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 남의 불행에 느끼는 은밀한 기쁨 샤덴프로이데
티파니 와트 스미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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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불행에 느끼는 은밀한 기쁨 '샤덴프로이데’

지은이 티파니 와트 스미스는 감정의 역사를 연구하는 문화 역사가로 BBC 라디오와 영국 예술인문 연구위원회에서 선정한 ‘새로운 세대의 사상가’중 한 명이라고 한다. 현재 대학에서 감정의 역사 센터 연구원이며 영어, 연극 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는. 인간 감정의 역사를 연구한다는 이력이 끌렸다. 나또한 관심이 많은 분야이므로.

각 장의 제목도 위트 있다. ‘남의 실수가 제일 재밌어’라든지 ‘그 인간은 당해도 싸!’라거나 ‘잘나가더니 꼴좋네’처럼 웬만해서는 입에 담기도 껄끄러운 말들을 거침없이 제목으로 삼았다.

각국의 언어로 남의 불행을 즐기는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일본 속담 ‘남의 불행은 꿀맛’부터 남에게 닥친 재앙을 즐거워하는 심리를 나타내는 히브리어까지 존재한다. 2000년도 전부터 로마인들은 악의 있는 사람들을 특별한 단어로 불러왔다. 남의 불행을 즐거워하는 마음도 역사가 있다는 사실에 유쾌하지 않은 충격을 느꼈다.

누군가의 불행을 흥미로운 연예인들의 기사 정도로 취급하는 사람들에게 당해본 사람이라 얼마나 불쾌하고, 인류애가 사라지는 느낌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큰 사고를 당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병원에 누워있는 나를 보고 싶어서 초대도 하지 않은 게릴라 병문안을 당했던 시절이 떠올라 오랜만에 혈압이 상승하기도 했고.

그러나 언제나 도도할 것 같지만 은근 멍청이처럼 실수하는 고양이들의 영상을 보며 귀엽다고 소리 지르는 내 모습이나 완벽해 보이는 유명인들의 실수 동영상을 보며 유쾌한 미소를 짓는 내 모습도 샤덴프로이데 중 하나라는 것을 깨달으며 묘한 불편과 반성 같은 성찰을 하게 되었다.
숱한 개그 프로그램 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것은 슬랩스틱이라고 한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벼운 도취감을 즐기기도 하고, 사실인지 여부가 궁금해질 지경으로 심각한 깜짝 카메라나 장난 영상을 욕하면서도 조회수가 폭발하는 것을 보면 이 책에 담긴 불편한 진실들을 부정할 수도 없을 듯하다.


속마음을 들키는 데 대한 두려움에는 남의 심기를 건드리거나 우리의 안전과 생존을 보장해 주는 신뢰 관계를 깨고 싶지 않은 심리가 깔려 있다. 우리는 수치심에 휩싸이면서 더 현명한 판단은 뭘까 고민하게 된다. (p. 136)


내가 내 마음 편하자고 남의 불안을 이용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남의 불안을 이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나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 샤덴프로이데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남을 괴롭히는 사람들 중 본인이 인정하지 않겠지만, 자존감이 매우 낮거나 사랑받고 싶은 심리가 어긋난 사람을 매우 많이 보았으니까.


충격적이면서도 공감했던 문장이 있다.

우리 대부분은 힘들어하는 친구를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위해 우리 자신의 가장 끔찍한 불행을 기꺼이 재물로 바친다. 위안과 동지애, 그리고 삶의 고통과 일시적으로나마 그것을 덜고픈 욕구에 대한 공감이 함께하는 순간이다. (p. 147)

내 힘든 이야기를 정말 안 하는 편이라 내가 고통 받던 몇 년간의 일에 대해 모르는 지인이 많았다. 감정쓰레기통 역할에 질려버려서 내가 당한 고통을 남에게는 주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었기도 하고, 굳이 좋지도 않은 이야기를 내 입으로 한번 더 하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그런데 유일하게 내 이야기를 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면, 힘든 일로 고통 받았다고 이야기하면서 본인 기준에서는 편안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내 인생을 부러워하거나 내 성격이 꽤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이다. 사실 이런 일도 있었다며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다는 맥락으로 이야기했지만, 어쩌면 내 마음속 깊은 곳에는 나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숨어있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심리학에 관한 서적을 좋아하는데, 사람의 감정의 역사를 연구한 사람의 책은 처음이다. 긴 세월 연구한 만큼 인간의 감정 중 어두운 부분과 그 속에 담긴 마음까지도 들여다보는 것 같아 내 마음을 분석하면서 읽게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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