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유럽에서 트레킹과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로 떠오르는 노르웨이의 로포텐! 나에게는 낯설고 새로운 도시였다. 여행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상황들과 불확실한 긴장감이 주는 낯설고도 달콤한 자극을 선사한다. 직접 두 발 딛고 하는 여행뿐 아니라 타인의 여행기를 책으로 접할 때 역시 나는 비슷한 설렘을 느낀다.책을 읽으며 나 역시 작가와 함께 고되지만 뿌듯한 여행을 한 기분이다. 북극권의 작은 도시 로포텐, 나도 언젠가는 무작정 떠나볼 수 있을까?시작부터 고난이었던 작가의 일정에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종종 들었지만 대자연 앞에 서서 순리를 수긍하고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인상 깊었다. 투덜댈 만한 상황이 꽤 많았는데 의연한 모습에 이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가야 로포테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자연이 주는 광활함과 위로는 세상의 어떤 것에도 비할 데가 없다고 나 역시 느낀다. 당장에 로포텐으로 날아가고 싶지만 책으로나마 아쉬움을 달랜다. 그런데... 사실 처음부터 계속 느꼈던 건 내가 사는 거제의 곳곳과 책 속의 로포텐 모습이 많이 겹쳐 보인다는 점. 물론 여러 면에서 비교할 만한 스케일은 아니라고 해도 거제의 곳곳을 돌아 다니며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흠뻑 즐겨온 나의 시선으로는 뒤처지지 않을 아름다움이 우리 거제에도 있다고 느꼈다. 좀 여유가 생기면 책 속의 작가처럼 나도 달랑 배낭하나 메고 텐트 하나 챙겨 들고 사람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거제 곳곳의 아름다운 곳을 무작정 돌아보고 싶다고 느꼈다. 비행기도, 배도 타지 않아도 되는 내 주변 공간도 새롭게 보고, 느끼고자 하면 거기가 어디든 대자연은 두 팔 벌려 날 맞아주지 않을까.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새로운 꿈을 퐁퐁 꾸었다. ⋱⋰ ⋱⋰ ⋱⋰ ⋱⋰ ⋱⋰ ⋱⋰ ⋱⋰ ⋱⋰ ⋱⋰ ⋱⋰ ⋱⋰⋱⋰ ⋱⋰⋱⋰⋱⋰🔖31. 빗소리가 자장가처럼 아름답게 들린다든지 하는, 감성을 촉촉하게 자극하는 그런 것들은 없었다. 정도가 없는 대자연 앞에서 나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에 불과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두려워도 순응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내가 자연의 한 요소로 섞여 드는 과정을 겪는 건 아닐까? 눈이 내리든, 비가 오든, 날이 맑든 흐리든, 텐트 하나에 의지의 대자연 속에서 지내야 한다. 나는 언제든 자연의 순리를 수긍하고 따라야 하는 존재이다. 이런 날씨를 원망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75. 하지만 그것을 포기라 여기지 않았기에 미련은 없었다. 나중을 기약하며 잠시 미뤄둔 것 뿐이다. 섬은 늘 그 자리에 있고 산은 새롭게 탈바꿈 하고 있다. 내 의지만 있으면 된다. 언젠가 계단이 모두 놓인다면 그때 꼭 오르겠다고 다짐하며 로포텐을 다시 찾아야 하는 이유로 남겨두었다.🔖303. 로포텐은 내게 산을 오를 때처럼 일상에서도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조급해하지 말고 나만의 속도로 묵묵히 걸어갈 것 그러다 보면 뜻하지 않은 행운도 찾아올 것이다. 로포텐은 나의 무의식 속에서 유영하다가 어느 날 또다시 나를 그곳으로 이끌 것이다. 그때는 또 섬에 새로운 모습을 찾아다니며 기억 속 색채를 다채롭게 칠할 것이다.#김규호 #바다위의알프스로포텐을걷다 #미다스북스 @midas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