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싱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8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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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유명 정치인 렉시 파크스가 자신의 집에서 처참히 살해된다. 유력 용의자는 전직 갱단 출신의 남성 다콴 포스터. 포스터의 DNA가 빼도박도 못하게 그를 범인으로 지칭하고 있다. 해리 보슈의 이복동생인 미키 할러는 다콴포스터의 변호를 맡게 되고 포스터가 절대 범인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 할러는 보슈에게 공조를 제안한다!

경찰국의 분노를 사게 되어 퇴직한 보슈는 할러의 제안을 받아 일을 하는 순간 자신이 내내 몸담았던 경찰 조직과 정면으로 맞서게 되는 상황이 되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데. 할러의 제안을 거절하려던 보슈는 사건과 관련된 찜찜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고, 의뢰인을 만나보며 이미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보이는 사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선을 넘으며 이쪽 저쪽으로 대치되는 상황에서 오는 보슈의 고뇌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사건에 대해 어느 쪽의 '편'이 아니라 만약 정말 다콴 포스터가 진범이 아니라면 실제 범죄자는 여전히 도시를 누비고 다닌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는 보슈는 공조에 협조한다. 누군가의 이익을 위한 게 아닌 오로지 진실만을 위해 일하는 보슈의 프로다움이 책 전반 내내 묵직한 무게감을 실어주며 여기저기 소개되는 '고품격 스릴러'라는 단어의 의미를 오롯이 깨닫게 된다. 숨막히는 서스펜스는 아니었어도 '고품격'이라는 말 자체가 어울리는 고급진 수사물 한 편 시청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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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엄마는 나름의 이론을 갖고 있었어. 항상 말했지, 모든 살인사건의 동기는 결국에는 수치심으로 귀결된다고. 사람들은 수치심을 숨기려고 하고 그러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한다는 거야.

🔖329. 그는 증거와 수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자신과 할러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할러는 재판이라는 맥락에서 증거를 보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 검찰의 주장을 물리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보슈는 증거를 진실로 가는 다리로만 봤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선을 넘어 어둠의 편에 합류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이클코넬리 #크로싱 #알에이치코리아 @rhkorea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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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스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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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던 [메스를 든 사냥꾼]의 최이도 작가의 신작! 첫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장르, 다른 감성으로 돌아왔다.

최고로 잘나가던 레이싱 드라이버 채재희는 경기 중 사고로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고, 재희의 모든 뒷바라지를 떠맡은 매니저이자 엄마 소라의 고향 가로도에 입성하게 된다. 3년 간의 공백을 깨고 제대로 된 복귀쇼를 보여주겠다는 열망 하나로 매일을 훈련하며 하루하루 버티는 재희.

재희는 공백기 동안 가로고등학교에서 임시로 드론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드론 레이싱 예선 출전을 목표로 하는 순박하지만 열정 가득한 학생들, 영서, 태오, 호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담당 선생님인 닮과 일상을 나누며 재희는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을 탐색할 시간을 가진다.

'생각만으로도 눈물 날 만큼 간절히 좋아하고 열망하는 꿈'이라 생각했던 레이싱에서의 사고 이후, 속도만이 최고의 목표였던 일상이 무너진 후의 삶은 재희를 매순간 짓누른다. 자신과의 싸움 그 이상으로도 엄마를 실망시켰다는 죄책감 역시 크게 다가온다. 보여줘야 하고 밟고 이겨야 하는 삶 이외의 다른 삶을 생각지도 못했던 재희는 가로도의 사람들과 일상을 나누며 꿈은 변해도 삶은 계속 된다는(p.212) 사실을 서서히 깨닫는다. 레이싱 아니면 죽음!에 버금가는 극단적이었던 마음을 놓으며 과거의 상처에서 회복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복귀쇼든, 드론부 학생들의 예선 출전 경기에서든 뻔한 결말로 이어지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 일상이라는 건 늘 드라마틱하다거나 해피엔딩만은 아니니까. 실패하고 좌절할 지라도 스스로를 기꺼이 용서하며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매일의 작은 노력이 결국 삶을 이어가게 만든다고 느꼈다. 잔잔하지만 묵직한 감동을 주는 작품. 가로도의 온기 머금은 바닷내음이 책 읽는 내내 곁에 머문다. 휘황찬란하고 빛나는 인생이 아니더라도 꿈이 있고 희망이 있는 사람의 주변엔 반짝임이 있다. 어떤 삶을 선택하든 재희의 앞날을 두손 모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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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대부분은 기대감이 섞인 경멸이었다. 누구든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감정이었다. 원래 사람들은 타고난 것을 열망하며 저주했다.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197. 재희는 지금 느끼는 감정이 기형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정상적인 게 어떤 건지 몰라. 손을 대지 않고 방치했다.

🔖212. 단 한 순간이라도 꿈에서 살았다는 건 축복이었다. 멀어지는 꿈을 억지로 붙잡으려 했던 무한의 노력이 네모난 바퀴를 굴리는 고행인줄 알았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마모된 바퀴는 어느새 둥그런 모양으로 변해 있었다. 꿈은 변해도 삶은 계속됐다.

🔖236. 나아가는 것에는 언제나 책임이 필요했다. 실패와 좌절 속에서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매일의 노력이 결국 소라의 무화과 밭을 일궜다.

🔖314. 숱한 좌절과 원망에서 해방되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실패한 자신을 기꺼이 용서해 주는 것.

#최이도 #체이스 #해피북스투유 @happybooks2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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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까지 비밀이야
안세화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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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자체의 호기심 때문인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짧은 책이 주는 묵직한 생각거리를 던져 주는 책이라 재미가 쏠쏠했다. 웃지 못할 상황에 읽는 나는 비실비실 웃음도 나는 것이 위트까지 담겨 있으니 일석삼조.

주인공 주원은 동창 신태일, 고상혁과 등산 중 조난을 당한다. 고립된 동굴 속에 낯선 남자 백산과 함께 총 네 명은 죽음을 앞두고 있다. 오도가도 못할 곳에 지금 막 마실 물까지 똑 떨어져 버린 것. 죽고 나서 발견될 핸드폰 속 지우지 못한 사진 한 장이 마음에 걸려 배터리가 방전된 폰을 낭떠러지 아래로 던진 후 친구들에게 그간 숨겨 왔던 비밀을 털어놓게 된다. 지금만큼은 어떤 이야기를 해도 괜찮다. '어차피 곧 모두 죽을 테니까.'

자신의 불륜 이야기를 시작한 주원은 친구들의 잇따른 비밀, 술 문제, 도박 이야기를 듣게 되고 낯선 남자 백산에게도 말 못했던 비밀을 털어놓자 설득한다. 그에 고민하던 백산이 던진 말. "저는 사람을 죽여봤어요. 딱 세 번."

타인의 고백 앞에 자신 빼고 다들 미쳤다고 생각하며 의식을 잃은 후 눈을 뜨게 된 주원은 자신이 무사히 구조된 걸 확인한다. 조난 당했던 네 사람 모두!! 각자의 비밀을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그들 앞엔 얼마나 지옥같은 일들이 벌어질까? 예민한 탓인지 백산이 자신들의 주변을 자꾸 서성이는 것 같은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시달림 끝에 일상도 어그러지고 모든 게 예전과 돌이킬 수 없을 지경에 다다른 주원과 친구들의 선택을 보는 심경은 착잡했다.

악인과 선인은 그대로 태어날 수도 있겠지만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신을 어디에다 두고 사느냐에 따라 이런 놈도 됐다, 저런 놈도 됐다 하는 거야. 그 나이 먹도록 그것도 몰랐냐 .'(p.129) 같은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선택은 오로지 자신의 몫. 잘못인 걸 알면서도 순간의 이기적이고, 자기합리화로 점철된 선택은 어떠한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무섭게 경고하는 책이기도 하다. 새해가 다가온다. 내 선택에 언제나 당당한 책임을 질 수 있는, 타고나길 선하지 않았어도 늘 밝은 방향으로 애쓰는 사람이 되길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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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주원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이제껏 혼자 알아온 일을 앞으로도 혼자만 알고 싶다는 관성이 발동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곧 기억해냈다. 지금 이곳에서만큼은 어떤 이야기를 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어차피 모두 여기서 죽을 테니까.'

🔖129. 인간은 희한하다고 했잖아. 좋은 놈 나쁜 놈이 하늘 땅 차이라고. 그놈들이 따로 있는 줄 알았어? 정신을 어디에다 두고 사느냐에 따라 이런 놈도 됐다, 저런 놈도 됐다 하는 거야. 그 나이 먹도록 그것도 몰랐냐.

🔖142. 언젠간 백산이 대가를 치르리라는 오랜 믿음이 무너지고, 그 믿음 아래 애써 묻어둔 잔혹한 현실, 인과응보는 언제나 보장되지 않는다는 실상이 떠오르자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너무 화가 나서 까무러칠 지경이었다.

🔖179. 정의의 신이 속세의 인간 중 무작위로 사도를 골랐다면, 하필 세 사람이 뽑힌 일이 아주 이상하진 않았다. 어차피 세상의 모든 인간에겐 흠이 있으니까. 적당히 비겁하고, 이기적이고, 자기 합리화에 능하고, 득실에 따라 의견을 바꾸고, 때로는 욕망에 굴복하는 정도의 흠을 지닌 자신과 친구들은 사이코 연쇄 살인마를 처단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평범한 인간일 뿐이므로 얼마든지 정의를 구현할 자격이 있었다.

#안세화 #무덤까지비밀이야 #한끼 #오팬하우스 @ofanhouse.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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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정명섭 외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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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주제로 네 명의 이야기꾼들이 각각의 상상력으로 써내려간 미스터리 앤솔러지. 서울이 배경이 된 네 가지의 이야기는 한 챕터가 넘어갈 때마다 새롭고 기발했다. 장르적인 재미도 충분했고, 서울이라는 같은 도시에서도 다양한 저마다의 사연과 그 안에 숨은 감정과 전반적인 분위기들이 스산하고 쓸쓸했던 것 같다.

<사라진 소년, 정명섭> : 40년 전 어린이였던 친구 넷은 비밀을 간직한 뒷산에 올랐다가 자신들의 발견에 놀라 도망쳐 내려오던 중 한 명이 실종된다. 생존자 중 한 명인 찬규는 실종됐던 친구로부터 종이 편지를 받게 되고, 탐정 준혁과 중학생 조수 안상태는 찬규의 의뢰로 조사를 시작한다. 우리가 잊지 않고 끝까지 기억해야 할 사건 뒤 진실은 무엇일까. 상태와 준혁의 케미가 실소가 나면서도 묵직한 과거의 사건을 현재로 끌어와 연결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선량은 왜?, 최하나> : 잔잔한 힐링 드라마로 시작했다가 무시무시한 결말을 이끌어와 임팩트가 강했던 작품. 평온하기만 한 단독 주택, 이웃과의 따스한 정을 나누던 선량을 악에 받치게 한 건 사람일까, 사회일까. 재개발을 둘러싼 이야기에 어느 쪽으로도 확고히 치우칠 수 없는 마음에 내용을 계속 곱씹어보게 됐던 글.

<천사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죽는다, 김아직> : 잘나가는 연극의 주인공 샹지가 단원들과 회식 후 연극의 상황과 똑같은 배경, 똑같은 자세로 죽은 채 발견된다. 함께 회식을 했던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약간씩은 샹지와의 사이가 틀어져 있다. 부정맥을 앓고 있던 샹지의 사인은, 회식으로 인한 과음 때문일까, 아님 타살일까. 연극과 현실을 오가며 추리하는 고등하생 탐정 오느릅의 태연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추리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신촌에서)사라진 여인, 콜린 마샬> : 외국인 작가가 느끼는 서울의 황량함과 쓸쓸함, 어두운 뒷골목 같은 스산한 배경, 지나는 많은 이들 사이에서 두어 발은 떨어져 있는 듯한 외로움을 느낄 수 있었는데 참신하고 좋았다. 히치콕 감독의 영화를 자주 언급하며 어느 날, 어느 바에서 만났지만 갑작스레 사라져버린 여자, 김지혜 혹은 이지혜를 이유도 모른 채 찾고 있다. 서스펜스와 스릴러 영화의 대가인 히치콕 이야기를 계속해서 곁들여서 그런지 내용 전반에도 약간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수 년을 서울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자신을 낯선 이방인으로밖에 느낄 수 없는 감정이 잘 살려져 있어 서울에 대한 색다른 이미지를 체화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인구의 20퍼센트가 모여 사는 대도시 서울은, 거주하는 이들의 수많큼 수없이 다양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생성되겠지. 미스터리 앤솔러지로 모인 글들이라 왠지 서울은 삭막하고, 서로를 모르고, 음산하며 어두울 것 같다는 어렴풋한 느낌도 든다. 15년 전 쯤 나 역시 짧게나마 서울에 거주하며 새벽 출근길에 느꼈던, 뼈까지 시리던 그 추위를 잠시 떠올리기도 했지만, 단편적인 장면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각양각색의 화려함, 낭만, 온기들도 존재하겠지. 흥미 가득했던 서울 미스터리 앤솔러지!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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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겠죠. 돈을 좇는 걸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대신에 나와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고 생각해 보세요. 모든 게 지금 그대로일 수는 없거든요. 때가 오면 잘 보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날서울에서는무슨일이 #한끼 #한끼출판사 @hanki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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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크리스마스 골드 에디션) - 생텍쥐페리 재단 공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미정 옮김 / 더모던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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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는 많은 사람의 인생책이잖아요! 저 역시도 다양한 버전의 어린왕자가 있지만 크리스마스 골드 에디션 너무 예뻐서 탐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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