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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포크 아일랜드 - 누구나 마음속에 꿈의 섬 하나쯤은 있다
존 번스 지음, 송예슬 옮김 / 윌북 / 2023년 9월
평점 :
"누구나 마음속에 꿈의 섬 하나쯤은 있다"
섬 여행이라고 하면 마음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온통 맑은 바다로 둘러싸인 인적이 드문 곳. 왠지 흐르는 시간도 정확히 알 수 없을 것만 같고 조용하고 한적한, 고립된 듯한 느낌을 주는 곳. 오히려 그래서 더 자유롭고 풍요로운 곳!
책 자체만으로도 소장가치 넘치는 《킨포크 아일랜드》를 읽으며 미지의 세계 속 많은 섬들을 탐험했다. 정말 듣도 보도 못했던 많은 곳들을 따라 나서며 내 존재의 작디 작음을 느꼈다. 전세계 18곳의 섬들을 사진과 글로 소개하며 가는 방법, 볼거리와 명소, 숙박할 곳과 알아두면 좋을 정보들까지 알려주는 친절한 여행 서적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여행 서적이라는 말만으로는 전체를 묶을 수 없는 울림이 있었다. 사진 덕분인가, 친절하고 다정한 글 솜씨 덕분인가 한 챕터 한 챕터인 각각의 섬에 한참을 머물게 된다.
기다림이 불편한 일이 아니게 되는 것, 기다림의 시간은 느긋하게 앉아 구름을, 흔들리는 야자수를, 황금빛 모래사장에 찰싹이는 청록색 바닷물을 구경할 기회가 되는 것(p.246). 그게 바로 섬여행의 묘미인 것이다. 언제나 정신 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미지의 섬을 향한 꿈을 꾸게 해준다. 언젠가는 책 속의 곳곳을 향해 떠나는 꿈을 꿔 보기도 하지만, 사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지친 마음과 피로가 풀어진다.
여행을 하면서도 여행을 꿈꾸는 인생이 아닌, 일상을 좀더 유유자적한 마음으로 여행하듯 지낼 수 있는 시선과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게다가 나는 이미... 섬에 살고 있는 걸? 아닌 말이 아니라 세계 곳곳의 섬들을 보여주는 사진에서 내가 사는 곳과 비슷한 이미지들도 간혹 보였다. 삶을 여행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하루를 온전히 곱씹어 맛볼 수 있는 여유와 풍류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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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모래사장 위 텐트에 누워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를 밤새 듣는 것은 최고의 캠핑 경험일 것이다. 바다 저편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대도시의 불빛이 깜빡이고 있지만, 적어도 이 섬에 있는 동안은 꼭 우주에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87. 작고 평범한 종이 위에도 모든 가능성은 존재한다. 고향과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질 머나먼 바닷가의 흔적이 거기 실려 있기 때문이다.
🔖245. 오늘날의 여행자들은 섬의 느긋한 리듬을 익히기 위해 굳이 수십 년씩이나 섬에 있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섬다움'의 감각을 키우는 것이다. 미국 메인주에 있는 아일랜드 인스티튜트 설립자 필립 콘클링은 섬다움을 '시간 감각을 흐리는 공간과 특별하게 연결된 듯한 감정'으로 정의한다. 콘클링이 《지오그래피컬 리뷰》에서 쓴 표현을 빌리자면, "무엇을 할지 안 할지는 그날그날의 파도와 바람과 태풍의 리듬이 결정한다." 잠시 왔다 가는 방문객들에게는 이러한 패턴이 낯설 테지만, 섬다움의 감정은 섬 생활의 가치와 관점을 수용하며 비로소 체득할 수 있다.
🔖246. 섬에서 삶의 속도는 시간이 좌우하지 않는다. 그러니 여행자들도 애초의 일정일랑 잊는 게 속편하다. 정해진 시간이 없는데 서두를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부유하는 열대 구름, 또는 저물지 않는 햇빛의 미묘한 변화, 무엇에 속도를 맞추건 간에, 섬의 시간은 느긋하게 하루의 맛을 만끽하라며 여행자들을 초대한다.
#킨포크아일랜드 #킨포크 #윌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