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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오 크뢰거
토마스 만 지음, 문미선 옮김 / 북산 / 2022년 10월
평점 :
아주 짧은 독일 문학이다. 독일 문학의 거장으로 알려진 "토마스 만"은 부끄럽게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독일 문학이며 세계 고전문학이지만 짧은 시간에 완독할 수 있는 사이즈라 부담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 고전은 고전인가 보다. [토니오 크뢰거]에 깊은 영감을 받아 추천을 하는 사람도 종종 봤지만 내가 글을 다 읽고 난 후의 감정은 일단 난해했다. 문단도 자주 나뉘어 있어 가독성도 좋고 어려운 단어나 어휘가 머리 아프게 하는 일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마음이 어려웠다.
그래도 확실하게 좋았던 점을 꼽으라면,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뛰어나다. 나조차도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애매한 감정 상태를 술술 잘 풀어 표현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토니오가 사랑하고 동경했던 한스 한젠과 잉에 홀름에 대한 이야기들이며, 작가가 되고 나서도 진정한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뇌하고 자신을 성찰하며 유려하게 글로 표현해놓은 걸 보면 무릎을 탁 쳤다. 특히 잉에보르크 홀름에게 반하는 순간을 묘사한 장면이 정말 반짝이게 아름다웠다.
성장하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랑과 이별, 고독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이 있었기에 토니오는 결국 예술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한 번 읽었을 때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도 두 번째 읽으니 조금은 눈에 들어오는 것도 같았다. 연관이 없어보였던 성장기의 사랑, 이별, 고독의 감정을 단 한 번도 잊었던 적이 없음을 깨닫고 그 시간들이 자신이 현재의 예술가로 자리잡은 계기가 되었음을 확인한다.
'두 세계 사이에 서 있고 어느 세계에도 안주하지 못하여 힘이 든다'고 이야기하는 토니오 크뢰거는 '예술'과 '시민'은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따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적이고 평범한 것에 대한 깊은 사랑이 사람을 예술가로 만드는 요인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 같다. '~같다'라고 적은 이유는 역시 확실하지 않은 나만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내가 읽고 이해한 내용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인지 아리송해서 개인적으로 난해함을 느끼게 한 책이라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절대 어둡거나 무거운 책은 아니고 작고 맑은 빛을 담고 있는 책임에는 분명한 듯하다. 이번에는 연이어서 두 번 완독을 했지만 좀더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꺼내어 읽으면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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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그 당시 그의 심장은 살아 있었다. 그 속에는 갈망이 있었고, 우울한 질투와 약간의 경멸, 그리고 온전하고 순결한 축복이 있었다.
40. 행복이란 사랑받는 것이 아니며, 그런 사랑은 허영이나 채우려는 역겨움이 뒤영킨 만족이라 스스로 말해왔기 때문이었다. 행복이란 사랑하는 것이며, 어쩌면 사랑하는 상대에게 살짝 다가가는 조그만 기회라도 포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65. 정상적인 것, 예의바른 것, 사랑스러운 것이야말로 우리가 동경하는 세계이며, 삶은 그것들이 유혹하는 평범함 속에 있답니다! 세련된 것, 기괴한 것, 악마적인 것에 처음부터 깊이 빠져서, 정직한 것, 소박한 것, 활기찬 것에 대한 갈망이 없는 사람 ㅡ약간의 우정, 헌신, 친밀감, 인간적 행복에 대한 갈망이 없는 사람 ㅡ 그런 사람은 예술가가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요. 사랑하는 리자베타, 예술가가 되려면 남모르게 애태우는 그리움, 평범한 것의 환희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67. 삶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온갓 기교를 동원해 그들을 우리의 삶으로 골어들이려 애쓰는 것, 그들의 삶을 섬세함, 우울함, 그리고 문학에 병들어 있는 온갖 고상함 쪽으로 끌어들이려 애쓰는 것, 그건 모순이죠. 지상에서 예술 세계가 커지면, 건강하고 순진무구한 세계는 줄어들어요. 그러니 우리는 그중에서도 아직 남아 있는 것들을 아주 조심스럽게 보존해야 하고, 스냅 사진들이 들어 있는 승마 교본을 즐겨 읽는 사람들이 시를 읽도록 유흑해서는 안 될 일이죠!
#토마스만 #토니오크뢰거 #북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