고 발악하면서 내 손으로 내 속을 더 긁지도 말고, 딱 그대로 보는 것.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그냥 현실이 이렇다고 인정하는 것. 서서히 그것을 연습하면서부터 과한 걱정이나 불안들도 서서히 줄어들었다. 물론 긴 시간 온몸으로 해왔던 노력들의 결과였겠지만.

저자는 상처에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상처에 딱지가 생기면 그 속에 새 살이 차오르는 시간이 필요하니 긁지 말고, 새살의 감촉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여기저기서 유행처럼 쓰이는 ‘내려놓다’라는 말에 대해 그 진짜 의미를 생각해 보자는 말이 참 좋다. 억압 아닌 억압을 하고 싶을 때, 남에게 조언하듯 주문하는 말 같아서 거부감이 드는 단어였는데, 그것을 짚어주었다. 저자는 끓어오르는 찌개 뚜껑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활짝 열어주는 마음은 ‘판단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무언가를 빨리 끝내고 싶거나, 혹은 원하는 기준에 맞추고 싶을 때 스스로를 옥죄는 것들로부터의 해방이 진정한 내려놓음이 아닐까.


좋은 문장도 물론 많았으나 책에 대한 생각이 길어서 생략한다.

마지막에 '지금을 음미하는 연습을 하며 조그만 기쁨을 누려보기'를 제안하는 저자의 말에 웃었다. 나도 같은 마음으로 원고를 마무리하고 넘겼으니까 ㅎㅎ


그냥 좀 괜찮아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주는 정신과 의사의 휴대용 구급상자 혹은 작은 정성들을 눌러 담은 여행용 약상자 같은 책이라 음미하며 찬찬히 잘 읽었습니다. 이두형 선생님.

선생님도 행복하시면 좋겠다.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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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크 YOOK Issue No.1 캠핑한끼 - 국내 최초 유튜브 큐레이션 매거진
YOOK 편집부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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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K_no.1 캠핑한끼

새로 나오는 책이나 출판사 기획을 보며 세상이 변한다는 것을 실감한다. 앞으로 아르테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유튜브 큐레이션 매거진 YOOK(유크)가 발행된다고 한다.

출판사 소개에 의하면 유튜브를 테마로 하는 국내 최초의 무크지로 유크의 주인공은 크리에이터(Creator)다. 매 호 한 명이나 팀의 크리에이터로 선정하고 해당 채널을 분석하여 크리에이터의 라이프 스타일과 영감의 원천, 치열한 콘텐츠 제작 과정 등을 담아낼 예정이라고 한다.

첫 호라는 사실에 큰 의미를 두고 소장하기로 했지만,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교과서가 될 것이고, 기존에 활동 중인 유튜버들에게는 이 곳에 선정되면 영광일 것 같다. 신문으로 따지면 인물이나 단체에 관한 기획기사 같은 것이니까.


유크 첫 호의 주인공은 캠핑 한끼(아웃도어 요리, 예술이 되다)다. 캠핑이 몇 년 째 인기 분야이기도 하고, 요즘처럼 여행도 외출도 자제해야 하는 시기에는 개인 캠핑을 꿈꾸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기도 하다. 인스턴트 음식을 배제하고 자연주의 재료와 제한된 장비들로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레시피를 담아내는 것으로 이미 많은 구독자를 이끌고 있는 캠핑한끼에 대한 내용들을 담았다.

원래 이름은 '캠핑한끼'가 아니라 '솔로캠프(Solo camp)'였다고 한다. 처음엔 우드 스토브 사용법이나 드립 커피 영상을 찍다가 조금씩 범위를 넓혀나갔다고. 얼굴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유튜버인데 지인들이 얼굴을 공개하지 않아야 구독자가 늘어날 거라고 조언했다고 말하지만, 자연을 담아내려는 의도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촬영 준비부터 업로드까지를 전체로 봤을 때 ‘떠먹는 감자 피자’ 같은 경우는 1년 넘게 걸렸다. 2년 전에 찍고는 보강 촬영을 하려고 묵혀두었다가 비가 오길래 그냥 올려본 것이다. (p. 37)

유튜브를 처음 시작했을 당시엔 보는 사람도 없었고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구독자 수를 의식해 요리를 시작한 건 아니다. 두세 편을 촬영해 보며 배워가던 시점에 자연스레 요리로 넘어간 것이다. 나는 요리를 좋아하니까 요리를 주제로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p. 38)


인터뷰 내용이 전부 인상 깊다.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한 사람들은 깊은 고민과 끝나지 않는 도전 그리고 열정이 느껴져 존경스럽다.


Q. 다음 목표는?
새로운 계획보다는 지금까지 생각해온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키려고 한다. 작년 가을에 시작한 '캠핑하루’라는 콘텐츠도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것을 그제야 촬영한 것이다. 캠핑한끼가 단순히 레시피 채널로 그치는 게 아니라 아웃도어 라이프 전반을 아우르는 채널로 성장했으면 한다. 그 출발점인 ‘캠핑하루’는 매력적인 인물을 통해 다양한 아웃도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캠핑한끼의 또 다른 이야기다. (p.43)


나는 손글씨와 서예 영상을 보고 배우는 것이 좋아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머지않아 유튜브는 거대한 또 하나의 세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즈음이다. 나처럼 전혀 관심 없던 사람도 교육 영상을 보면서 다른 것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고, 유튜브만을 위한 채널이나 기획이 계속 탄생하고 있으니 말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자신만의 컨텐츠를 만들어가는 사람들도 멋지지만,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사람들을 담아내겠다는 생각을 창조해 낸 아르테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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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 남의 불행에 느끼는 은밀한 기쁨 샤덴프로이데
티파니 와트 스미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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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불행에 느끼는 은밀한 기쁨 '샤덴프로이데’

지은이 티파니 와트 스미스는 감정의 역사를 연구하는 문화 역사가로 BBC 라디오와 영국 예술인문 연구위원회에서 선정한 ‘새로운 세대의 사상가’중 한 명이라고 한다. 현재 대학에서 감정의 역사 센터 연구원이며 영어, 연극 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는. 인간 감정의 역사를 연구한다는 이력이 끌렸다. 나또한 관심이 많은 분야이므로.

각 장의 제목도 위트 있다. ‘남의 실수가 제일 재밌어’라든지 ‘그 인간은 당해도 싸!’라거나 ‘잘나가더니 꼴좋네’처럼 웬만해서는 입에 담기도 껄끄러운 말들을 거침없이 제목으로 삼았다.

각국의 언어로 남의 불행을 즐기는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일본 속담 ‘남의 불행은 꿀맛’부터 남에게 닥친 재앙을 즐거워하는 심리를 나타내는 히브리어까지 존재한다. 2000년도 전부터 로마인들은 악의 있는 사람들을 특별한 단어로 불러왔다. 남의 불행을 즐거워하는 마음도 역사가 있다는 사실에 유쾌하지 않은 충격을 느꼈다.

누군가의 불행을 흥미로운 연예인들의 기사 정도로 취급하는 사람들에게 당해본 사람이라 얼마나 불쾌하고, 인류애가 사라지는 느낌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큰 사고를 당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병원에 누워있는 나를 보고 싶어서 초대도 하지 않은 게릴라 병문안을 당했던 시절이 떠올라 오랜만에 혈압이 상승하기도 했고.

그러나 언제나 도도할 것 같지만 은근 멍청이처럼 실수하는 고양이들의 영상을 보며 귀엽다고 소리 지르는 내 모습이나 완벽해 보이는 유명인들의 실수 동영상을 보며 유쾌한 미소를 짓는 내 모습도 샤덴프로이데 중 하나라는 것을 깨달으며 묘한 불편과 반성 같은 성찰을 하게 되었다.
숱한 개그 프로그램 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것은 슬랩스틱이라고 한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벼운 도취감을 즐기기도 하고, 사실인지 여부가 궁금해질 지경으로 심각한 깜짝 카메라나 장난 영상을 욕하면서도 조회수가 폭발하는 것을 보면 이 책에 담긴 불편한 진실들을 부정할 수도 없을 듯하다.


속마음을 들키는 데 대한 두려움에는 남의 심기를 건드리거나 우리의 안전과 생존을 보장해 주는 신뢰 관계를 깨고 싶지 않은 심리가 깔려 있다. 우리는 수치심에 휩싸이면서 더 현명한 판단은 뭘까 고민하게 된다. (p. 136)


내가 내 마음 편하자고 남의 불안을 이용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남의 불안을 이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나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 샤덴프로이데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남을 괴롭히는 사람들 중 본인이 인정하지 않겠지만, 자존감이 매우 낮거나 사랑받고 싶은 심리가 어긋난 사람을 매우 많이 보았으니까.


충격적이면서도 공감했던 문장이 있다.

우리 대부분은 힘들어하는 친구를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위해 우리 자신의 가장 끔찍한 불행을 기꺼이 재물로 바친다. 위안과 동지애, 그리고 삶의 고통과 일시적으로나마 그것을 덜고픈 욕구에 대한 공감이 함께하는 순간이다. (p. 147)

내 힘든 이야기를 정말 안 하는 편이라 내가 고통 받던 몇 년간의 일에 대해 모르는 지인이 많았다. 감정쓰레기통 역할에 질려버려서 내가 당한 고통을 남에게는 주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었기도 하고, 굳이 좋지도 않은 이야기를 내 입으로 한번 더 하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그런데 유일하게 내 이야기를 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면, 힘든 일로 고통 받았다고 이야기하면서 본인 기준에서는 편안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내 인생을 부러워하거나 내 성격이 꽤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이다. 사실 이런 일도 있었다며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다는 맥락으로 이야기했지만, 어쩌면 내 마음속 깊은 곳에는 나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숨어있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심리학에 관한 서적을 좋아하는데, 사람의 감정의 역사를 연구한 사람의 책은 처음이다. 긴 세월 연구한 만큼 인간의 감정 중 어두운 부분과 그 속에 담긴 마음까지도 들여다보는 것 같아 내 마음을 분석하면서 읽게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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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슴 뛰고 싶다면 브라질 - 여행과 일상에서 마주한 브라질 소도시의 빛나는 순간들
전소영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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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남편을 따라 두 아이와 브라질에서 3년 반 동안 거주하며 블로그에 일상을 기록했다. 그러다 2017년에 네이버에서 ‘이달의 블로그’에 선정되면서 브라질 여행이나 이주에 대한 자문위원 같은 일도 하는 블로거가 된다. 지금은 다시 한국에 돌아와 아이들을 가르치는 본업으로 돌아갔지만, 브라질의 매력을 담아 낸 책이 바로 이 이야기인 듯하다.

작가의 이력을 읽고 나니 비로소 이해가 되어 웃었다. 여행 서적은 아무데나 펴서 그 나라 모습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므로 이 책도 아무데나 펴서 한참 구경하며 읽었는데, 누군가에게 유익한 정보들을 쉽게 전달하고 싶어 하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되게 선한 목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본업이 선생님이시라고 하니 모든 것이 이해되는..ㅎ 멋진 분이었구나.

무조건 아름답고 감성 넘친다고 칭찬만 하는 인위적인 여행 기록에 지친 사람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책이다. 아름답고 여유롭지만 위험한 나라라고 말하는 분의 글이니까.

비행기 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해서 우리 엄마가 그렇게 가고 싶어 하는 베트남도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겁쟁이라 여행 서적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책 마다 각자의 매력이 있지만, 정말 여행 기록과 사진 위주로 담은 책들을 좋아한다. 그 사람과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 나라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일은 크게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기에 편안해진다. 어쩌면 가장 간편하게 힐링하는 방법이 아닐까.

 
작가는 모든 곳이 좋았지만 그 중 파라치가 가장 매력적인 여행지였다고 한다. 길 위에 서면 시간이 멈춘 기분이 들었다고. 
언젠가 용기가 생겨 브라질에 가게 된다면 나도 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문장이었다. 쨍하게 파란 하늘과 탁 트인 초원이 궁금하기도 하고.

 
조금은 두렵고 피하고 싶었던 브라질에서의 삶이 어쩌면 신이 내게 주신 선물일지도 (p. 44)


예수상은 겹겹의 산과 부드럽게 이어지는 해변을 가진 히우의 절경과 완벽하게 어울렸다. 그리고 도시의 고된 삶에 지친 이들에게 언제나 신의 축복과 위로를 건네주었다. (p. 116)


수 세기 전의 그들도 땀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채워지는 커피자루를 보며 가족들을 떠올렸겠지 (p. 164)

 

세상 어디에나 완전히 좋은 일도 완전히 나쁜 일도 없다던가 (p.282)

언젠가 여행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버킷리스트가 되었는데, 다른 사람의 여행이야기도 참 좋다. 머리 아플 때 펼쳐서 보면 소화가 될 것 같은 여행서적. 그리고 사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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