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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소년이 파랗지는 않다
조지 M. 존슨 지음, 송예슬 옮김 / 모로 / 2022년 12월
평점 :
작가 소개를 꼭 먼저 하고 싶다. 1985년생, LA에서 활동하는 흑인 논바이너리 작가이자 활동가이다. 2022년 타임지 선정 '올해 떠오르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소개에 붙은 '논바이너리'에 눈길이 간다.
●논바이너리 : '비규정'이라는 의미로 기존의 젠더 이분법, 즉 여성과 남성의 성별 구분에서 벗어난 것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성을 특별히 정의하지 않으며 기존 개념 중 한가지로 규정되는 것도 거부한다.
흑인이면서 퀴어의 삶을 살며 정체성을 억압당하고 폭력적인 시선과 상황들을 겪어야 했던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의 이야기를 묶은 회고록이다. 자신조차 스스로를 정의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웠던 시기의 이야기들을 시간 순서대로 차분하게 담담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담았다. 읽는 동안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앞을 가린 내용도 많았다. 내가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이 누군가는 쟁취해야만 하는 일이고 아직은 빛조차 보이지 않는 깜깜한 일들인 것만 같아서 책을 읽는 나조차도 마음이 무겁고 힘들었다. 다수를 이루기 위해, 그 안전함에 속해 있기 위해 많은 소수들은 짓밟히고 억압을 당하고 있었다. 내가 알지 못했던 시간을 보내고 있을 소수들에게 엄청난 힘을 주는 책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트라우마, 폭력, 혼돈, 우울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기 자신을 찾아낸 작가가 정말로 멋지다. 누군가가 정의내리고 남자로서, 여자로서 기대하는 당연한 시선과 개념들을 과감하게 밀어내는 그 과정들이 매순간 얼마나 힘겨웠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지만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음을 확인하고 용기있는 목소리를 내기로 한 것이다.
정의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힘있는 다수에 의해 규범이 만들어지고 '정상'이라는 이름을 붙여 범위 밖의 사람들은 '정상이 아닌' 무리라는 낙인이 찍히며 스스로가 스스로의 존재를 거부해야만 하는 현실이 이대로도 괜찮은 건지 의문이 들었다. 그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줄 알아야 할 것 같다. 모든 소년의 기본 색으로 정의되는 '파랑'의 의미도 다시 돌아보자. 모든 소년이 파랑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누구도 차별 당하거나 억압받을 이유는 없다. 좀더 다양하고 찬란한 색으로 빛날 세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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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주류 사회는 순전히 다름을 억압하려고 '정상' 개념을 세운다. '정상' 바깥에 놓인 사람은 억압받을 수밖에 없다.
16. 어렸을 때부터 늘 내가 다르다는 걸 알았다. 그때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지만, 지금은 남들과 달라도 괜찮다는 것을 안다. 다르다는 건 내긴 아니라 나의 문화적 환경에 문제가 있어 내가 나의 것이 아닌 삶을 억지로 살아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26. 이미 니른 억압으로써만, 즉 진짜 모습을 숨김으로써만 안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만한 나이였다. 솔직히 말하면 또래 아이들은 때로 잔인한 법이니까. 결국 나는 정체성 갈등을 말끔히 봉합해냈다. 적어도 그때는 그랬다고 믿었다. 다섯 살에 이미 세계 정상급 배우가 되어 여성성을 의심받는 일 없이 남자아이들과, 또 여자아이들과 어울렸다.
30. 결과와 의도는 언제나 저마다의 역할이 있다. 그날 패거리의 의도가 무엇이었건간에 그것이 남긴 결과는 나를 영원히 바꿔놓았다.
85. 이런 이중생활을 위해 나는 끊임없이 투쟁해야 했다. 현재에 충실한 흑인이 되려면 스트레이트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을 매 순간 느꼈다. 눈물을 감추려고 미소와 웃음으로 꽉 찬 가면을 써야 했다. 많은 흑인이 그런 가면을 쓰고 살았다.
202. 커밍아웃한 게이로 살고 싶은 욕망 못지않게 내 안에는 남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부담감이 존재했다. 미디어가 게이를 다루는 방식을 보거나 직접 정험한 것들로 미루어 보았을 때, 게이로 산다는 것은 그리 자축할 일이 못 되었다. 대학 캠퍼스에 왔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런 질문들은 언제나 참견과 무신경함으로부터 톡 나오는 것이었지 진정한 관심에서 비롯되는 법이 없었다. 나의 순간이 찾아오기만을 그토록 기다렸건만, 아직도 나 스스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여기저기서 커밍아웃 사연을 듣는다. 좋게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그런데 그 순간이 있기까지의 과정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 사람이 그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술하게 벽을 님어서려고 애썼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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