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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인간
구희 지음, 이유진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평점 :
이 세상 사람 모두가 필독해야 할 책이다. 기후와 환경에는 항상 관심이 많아서 관련 서적을 종종 읽긴 했는데 가장 가독성이 좋아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내용도 알차다.
최근에 계속 대두되는 기후위기에 대해서 귀엽고 아기자기한 웹툰으로 '구희'의 일상을 그린다.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주인공은 이제 더이상 이전의 상태로 살 수는 없다. 그렇다고 또 환경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 완벽한 삶을 살 수도 없다. 우리는 이미 존재만으로도 탄소를 뿜어내고 있다.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 문화, 친환경이라는 말로 눈가림만 할 뿐인 거대 기업들, 조경이나 미학을 위한 불필요한 거리 설치물들, 육식 문화.. 사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환경을 해치고 있다. 일회용품을 쓰게 될 때는 항상 찜찜하고 불편한 마음은 들지만 어떤 식으로, 어떻게 환경에 도움되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 제대로 몰랐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작가는 이야기한다. 너무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나 알고 실행하는 것과 여전히 모른 채 사는 것과는 분명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재활용을 잘 하는 것, 그것만으로 환경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활용을 해야 하는 물건들을 애초에 소비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배달 음식 한 번에 무수히 사용되고 쉽게 버려지는(재활용되는) 물건들을 보면서 마음의 불편함을 느끼고 소비 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육식을 줄이고 전기와 물도 아끼고 쓰레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삶을 위해 개개인의 목소리가 쌓이고 쌓여 결국 정부와 거대 기업에서부터 서서히 바뀌어 나가야 한다.
친환경을 위해 텀블러를 십수 개 사는 것, 환경을 위한 에코백이 수없이 만들어지고 쓰임 없이 버려지는 행태는 대체 어떤 환경을 위한 일인지 모르겠다. 우리 개개인 모두 제대로 알고 더 '잘' 살기 위해 더이상의 노력을 늦추지 않아야겠다. 개개인이 계속 목소리를 내고 전 세계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이다.정말 모두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기후위기는 우리 모두의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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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조만간 계절의 아름다움은 동화책에서나 존재하게 될지도 몰라요. 우리가 알던 봄의 모습은 변했고 심지어 봄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봄바람의 따뜻함이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올해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까? 다가올 날씨를 걱정하는 나 비정상인가요?
80. '기후위기', '환경보호' 사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단어다. 멀쩡하게 잘만 사는 내게 현실을 들이민다. 솔직히 모른 척하고 싶다. 살던 대로 사는 게 편하니까. 그러나 모르던 시절의 나로 살 수도 없다. 나는 어디까지 외면할 수 있을까? 기후위기 시대, 나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내가 살던 그대로 사느냐. 알게 된 만큼 변화하며 사느냐.
118. 대멸종 시기에는 언제나 급격한 '기후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지금, 지구는 이산화탄소 증가로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그럼 요새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탄소량이 늘었나요? 바로,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산업의 발전 때문입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재해가 일어나지 않는 한 이산화탄소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데 인간이 그 재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렇게 들으면, 산업혁명 시기부터 지구온난화가 시작됐다고 생각하겠지만 배출된 탄소 중 절반 이상이 불과 30년 사이에 배출되었다고 합니다.
185. 고기와 생선을 먹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라 생각하는 게 야생동물들도 동물을 사냥해 먹고 예전 조상들도 수렵해서 먹었으니까. 지금 다만 우리는..너무 많이 먹고 있지. 그러니까 싸고 쉽게 많-이 고기를 얻기 위해 이루어지는 공장식 축산이 제일 문제라는 거지? 저렴해지니 온갖 음식, 가공식품에 들어가고...흔하고 간편한데 심지어 맛있다고 생각하는 걸 어떻게 자제하지?
280. 욕망에 따라 사회는 더 빨리, 더 많이 생산했다. 욕망과 탄소 배출량은 비례했다. 수단을 가리지 않는 욕망은 자연을 고갈시켰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풍요롭게! 더 '잘' 살아보려는 우리 인간들의 오랜 욕망은 어쩌면 '기후위기'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324.쓸데없는 자원 낭비보다 더 걱정인 건 계절마다 갈대숲을 밀어버리는 일이다. 다큐멘터리 속 뱁새는 분명 갈대숲에 둥지를 틀었다. 지저분하다며 밀어버리는 갈대숲은 뱁새의 서식지이다. 서식지가 사라지면 새들이 사라질 것이고, 오히려 모기와 날벌레가 늘어날 것이다. 벌레가 많아지니 이번엔 살충제를 뿌린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조경 관리일까?
354.고기뿐일까요. 사실 제 일상은 이런 타협과 후회의 연속입니다. 전 모순적입니다. 과성장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트렌드에 가슴이 설레고 급할 땐 택시를 타기도 하고 보상심리로 소비를 하기도 합니다. 환경을 파괴한다는 아보카도, 아몬드, 커피를 포기하지 못합니다.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신념대로 '완벽하게' 살 수는 없다는 걸요. 그럼에도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기후 문제는 단지 환경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모순덩어리입니다. 존재 자체로 탄소를 배출하고, 쓰레기를 만듭니다. 그 사실이 저를 괴롭게 합니다. 하지만 그러므로 더, 덜 부끄러운 삶을 살고 싶습니다.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인간의 삶에서 모순을 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그렇다면 '최선을 다하는 자'가 가장 아름다울 테니까요. 허무주의는 세상을 바꿀 수 없어요. 삶은 어쨌든 계속되니까요. 그러니 환경에 대해 말하는 것을 눈치보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모두 모순적이고 서로를 헐뜯기엔 남은 시간이 아까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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