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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잘린, 손 ㅣ 매드앤미러 5
배예람.클레이븐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5월
평점 :
매드 앤 미러 시리즈? 나 사실 처음 알았다. 워낙 공포 장르에는 크게 관심 없기도 했었고. 그런데 이게 웬걸! 첫 소개부터 너무 재미있잖아. 이 재미있는 시리즈를 왜 이제야 안 거야?
호러 창작 집단인 '매드클럽'과 장르 작가 공동체 '거울'의 콜라보 프로젝트라고 한다. 매력적인 한 문장이 서로 다른 작가의 상상력과 만날 때 어떤 글들이 탄생할까? 캬. 이번 책의 한 문장은 바로 '바다에서 거대한 손이 올라왔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두 작가의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 한 문장으로 이런 글을 만들어 내다니??!! 기껏 호미곶의 랜드마크인 바다 위의 손만을 떠올린 나, 자중해...
코즈믹 호러라는 장르는 살짝 생소했는데 설명 불가, 이해 불가, 정체 불명 등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존재를 맞닥뜨림에서 오는 인간의 무력감이 중점이라고 한다. 코즈믹 호러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면 내용에 집중하기 더 좋을 것 같았다.
배예람 작가의 [무악의 손님]에서는 은근한 공포와 점차적인 전개로 몰입도가 높았고, 주인공 희령의 어릴 적 트라우마가 성인이 된 이후의 삶의 모습에도 깊게 각인된 모습이 인상 깊었다. 클레이븐 작가의 [바다 위를 떠다니는 손] 역시 공포의 극치를 보여줬고 휘몰아치는 전개와 잠수정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더 조여오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의 심리까지 잘 보여준 감성적 작품을 꼽자면 [무악의 손님]이 좋았고, 괴이스럽고 적나라한 공포를 보자 하면 [바다 위를 떠다니는 손]이 좋은 것 같다.
매드 앤 미러 시리즈만의 특별한 미션, 작품마다 시리즈의 상징인 매미 찾기와 각 작품에 스며들어 있는 다른 작품의 흔적 찾기는 색다른 재미를 더해줬다! 이렇게 기발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라니. 이야기가 끝나고 각 작가의 7문 7답까지 재밌고 흥미롭다. 마지막까지 빼놓을 것 없이 재미있었다는 이야기. 쓰다보니 내가 많이 흥분한 채 리뷰를 쓰고 있는 듯한 느낌이네. 색다른 공포물, [당신의 잘린, 손]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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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무력함 다음으로 찾아오는 건 언제나 체념이었다.
🔖26. 다미는 석후가 '한 번도 슬픔을 경험한 적이 없는 인간만이 지울 수 있는 표정'을 짓는다고 했다. 그래서 거슬린다고, 오싹할 때가 있다고 불평했다. 저런 사람들이 가끔 있다고, 근데 평생 한 번의 슬픔도 겪지 못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그러니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슬픔을 남에게 떠넘기며 살아온 거라고.
🔖27. 불운의 사고로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이 영원한 죄책감 속에 머무른다는 이야기는 석후처럼 슬프지 않은 사람에게 말하기엔 너무 무거웠고, 이보다 더 큰 불행을 짊어지고 사는 사람에게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가벼웠다.
🔖42. 내 슬픔은 아주 길고 깊어서 듣다 보면 진저리를 치게 될 거야. 트라우마라는 건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과는 다르거든. 나를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지 않아. 현실의 트라우마는 아주 너저지분하고 역겹고 소름이 끼쳐. 그래도 네가 나를 받아들일까? 내 슬픔을 이해할까? 과연 네가 할 수 있을까?
#배예람 #클레이븐 #당신의잘린손 #텍스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