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의 가게
이서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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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과 전혀 연관이 없을 때는 쉽게 하던 착각이 있었다. 커피 한 잔에 5천원이면 하루 백 잔만 팔아도 50만원, 그렇게 한달을 문을 열면 1500만원이 월수입이 될 거라는 단순한 착각!! 크크 이젠 안다. 그게 얼마나 택도 없는 이야기인지.

물건값의 10프로는 항상 부가세가 포함되어 있고, 소득에 따라 종합소득세를 또 내야지, 게다가 가게 월세, 인건비, 재료값, 전기세 및 가스비용 등의 유지 관리비. 여차하면 적자다. 수익 문제도 문제지만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이 여자 혼자인 경우 발생하는 문제는 배가 된다. 안 힘든 사업 없고 안 힘든 사장 없겠지만 여자라서 생길 수 있는 현실적이고 씁쓸한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지켜본 느낌이라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도 공마은처럼 곧 나의 일터, 나의 사업장이 생기게 될 시점이라 더 진중하게 읽었고 소설 속 상황들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물론 나는 남편이 있고 지지해주는 든든한 가족이 있으므로 공마은의 상황과 100프로 맞닿아 있진 않았지만 공감가는 구절들이 참 많았다.

나는 여전히 공마은을 응원하고 싶고 곁을 내어주고 싶고, 앞으로도 계속 자신의 영역을 지키며 꿋꿋하게 가게를 지켜나가기를 바란다.

불쾌함과 불안감을 끌어안고 살지만, 내뱉어야 되는지 참아야 되는지를 항상 혼동하지만, 누구를 곁에 둘지 혹은 멀리해야 하는지조차 쉽게 분간하기 힘들지만, 나를 지키기 힘든 상황에 수시로 놓이기 쉬운 장사라는 험한 세상에서 넘어질 듯 흔들리면서도 그냥 하는 그 마음을 응원한다. 나에게 하는 응원이자 기도일지도 모르겠다.

시작도 전에 무수한 변수들과 예상하지 못한 수많은 난관들을 이미 만나고 있다. 세상의 많은 공마은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해야지. 소홀하기 쉬운 내 몸과 마음을 잃지 않고 잘 돌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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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이제 우린 이십대와 작별했다. 지금부턴 현실이다. 왜 어째서 벌써부터 현실이냐고 주호가 술에 취해 말한 적이 있었다. 자기는 아직 끌려 들어가기 싫다고 했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환갑이 다 되어서도 낭만이나 찾아다닐 애라는 걸 알았기에 나는 단호하게 잘라냈다. 주호의 낭만과 우리의 낙관을.

🔖46. 주호는 가성비 높은 삶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만하면 괜찮다는 기준이 너무 낮은 건 아닐까.

🔖81. 그들과 등지고 살려는 건 아니었다. 단지 친근한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도움받을 일을 가급적 만들지 않고, 도움 줄 일도 거의 없었으면 했다. 도움은 간섭으로 쉽게 견질되고, 상대가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어느샌가 상대를 압박하게 되니까. 어리석다고 타박하게 되니까.

🔖89. 이 동네 주민들은 모를 것이다. 가게에서 먹고 자는 자영업자가 있다는 걸. 만일 알게 되어도 그냥 그런 사람도 있으려니 하겠지. 그게 뭐 대수냐고 묻기도 하겠지. 그들에겐 그들의 인생이 있으니까. 각자 자기 몫만큼 힘들고 다채로운 인생이.

🔖105. 다들 정말 열심히 사는구나. 류 팀장도 조현수도 마은 사장도 쉬는 날 없이 열심히 일하고, 먹고살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구나. 적당히 일하고 살면 안 되나. 그럼 먹고살지 못하나. 왜 그럴까. 인간은 원래 죽도록 일하려고 태어났나. 과연 그럴 리가 있나. 그런 이유로 태어나는 존재가 있나... 주호처럼 대책 없이 알바만 하며 사는 것도 문제였지만 너무 열심히 일만 하는 것도 인간답지 않았다.

🔖108. 불쾌하다는 표현을 반드시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전혀 신경 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편이 오히려 더 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쓸데없는 오기와 자존심이 발동했다. 동시에 나의 진심을 나 스스로 외면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만일 그가 내 항의에도 불구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그때 발생할 분노와 수치심을 감당하기가 싫었다.

🔖116. 패를 던지는 게 아니라 공을 굴린다고 생각해. 힘껏 굴리면 그 방향으로 가겠지. 하지만 언젠가 멈출 거야. 그때 다시 힘껏 굴리면 돼. 어디로든 갈 수 있어. 방향은 정하지 마.

🔖253. 이모가 이제부턴 열심히 하지 말고 그냥 하되 나를 잘 돌보라고 말했다. 나의 마음과 몸을 잘 돌보라고. 나는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이서수 #마은의가게 #이서수장편소설 #마은의가게_서평단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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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커 래빗홀 YA
이희영 지음 / 래빗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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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청춘의 달콤쌉싸름한 우정과 사랑 이야기. 서른 둘의 '나우'는 연인인 '하제'에게 프로포즈를 앞두고 절친했던 학창 시절의 친구 '이내'가 키우던 것과 비슷한 고양이의 모습에 이끌려 우연히 어느 칵테일 바에 들어가게 된다. 칵테일을 마신 나우는 13년 전인 열아홉 살의 자신의 모습으로 눈을 뜨게 되는데.

열아홉의 어느 순간에 사고로 친구 '이내'를 잃게 되고 애초에 이내의 여자친구였던 '하제'를 바라보던 나우의 순간들을 알게 된다. 어느새 나는 주인공인 나우의 감정에 함께 몰입이 되었다. 소중한 친구 이내와 영원히 바라만 봐야 했던 첫사랑 하제, 그 사이에서 다가가지도 못하고 멀어질 수도 없는 나우의 애절하고 답답한 마음이 손에 잡힐 듯 느껴진다.

이내는 열아홉에 사고로 죽었고 그랬기에 지금의 자신에게 하제와의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온 거라고 생각하는 나우의 마음은 현재를 온전히 누리지도 못하고 죄책감과 불안감으로 점철되어 있다.

칵테일을 마시고 원하는 순간으로 갈 수 있게 된 나우는 이내의 사고가 나기 전인 열아홉의 순간으로, 하제와 이내가 처음 만나게 되었던 열다섯의 순간으로 갈 수 있게 되는데. 나우는 과거로 돌아가서 이내를 살릴 수 있을까? 하제와의 첫 만남을 이내가 아닌 자신이 나서서 미래를 바꿔볼 수 있을까?

우리는 항상 완벽하지 않은 과거를 후회하고 만약을 꿈꾼다. 만약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의 내 모습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항상 불안해하며 과거에 머물러 사는 우리에게 진정 중요한 "현재"는 속절없이 흘러간다.

시간 여행을 하는 나우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내 과거의 한 시점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했다. 난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인생에 정답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뻔한 이야기가 변하지 않는 진리일 거라고 다시 깨닫는다. 어긋난 듯 느껴져도, 미래가 갑갑하고 불안하기만 하더라도 그 길을 나의 정답으로 만들어 가면 되는 거라고 용기 내본다.

지금 순간에도 잊기 쉬운 중요한 가치인 "바로 지금"을, 타임슬립이라는 환상적인 소재와 더불어 학창시절의 풋풋하고 맑은 우정과 사랑으로 풀어낸 일석삼조의 풍성한 소설이었다. 읽는 내내 소중한 현재를 온전히 느끼며 넉넉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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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한번 지나간 시간은 결코 되돌아오지 않는다. 인생에 '만약'이란 시간은 절대 존재할 수 없듯이.

🔖85. 어른이 된다는 건, 부드럽고 달콤한 것에서 쓰고 독한 것으로 서서히 길든다는 의미였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던 열다섯 소년은 퇴근길에 소주 한잔을 기울일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삶이 절대 말랑말랑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141. 이미 지나간 날들을 아쉬워하며 묶여 있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며 걱정하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요? 아니면 양쪽 모두지요. 늘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며 살지 않습니까. 결국 손님의 시간도 언제나 과거와 미래가 뒤섞여 있을 뿐입니다. 현재는 없죠.

🔖158. 세상은 내 의견과는 상관없는 일들이 너무 많이, 자주 일어난다. 그리고 그 억울한 시간을 묵묵히 견디는 게 삶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전장을 누빈 장수의 몸처럼, 사람의 마음에도 수많은 상흔이 생긴다. 이런 깨달음이 하나둘 늘어 가면 세상은 비로소 그를 어른이라고 부를까.

🔖199. 살아가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쁨과 행복, 감사와 평안, 아니면 불안과 우울, 좌절과 비통, 생각의 조명이 어디를 비추느냐에 따라 유독 그 부분이 도드라져 보일 수밖에 없겠죠.

🔖215. 어른들이 그러잖아.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그러니까 네가 찍은 걸 정답으로 만들면 되지.

🔖252. 다 지난 후에 뒤돌아보니, 아! 내가 그 시간을 어떻게 버티고 견뎠을까? 하지. 막상 그때는 그저 하루하루 사느냐고 그런 생각도 안 들어. 어른들이 그러잖아. 살면 다 살아진다고. 뒤돌아볼 것도 없고 너무 멀리 내다볼 것도 없고, 그냥 지금 발끝만 보고 가면 어디라도 도착해 있는 거야. 결국 사는 건 다 위대한 일이야.

#이희영 #셰이커 #래빗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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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 - 완벽하지 않아 완전한 삶에 대하여
마리나 반 주일렌 지음, 박효은 옮김 / FIKA(피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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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평범함을 알고 있는 사람이 최고가 되지 못하여 낙담하는 순간이 있다. 평범하다는 건 무엇이고, 최고나 성공은 어떤 척도로 판단되는 것일까?

요즘 곳곳에서 채찍질을 받는 기분이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앞서기 위해 시간을 쪼깨고 잠을 줄이고 강박적인 몸매 스트레스나 보여줘야만 하는 성과들을 이루려고 머리카락이 빠질 지경의 사람들이 매우 많다. 정말 나 스스로의 이상이고 만족감인지 반드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를 만나게 된 건 제목부터 강력한 끌림이 있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삶을 향한 찬사라, 읽기 전에는 고개를 갸웃할 만하다. 이 책은 그저 평범해라, 극단적인 성공을 향한 열망을 집어 치우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결과보다 과정을 향한 깊이 있는 애정과 중용의 미학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여러 철학자들의 삶과 이야기뿐만 아니라 작가와 문학 작품까지 예시로 들며 섬세한 시선으로 '그만하면 충분하다'라는 마음의 의미를 되짚는다.

타인을 향한 성급한 판단은 언제나 문제를 일으키고 우리의 삶을 단편적인 모습으로 축소할 우려가 있다. 편견과 편협함을 뛰어넘을 수 있는 현자의 시선을 가질 수 있는 중용의 비법들이 구절마다 기록되어 있어 밑줄 긋기에 여념이 없었다.

요즘 세상에 평범한 삶을 찬양한다라고 하면 어쩐지 어불성설로 느껴지기도 한다. 성공하지 못한 자의 자기합리화 또는 정신승리로 보여지기도 하니까. 책을 읽는 초반에 나도 느꼈던 감정이다. 내 게으름의 합리화를 위한 방편으로 이런 책에 의지하는 건 아닐까, 하고. 결과로써만 보여지고 판단되는 모든 상황들에 홀연히 빠져 나오기는 물론 쉽지 않겠지만 내 스스로의 가치를 지키고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삶을 가꾸어 나가야 진정한 만족감과 행복이 뒤따를 것이다.

숨막히는 세상에서 숨통 트여주는 유식하고 우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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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비대한 자아와 오만한 인물에게는 반감을 가지면서도 평범한 인물과 소소한 이야기에 끌리는 것은 경쟁에서 발을 빼기 위한 핑계이자 자기기만이었을까? 내가 명예와 부, 인정과 유명세를 얻었다면 평범한 삶에 대한 이상을 하루아침에 내팽개쳐버렸을까?

70.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아무리 개인의 성공과 행복의 이상을 "그 무엇도 아닌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한들, 현실을 무시하고 그럭저럭 괜찮은 평범한 삶을 기준으로 삼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우리 자신이 우리가 품은 원대한 야망의 원인이자 결과라고 해도, 우리가 열망하는 진리와 성공은 대개 타인의 성공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삶에 결코 만족하지 못한다.

123. 타인을 한마디로 규정하거나 칭찬과 비난을 퍼붓고 싶은 마음을 자제하고 타인의 불투명성을 인정하는 것은 난해한 책을 읽는 것과 같다. 그것은 위키피디아에서 제공되는 줄거리 요약본처럼 결코 쉽게 읽히지 않는다. 우리는 상대를 성급하게 판단함으로써 우리가 그를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 반면 판단을 유보하는 것은 상대를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124. 떠들썩하고 눈부신 성공은 어떤 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평가(그러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를 가능하게 한다. 그렇게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성공에만 집중해 그것을 쉽사리 판단하고 평가한다. 이력서로만 누군가를 판단하는 것은 그 사람의 영혼을 짓밟는 일이다. 엄격한 평가 등급에 따라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으면 기존의 가치도, 제도적 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존의 가치를 흔드는 것이 '비범한 평범함'이 할 딱 털어야 돼수 있는 역할일지도 모른다.

162. 나는 내 주변에 존재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경이로움을 보지 못한 것이 아니라 보지 않기 위해 눈을 가리고 있었다. 다른 이들과 구별되기 위해, 평범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상업적시거나 싸구려 쾌락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의 미학을 추구했다. 순수한 영혼에 대한 열망과 모든 현실적 감정을 거부한 나의 태도는 일상의 만족으로 가는 길을 막는 걸림돌처럼 나를 평범하여 찬란한 삶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마리나반주일렌 #평범하여찬란한삶을향한찬사 #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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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체중 - 크고 뚱뚱한 몸을 둘러싼 사람들의 헛소리
케이트 맨 지음, 이초희 옮김 / 현암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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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마르고 싶었던 적이 있다. 나는 지나치게 뚱뚱하지도 않고 마르지도 않았으며 그저 보기에 나쁘지 않은 적당해서 보기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왔다. 깡마르는 건 꿈도 못 꾸고 그나마 '적당해 보이기' 위해 나름 얼마나 많이 애썼는지 다시 돌아본다. 게다가 과거형이 아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몸무게와의 싸움을 끝내지 못하고 있다. 아마 나만의 이야기가 아닐 평생의 숙제, 다이어트. 나는 왜 이렇게 몸무게에 집착하고 있을까?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인한 건강의 해악은 사실대부분의 사람들이 분명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다이어트로 인한 체중 감량은 유의미하지 않다고 수많은 통계가 반증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오히려 다이어트 기간으로 살을 뺀 후 지속적인 유지가 더 힘들어질 뿐더러 이후 살이 더 증가하는 사람들을 내 주변에서도 많이 봤다. 그런 반복적인 급격한 체중 감소와 체중 증가는 필연적으로 건강의 악화를 야기한다.

게다가 믿고 싶지 않지만 운동은 체중 감량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운동의 역설]이라는 책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물론 너무도 당연히 운동으로 건강해지는 건 확실하다.

이 책은 비만인을 찬양한다거나 비만도 아름다울 수 있다고 꿈같은 이야기를 나열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이렇게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살을 빼고 예뻐지기 위한 노력을 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 그 뒷편의 시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체질량 지수'의 기준 역시 '누구를' 기준으로 잡아 만들어진 표준 지표인지, 표준 지표라는 의미 역시 누가 "표준"을 특정하는지, 머리가 띵하는 순간이 여러 번이었다. 지배적이고 억압적인 "미"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건데?

뚱뚱한 사람은 왠지 게으르고 나태하고 적절한 일을 수행하는 데 부족할 것 같고 심각한 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그 헛된 상상은 모두 비만혐오에서 시작되고 또 더 심각한 비만혐오를 부른다.

사실 뚱뚱함과 건강의 상관 관계는 있을 수 있지만 인과관계는 아니라는 점, 나도 뚱뚱하면 건강이 안 좋을 거라고 편견에 쌓여 있었지만 정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고 한다. 그 편견 역시 어쩌면 무의식에 누적된 비만혐오에서 나오는 생각들 뿐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고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누구도 나무랄 수 없다. 그래도 가끔 피자도 먹고 싶고 치즈 폭탄인 라자냐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마음 껏 먹으면 슬쩍 죄책감이 들던 내 마음은 누구를 향한 마음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먹고 싶은 걸 먹고 싶을 때 먹을 자유가 있다.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깡마르고 싶던 나는 이제 없다.

"세상은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 당신에게 더 좋은 곳이 되어야 한다. 특히 극히 무의미하지만 널리 퍼진 '미'의 경쟁에 사람들을 자동으로 끌고 들어가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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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끝없는 등급으로 나타나는 몸무게에 집착하는 것은 내가 비만혐오의 기저가 된다고 주장할, 유독한 사회적 위계를 세우는 완벽한 방식인 것도 깨닫기 시작했다. 나아가 비만혐오를 저평가된 심각한 구조적 억압의 형태로 보기 시작했고 끊임없이 나를 숨기려고 함으로써 내가 이 시스템 에 공모한 것도 이해하기 시작했다.

🔖51. 한 종합적인 문헌 조사에 따르면 뚱뚱한 사람들은 수많은 악의적 고정 관념에 시달린다. 우리는 게으르고 규율이 안 잡히고 의지가 약하며 치료나 자기 관리 수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으로 비친다.

🔖58. 뚱뚱함과 건강 사이의 관계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게다가 뚱뚱한 사람이 건강하지 않다는 확신은 대개 걱정을 가장한 '트롤 짓', 즉 우리의 행복을 진정으로 걱정하기보다는 우리를 지배하고 모욕하려는 방식이다.

🔖78. 어쩌면 건걍과 체중 사이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낙인일 것이다. 앞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몸집이 큰 사람들은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낙인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제 이러한 편견의 대상이 될 때 건강에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는 증거가 상당하다.

🔖110. 지난 세기를 거치면서 날씬해지기는 더 어려워졌고 동시에 가치는 더 높아졌다. 이는 분명 우연이 아니다. 이는 실제 가치와 상관없이 성취하기 어려운 것일수록 더 칭송할 만하다고 판단하는, '어려운 것이 더 좋은 것'이라는 오류의 예라고 볼 수 있다.

🔖111. 우리 인간은 우리가 우월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위계를 즉석에서 고안해 내는 경향이 무척 강하다. 인종 차별과 교차하는 비만혐오는 이런 지점에서 탄생했다.

🔖135. 혐오감은 어떤 대상을 향해 한번 생겨나면 쉽게 없앨 수 없는 끈질긴 감정이다. 혐오감은 대상 위에 얼룩지고 퍼지고 스며든다. 더군다나 혐오감은 쉽게 학습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된다. 한 사람이 어떤 대상에 대한 혐오감을 표현하면 이 혐오감을 목격한 다른 사람들 역시 이 감정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전염성 덕에 오염된 식품이나 병원균을 피하는 데 도움을 받았을 테니 진화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다.

🔖249. 결국은 자기 몸이다. 그리고 몸을 줄이고 싶거나 피부를 환히 밝히고 싶거나 콧날을 깎고 싶거나 찡그린 얼굴을 부드럽게 펴고 싶다면 그럴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인생은 힘들다. 그리고 세상의 인종 차별, 유색인 차별, 반유대주의, 성차별, 여성혐오, 노인 혐오, 비만혐오 같은 심한 편견으로 낙인이 찍힌 채 사는 건 더 힘들다. 좀 더 쉬운 길을 선택한다고 해서, 또는 삶을 견디기 위해, 때로는 그저 살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한다고 비난, 모욕, 비판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선택을 내릴 의무도 없다는 걸 알기 바란다. 특히 다른 사람이나 사회, 심지어 외모에 대한 내적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줄어들어야 할 의무는 없다.


#케이트맨 #비정상체중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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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사이의 별빛
글렌디 밴더라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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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앤 K.롤링을 누르고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괴물 신인작가 글렌디 밴더라의 두 번째 소설이라고 한다. 시작부터 이미 기대감 상승!

엘리스는 남편의 불륜 현장을 우연히 목격하고 충격에 빠진 채 쌍둥이 아들 둘과 생후 두 달된 딸인 비올라를 데리고 숲으로 간다. 숲에 가서 생각을 정리하고 결심을 굳힌 뒤 집으로 돌아가던 엘리스는 정신 없던 틈에 딸을 주차장에 놓고 오게 된다. 다시 돌아가는 2km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지옥이라 느끼던 엘리스가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비올라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극심한 괴로움에 술에 빠져 제대로 된 일상을 망쳐버린 엘리스는 자신으로 인해 남은 가족들에게 더이상의 짐이 되는 걸 원치 않고 집을 떠나 자연으로 간다.

한편 레이븐은 광활한 마당이 끝도 없이 펼쳐진 집에서 마마와 단 둘이 살아간다. 마마는 정령이 보내준 기적적인 딸이라며 대자연과 소통하며 타인은 차단한 채 살아간다. 너무도 당연한 일상이었던 레이븐은 불편함이나 의구심조차 없었지만 어느 날 이웃 마을 아이들 재키, 헉, 리스를 만나면서 보통의 일상을 꿈꾸고 누려보게 되는 기회를 얻는데...

레이븐은 엘리스가 숲에서 잃었던 딸이 맞을까? 레이븐은 정말 까마귀가 보내준 땅의 아이인 것일까?

664페이지라는 만만치 않은 두께임에도 지루함 없이 단숨에 읽힌다. 사실 반전이라거나 스릴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엉켜 버린 일상, 망가져 가는 상황들 속에 대자연이 주는 힐링과 그 속에서도 끈끈함을 나눌 수 있는 진심 어린 관계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은근하게 알려준다.

이 책을 중반까지 읽었을 무렵에 지역 내의 봄의 산을 방문했었다. 새소리와 햇살에 반짝이는 초록잎들, 잊지 않고 자라나는 작은 풀꽃들이 너무나 반가웠다. 정상까지 올라서 보는 풍경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고 여러 번 봤던 풍경임에도 가슴이 벅찼다. 그런 자연이 주는 힐링과 여유로움을 느껴본 사람은 자연의 힘을 안다. 알 수밖에 없다. 마무리까지 책을 읽으며 중간에 올랐던 산의 풍경이 계속 오버랩 되었다. 내가 산에서 느꼈던 마음들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느껴졌다.

삶의 고통과 괴로움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도 대자연 속에 있는 내 모습을 떠올리면 또 금세 별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치유와 힐링에 관한 눈부신 이야기였다.

#글렌디밴더라 #나뭇잎사이의별빛 #밝은세상 #자연 #치유 #힐링 #힐링소설 #베스트셀러 #베스트셀러소설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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