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까지 비밀이야
안세화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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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자체의 호기심 때문인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짧은 책이 주는 묵직한 생각거리를 던져 주는 책이라 재미가 쏠쏠했다. 웃지 못할 상황에 읽는 나는 비실비실 웃음도 나는 것이 위트까지 담겨 있으니 일석삼조.

주인공 주원은 동창 신태일, 고상혁과 등산 중 조난을 당한다. 고립된 동굴 속에 낯선 남자 백산과 함께 총 네 명은 죽음을 앞두고 있다. 오도가도 못할 곳에 지금 막 마실 물까지 똑 떨어져 버린 것. 죽고 나서 발견될 핸드폰 속 지우지 못한 사진 한 장이 마음에 걸려 배터리가 방전된 폰을 낭떠러지 아래로 던진 후 친구들에게 그간 숨겨 왔던 비밀을 털어놓게 된다. 지금만큼은 어떤 이야기를 해도 괜찮다. '어차피 곧 모두 죽을 테니까.'

자신의 불륜 이야기를 시작한 주원은 친구들의 잇따른 비밀, 술 문제, 도박 이야기를 듣게 되고 낯선 남자 백산에게도 말 못했던 비밀을 털어놓자 설득한다. 그에 고민하던 백산이 던진 말. "저는 사람을 죽여봤어요. 딱 세 번."

타인의 고백 앞에 자신 빼고 다들 미쳤다고 생각하며 의식을 잃은 후 눈을 뜨게 된 주원은 자신이 무사히 구조된 걸 확인한다. 조난 당했던 네 사람 모두!! 각자의 비밀을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그들 앞엔 얼마나 지옥같은 일들이 벌어질까? 예민한 탓인지 백산이 자신들의 주변을 자꾸 서성이는 것 같은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시달림 끝에 일상도 어그러지고 모든 게 예전과 돌이킬 수 없을 지경에 다다른 주원과 친구들의 선택을 보는 심경은 착잡했다.

악인과 선인은 그대로 태어날 수도 있겠지만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신을 어디에다 두고 사느냐에 따라 이런 놈도 됐다, 저런 놈도 됐다 하는 거야. 그 나이 먹도록 그것도 몰랐냐 .'(p.129) 같은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선택은 오로지 자신의 몫. 잘못인 걸 알면서도 순간의 이기적이고, 자기합리화로 점철된 선택은 어떠한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무섭게 경고하는 책이기도 하다. 새해가 다가온다. 내 선택에 언제나 당당한 책임을 질 수 있는, 타고나길 선하지 않았어도 늘 밝은 방향으로 애쓰는 사람이 되길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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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주원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이제껏 혼자 알아온 일을 앞으로도 혼자만 알고 싶다는 관성이 발동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곧 기억해냈다. 지금 이곳에서만큼은 어떤 이야기를 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어차피 모두 여기서 죽을 테니까.'

🔖129. 인간은 희한하다고 했잖아. 좋은 놈 나쁜 놈이 하늘 땅 차이라고. 그놈들이 따로 있는 줄 알았어? 정신을 어디에다 두고 사느냐에 따라 이런 놈도 됐다, 저런 놈도 됐다 하는 거야. 그 나이 먹도록 그것도 몰랐냐.

🔖142. 언젠간 백산이 대가를 치르리라는 오랜 믿음이 무너지고, 그 믿음 아래 애써 묻어둔 잔혹한 현실, 인과응보는 언제나 보장되지 않는다는 실상이 떠오르자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너무 화가 나서 까무러칠 지경이었다.

🔖179. 정의의 신이 속세의 인간 중 무작위로 사도를 골랐다면, 하필 세 사람이 뽑힌 일이 아주 이상하진 않았다. 어차피 세상의 모든 인간에겐 흠이 있으니까. 적당히 비겁하고, 이기적이고, 자기 합리화에 능하고, 득실에 따라 의견을 바꾸고, 때로는 욕망에 굴복하는 정도의 흠을 지닌 자신과 친구들은 사이코 연쇄 살인마를 처단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평범한 인간일 뿐이므로 얼마든지 정의를 구현할 자격이 있었다.

#안세화 #무덤까지비밀이야 #한끼 #오팬하우스 @ofanhouse.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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