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대사와 사이비역사학
젊은역사학자모임 지음, 역사비평 편집위원회 / 역사비평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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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학계에서 풀기 어려운 오래된 숙제 중 하나가 고대사 문제다. 수 천년 전에 있었던 일을 후대 사람들이 '있던 그대로' 기록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동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각자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그 서술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는 일이니 세월의 무게가 켜켜이 쌓인 고대사 해석은 어찌보면 불가능의 영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런 이유로 우리의 고대사는 오래 전부터 수많은 고초를 겪었다. 파란만장했던 우리의 역사가 덧대어지면서 역사학계 내부에서 치열한 진실 공방이 현재까지도 펼쳐지고 있다. 이른바 강단사학자와 재야사학자들은 상대를 사이비(似而非), 식민사관 계승자로 치부하며 경멸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오랫동안 누적된 갈등으로 인해 지금은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협력의 통로가 아예 차단된 상태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겠다.

많은 전란을 겪으며 우리의 귀중한 사서들이 대부분 불타 없어진 것이 비극의 씨앗이라고 볼 수 있겠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조실록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우리 민족은 스스로의 역사에 대한 자긍심이 높았으며 역대 왕조마다 국사를 편찬하는 일을 게을르하지 않았다. 그래서 고구려는 영양왕 때 이문진이 <유기> 100권을 요약한 역사서인 <신집>을, 백제는 근초고왕때 고흥이 <서기>를, 신라는 진흥왕 때 거칠부가 <국사>를 편찬했으며 고려시대에는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편찬해 삼국시대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겼다. 

우리의 시각으로 기록했던 역사서들이 지금도 남아 있다면 오래된 과거사에 대한 기록과 인식이 혼란을 겪지 않아도 될터인데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임나일본부설을 시작으로 역사 왜곡을 밥먹듯이 해 온 일본은 물론, 최근 들어 동북공정에 나서며 전방위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는 중국의 사료에 의존해 우리의 고대사를 추정하고 해석해야 하는 것은 비극이다.

중화주의를 앞세운 춘추필법으로 자신이 천하의 중심이며 주변 나라를 모조리 오랑캐로 인식했던 중국이 고대사의 기록에 있어서 진솔하게 자신과 이웃나라의 역사를 기록했을 거란 믿음은 어리석은 허상이다. 한국 고대사 연구를 위해 불가피한 방법으로 현재 남아 있는 중국과 일본의 사료를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한 기록들이 사실이라는 기조 아래 한국사를 바라본다면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오래 전에 배웠던 우리의 역사는 반도라는 좁은 영토에 갇혀 자율적인 역사적 발전을 이루지 못한 채 중국와 일본이라는 이웃 나라에 의해 타율적으로 나라의 운명이 결정되었던, 부끄럽기만 한 역사였다. 당파성, 반도적 운명론, 정체성, 타율성, 사대주의 등 온갖 부정적인 인식들이 덧씌워졌다. 그에 대한 반작용이었던 지 나는 한동안 조선시대 이래의 사대주의 사관과 일제 강점기를 통해 고착화 되었던 식민사관을 탈피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국내 사학자들의 책을 주로 읽어 왔다. 

그들의 주장에는 일맥상통하는 흐름이 있다. 우리 민족의 첫 국가였던 고조선이 중국의 역대 왕조와 자웅을 겨룰 정도로 강대국이었으며, 영토 또한 서쪽으로는 지금의 북경과 맞닿았고 만주와 연해주를 아우르는 광대한 땅을 통치했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고조선이 멸망한 후 설치했다는 한사군 또한 한반도가 아니라 지금의 중국 요서나 요동지역에 잠시 존재했다가 고조선 유민이나 고구려 세력에 의해 소멸되었다는 주장이다. 백제와 신라 또한 지금의 한반도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중국 내륙에까지 진출해 있었다가 이후 한반도로 이동해 왔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이들은 중국의 사료나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는 지명을 해석하는 데 있어 기존 사학계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현재는 요하가 요동과 요서의 경계로 인식되고 있지만 고대에는 북경과 가까운 난하, 대릉하 등이 요동과 요서를 가르는 강이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영토 해석이 완전이 달라진다. 또한 <삼국사기>에 나타나는 지명들 역시 현재와 과거 중국에도 존재했던 지명이라는 것을 근거로 백제와 신라가 현재의 중국 본토 깊숙이 위치하고 있었다는 주장을 편다.

강단사학계에서는 이러한 역사 인식을 이유로 재야 사학계를 사이비라고 비난한다. 비판의 범주를 넘어서 상당히 폭력적인 언어로 그들을 매도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들의 해석에 오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광대한 영토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한반도는 부끄럽고, 광활한 만주대륙과 중원땅은 자랑스러운 것이냐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인식이 일본의 제국주의나 중국의 천하관과 어떤 차이가 있냐는 지적도 한다. 이웃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아가야 할 다음 세대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걱정도 한다.

양쪽 모두의 주장에 모두 일리가 있는 한편, 또 치명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강단사학계는 실증사학이라는 명분으로 현재 남아 있는 중국과 일본 사료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고 존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웃나라의 사료와 일치하지 않는 우리 측 사서와 자료에 대해서는 후대의 위작이라거나 오류라고 치부하기까지 한다. 우리의 기록은 불신하면서 역사 왜곡과 허장성세로 일관하고 있는 주변국들의 시각에 동조한다는 것은 위험한 역사 인식이 아닐까 우려된다. 현재 우리 사학계를 장악하고 있는 그들이 자신들의 스승인 이병도, 이기백의 허위와 오류에 대해 얼마나 명확하게 선을 그으며 역사적 실체에 접근할 수 있을까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 또한 많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재야사학계 역시 한계가 뚜렷하다. 노론 이후의 사대주의 사관과 일제강점기 조선사편수회의 우리 역사 왜곡에 분노하며 치를 떨다보니 그것을 탈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나치게 국수주의적 역사 해석에 치중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지적이 있다. 역사는 흐름이다. 지엽적인 기록 하나에 집착해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다 보면 치명적 오류를 저지를 수 밖에 없고 대중의 공감과 지지도 잃게 되는 명약관화한 일이다. 


신뢰할 수 없는 주장으로 조롱당하는 순간 제대로 된 고대사를 규명하기 위해 사료를 뒤지고 현장의 유적들을 찾아 헤매고 있는 순수한 재야 역사학자들의 연구 성과까지 훼손할 우려가 있다. 당장 유뷰브를 보더라도 이해하기 힘든 황당한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인 학술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기본적 소양을 갖추지 못한 일부의 비전문가들로 인해 역사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재야 사학자들이 사이비로 폄하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역사 문제는 소속과 이념, 정파, 사사로운 인연에 얽매어 네 편 내 편 나뉘어 싸울 일이 결코 아니지 않은가.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우리 역사학계로 바로 서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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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삼국지 100년 도감 지도로 읽는다
바운드 지음, 전경아 옮김, 미츠다 타카시 감수 / 이다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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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삼국지를 탐독한 적이 있었다. 중국 드라마는 물론 삼국지 관련 국내 서적(설민석의 삼국지, 김운회 교수의 삼국지 바로 읽기, 이문열 삼국지, 이중텐의 삼국지 강의 등)도 몇 권 읽었는데 후한 쇠퇴기부터 5호16국시대 사이의 그리 길지 않는 시간에 등장하는 인물과 지명, 사건들이 많다 보니 세부적인 역사의 흐름이 잘 읽히지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여기에 진나라의 역사가 진수가 편찬한 정사 삼국지에 기술되어 있는 역사적 사실과 삼국지연의에서 창작한 내용들까지 비교해서 읽으려면 쉽지 않은 작업이다.

동네 도서관을 찾아 한참 구경을 하다 자연스레 삼국지 관련 익숙한 책에 손이 갔다. 예전에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넣어 두었다가 결국 사지 못했던 책이었는데 잘됐구나 싶어 2주간 대출해서 읽어보기로 했다. <지도로 읽는다 삼국지 100년 도감>이라는 책은 184년 황건적의 난으로부터 시작해 280년 오나라가 멸망하는 순간까지 후한이 조조의 위(魏), 유비의 촉(蜀), 손권의 오(吳) 삼국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다툼을 벌였던 100여년 간의 역사를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지도와 3D 이미지를 통해 독자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텍스트만 읽어서는 머릿 속에 판세가 제대로 그려지질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여러 책을 읽어 보아도 도대체 중국의 어느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지, 이 싸움이 향후 삼국의 세력 다툼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는 지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다. 각 페이지마다 다양한 지도를 통해 전반적인 삼국시대 중국의 세력 판도, 각 전투가 펼쳐진 지역과 전황들을 축약하여 보여주고 있어 삼국지 전체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

중국 대륙이 넓다고 한들 후한시대 이후 삼국시대의 주요한 각축이 펼쳐졌던 곳은 황하와 장강을 중심으로 하는 중원지역이었다. 삼국지 3대 전투라고 흔히 불려지는 관도대전, 적벽대전, 이릉전투 역시 그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정통 한족의 세력권이 그리 넓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춘추전국시대의 비교적 좁은 강역에서 탈피해 주변의 이민족을 포섭, 정복하는 과정을 통해 당, 청대를 지나 오늘과 같은 거대한 영토를 확보하게 된 중국의 원동력을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은 삼국지에 관한 새로운 해석이나 주장을 내세우는 책은 아니다. 중국의 지리와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대부분의 삼국지 독자들에게 삼국지의 내용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지도와 도감을 통해 도움을 주는 것이 목적이니 딱 그 정도로만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각 장마다 시대적 흐름에 따른 주요한 사건을 기술하거나 주요 인물에 대한 평가를 하기도 하지만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지고 감수를 맡았던 탓인지 대부분의 지도에서 요서나 요동, 혹은 한반도 일부까지 중국세력의 범위로 반복하여 표현되어 있는 데다 그 해석까지 편향적인 것이어서 상당히 눈에 거슬리고 거북스럽게 느껴졌다. 일본 코에이사의 삼국지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우리와 중국의 고대사가 인식될테니 안타까운 일이다. 중원의 조(曺), 파촉의 유(劉), 강동의 손(孫)씨가 천하를 놓고 다퉜으나 결국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것은 사마씨의 진나라였으니 이것도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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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단순한 것의 힘 - 인생을 바꾸는 미니멀워크, 개정판
탁진현 지음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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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라이프' 바람이 한차례 지나간 지 오래다. 불필요한 것들을 비어내고 삶을 단순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요즘 트렌드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이런 사조가 처음엔 신선하게 느껴져 자발적인 행동의 변화를 유도했다면 지금은 일종의 강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수많은 책과 유명강사의 특강 등이 우리에게 단순한 삶을 강요하는 듯 하다. 중요한 것은 무작정 버리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만 가지고 주변을 단순하게 잘 정리하면서 사는 게 아닐런지.


미니멀라이프 또한 다양한 여러 삶의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이것이 정답인 것처럼 강요하는 것은 지나치다. 나 역시도 미니멀라이프의 취지에 깊이 공감한 사람이라 시간날 때마다 책상 서랍을 정리하고 책장에 꽃혀있기만 한 책들을 치우고, 쓰임새가 없어진 것들을 버리곤 한다. 종이책을 사기 보다는 전자책 대여를 통해 독서의 습관을 유지하는 것 또한 내 나름의 미니멀라이프 실천방식인 것이다. 이상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빈자리를 또 무언가가 금새 채워버린다는 점이다. 


얼마전에 전자도서관의 책들을 살펴보다 흥미로운 책 한권을 골랐다. 탁진현 대표의 <가장 단순한 것의 힘>을 선택한 것은 우선 단순한 디자인에 눈이 끌렸던 것이 큰 이유인 것 같다. 제목 역시 심플하면서도 구미를 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이 책의 특징은 HOME, OFFICE, MIND의 세 항목으로 분류하긴 했지만 미니멀워크, 특별히 일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탁진현 대표는 단순함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소 이름이 이채롭다. 단순함을 연구하는 곳이라니.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니 강의 프로그램 운영, 잡지나 교재, 카달로그 등의 제작도 하고 있다. 이곳의 단순함이란 세련된 심플함으로 뜻하는 것으로 읽혀진다. 기업과 관공서를 위한 책자 제작이라 아쉽다. 출판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취약한 분야인 표지나 지면 디자인에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는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미니멀리즘은 나같은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삶의 방식이다.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혹은 그런 쓰임새 조차 없더라도 과거의 추억이 담겨 있어 함부로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그러다보면 불필요한 물건들로 공간이 채워져 정작 중요한 것들이 설 자리를 잃어버린다. 


지내보면 안다. 지금 당장 필요 없는 것들은 그 언젠가가 되더라도 마찬가지다. 혹시라도 필요가 있다고 한들, 지극히 낮은 확률에 기대어 제한된 공간을 내어주는 건 엄청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뻔히 잘 알고 있음에도 실행하지 못하는 것이아야말로 제일 어리석은 사람이라며 매번 반성하지만 타고난 천성이 쉽사리 바뀌지는 않는다. 그래서 눈에 띄는대로 이런 책을 읽는다. 단순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반성하고 새롭게 바뀌려는 시도를 다시금 해보게 된다. 


물론 이 책 한 권을 읽었다고 해서 당장 내 삶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과거에도 단순한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책들은 많이 읽었었다. 그나마 그런 책들의 도움으로 조금이나마 내 주변이 정리가 된 것일수도 있겠다만. 미니멀라이프를 가르치는 책들의 내용은 다들 비슷하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가장 단순한 것의 힘>은 일의 방식에 그 방점이 찍혀져 있다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우리 삶에 있어서 일을 빼놓고 얘기할 순 없다. 직장인의 경우 눈 뜨고 있는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낸다. 그렇다면 단순한 삶을 실천하기 위해선 사무실의 환경과 직장에서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만 한다. 그것이 일상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또한 일을 잘하는 노하우이기도 하다. 내게 특히 다가온 부분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책을 버려야 성장한다는 대목이다. 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디자인이 이쁜 책을 모으는 데도 관심이 많다 보니 책장 가득 책들이 꽃혀 있다. 고백하건데 인테리어와 자기 만족의 방편에 불과한 것이지만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책에 대한 집착을 끊기가 무척 어렵다. 이따금씩 필요없는 것들을 일제정리하기도 하지만 어느새 또 빈자리가 채워져 있다. 


어떻게 바꿔야 할까. 탁진현 대표는 책을 삼(buy)에서 책을 삶(life)로 전환하라고 얘기한다. 중요한 것은 책을 읽고 보관하는 행동이 아니라 그 책의 내용을 일상에서 실천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자아느냐이다. 책에 집착하는 이유가 단지 지식욕이라면 비워냄이 옳다는 지적이다. 소유하는 즐거움이 아니라 책을 통해 내 삶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것이중요하다. 


일의 방식보다 생각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을 버리다는 주제에 관심이 갔다. 누구나 잘 아는 이야기일 것이다. 미국의 은퇴 전문가 어니 J. 젤린스키는 저서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가 하는 걱정의 40퍼센트는 절대 일어나지않을 것들에 대한 것이고, 30퍼센트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 22퍼센트는 사소한 것들에 대한 것이고, 4퍼센트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한 것이다. 나머지 고작 4퍼센트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이다. 그러나 4퍼센트의 일들에 대해 걱정하는 것 역시 쓸데없는 일이긴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 일을 제어할 수 있으니 말이다."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우리가 하는 걱정의 대부분은 불필요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신체와 감정의 에너지만을 소모시키는 걱정에서 해방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삶을 충만하게 하는 급선무이다. 


너무 많이 생각하는 습관 또한 마찬가지다. 좋은 아이디어가 갑작스레 머릿 속에서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다. 재빨리 메모를 하든지 하고는 바로 잊어버려야 하는데 또 그것이 쉽지가 않다. 여기에서 온갖 생각들이 연이어 줄줄이 비엔나처럼 실타래가 되어 나온다. 잠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온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오는 생각들은 대부분 불필요한 잡념과 걱정일 때가 많다. 이럴 때 생각을 끊어내는 좋은 방법을 저자는 소개하고 있다. 


제일 먼저 방을 정리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침구를 개어넣고 바닥을 쓸면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깨끗하게 비워진 방처럼 머릿속도 정리된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일의 능률이 오른다는 이야기다. 실제로도 방 정리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세계 최정상 인물들의 성공 노하우를 조사한 <타이탄의 도구>라는 책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들은 하루의 첫 30분이 이후의 12시간을 결정한다고 한다. 잠자리를 정리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힘으로 하루의 첫 과업을 달성한다는 뜻이고 이것이 이 날의 다른 과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은 당연해 보인다. 


두 번째로 명상을 권하고 있다. 명상의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이 됐다고 한다. 오랫동안 명상을 해온 사람들의 대뇌 MRI를 촬영한 결과 대뇌피질이 보통 사람들보다 두꺼운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대뇌피질이 발달하면 감정조정 능력이 향상되고, 명상 상태에서는 뇌파가 평소의 베타파에서 알파파로 바뀌는데 사람들은 이 상태에서 창의력과 집중력을 극대화한다고 한다. 명상은 분주하게 일을 하다가도 가능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것은 걷기 명상이라고 추천한다. 명상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걷기에 집중함으로써 잡념들을 떨쳐낼 수도 있으니 이보다 좋은 마음 다스리는 방법이 또 있을까. 


세 번째 방법은 몸을 바쁘게 하는 것이다. 육체적인 노동에 집중함으로써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뇌를 쉬게 하려면 단순하게 몸 쓰는 일을 해줘야 하는데 일상적으로 하는 설거지나 빨래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빌 게이츠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설거지 담당을 자처했다고 하니 그동안 간간이 했던 설거지를 아예 전담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사찰에서 스님들이 '울력'을 통해 몸을 고되게 하는 것 또한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편이다. 


지은이는 책의 말미에서 40일 미니멀워크 실천 프로젝트 리스트를 만들어 독자들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도와주고 있다. HOME ①미니멀하우스 만들기 ②새는 돈 줄이기 ③가볍게 살기,  OFFICE ④미니멀오피스 만들기 ⑤잡일 최소화하기 ⑥덜 중요한 일 버리기, MIND ⑦사람 스트레스 줄이기 ⑧생각 버리기 ⑨중요한 것만 남기기 등이다.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되지 않았다. 새로운 마음으로 리스트로 체계회된 40일간의 미니멀워크를 실천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시도일 수 있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에 있다. 머릿 속으로 아무리 좋은 생각을 하고, 계획을 꾀한다한들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어떠한 변화도 생길 수 없는 법이니까. 책상을 정리하고 자고 난 이불을 개고, 집 근처를 산책해보는 것들은 지금 당장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우선 게으름에 익숙해진 몸을 움직여보자. 내가 움직이면 세상이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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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출판사 수업 - 좋아하는 일 오랫동안 계속하기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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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연이 있었던 것인지 시간이 날 때마다 여러 종류의 책들을 읽게 되면서, 자연스레 책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게 됐다. 덕분에 남의 일로만 여겼던 저자가 되어 인세라는 걸 받아보기도 했고, 이제는 새로운 책을 낼 욕심으로 하루하루의 일상을 버티고 있다. 책을 발간하는 과정에서 몇 군데의 출판사를 접하게 되면서부터는 한발 더 나아가 내가 직접 출판사를 차려 책을 만드는 작업을 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자못 진지하게 하고 있다.


출판 시장은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1인 출판사들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디지털 출판으로 전환되면서 출판 과정이 보다 분업화되다 보니 과거처럼 많은 자본과 전문적인 지식 또는 기술이 없다고 해도 충분히 수행 가능한 과업으로 여겨지는 까닭인 듯 보인다. 물론 멋 모르고 무모하게 뛰어드는, 열정만 가득찬 지망생들도 여전히 많을테지만 말이다.


이렇듯 꿈과 열정, 그리고 출판업계의 신데렐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들도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세나북스의 최수진 대표가 펴낸 <1인 출판사 수업>이라는 책도 이 범주에 속한다. 지난해 말 이 책을 발간했으니 그녀는 올해로 1인 출판 6년 차에 접어 들었다. 그동안 여러 책을 펴냈고, 앞으로도 출판 리스트에 많은 책들을 추가해 나갈 것이다.


그녀는 책 한 권 자비출판한 경험이 계기가 되어 출판을 시작했다고 한다. 주변에서 누가 1인 출판사를 한다고 하면 일단 말리고 부터 한다는 그녀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준비 없이 시작하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제대로 꿈을 펼칠 수도 없기 때문이란다.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고 조금이라도 더 쉽게 1인 출판사로 정착하도록 돕고 싶은 마음에서라고 하니 나같은 지망생들에겐 더 없이 고마운 사람이다.


책에는 그녀가 1인 출판사를 시작하게 된 인연을 시작으로 1인 출판사로 성공하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 것인가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현재 그녀의 삶에 꽤나 만족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1인 출판사를 희망하는 누구나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엄청난 성공은 아닐지라도 1인 출판사 대표로서 몇 년 간 회사를 유지하고 책 만들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자체가 생각만큼 만만한 일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만 준비한다면, 출판사 선배의 친절한 충고에 잘 응답할 수만 있다면 1인 출판사는 한번 도전해 볼만 가치가 있는 매력적인 일이다. 중요한 것은 왜 1인 출판사를 하려는가 하는 것이 아닐까. 남들에게 꽤 멋있어 보이는 직업으로, 혹은 손쉽게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허황된 꿈에 사로잡혀 이 일을 시작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무언가에 이끌린다면 우린 그 일을 해야만 하겠지만 무엇이 우릴 이끌고 있는 지부터 냉철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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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 - 초보 시골 생활자의 집 고르기부터 먹고살기까지
엄윤진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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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한 도시생활에 지쳐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한적한 시골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대부분 그 시작은 막연한 동경이나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그 출발이 촘촘하지 못했기에 낭만적인 시골생활을 꿈꿨던 많은 사람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게 마련이다. 시골 생활은 그리 녹록치도 않고 낭만적이지만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기, 운명처럼 이끌려 시골로 내려와 잘 어우러져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출판사에서 일하다 13년 동안을 아이들의 독서와 글쓰기 지도를 하며 살았던 사람 엄윤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서울 아낙이 홀홀단신 가족을 떠나 아무 연고도 없는 가야산 산자락 아래 마을에 터전을 잡은 지도 십 년이 훨씬 넘었다.

그 인연은 길을 잃음으로서 시작된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이끌려 들어선 산길에서 그녀는 운명처럼 아소재를 만났다. 5년 동안이나 새 주인을 찾지 못해 방치되었던 한옥이 온기를 되찾는 순간이었다. 계약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마음 속으로 이미 서울에 있던 짐을 하나둘씩 이 집에 옮겨 놓고 있었다고 하니 운명의 짝을 찾는 기쁨이 이런 것이겠지.

건물이 네 채인 집 마당에 서서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이름을 짓는 것이었다. 본채에는 내가 다시 태어나는 곳이라는 의미로 아소재란 이름을 지었다. 나 아(我), 소생할 소(蘇), 집 재(齋). 주로 한옥 숙박체험공간으로 활용되는 집에는 비가 별처럼 쏟아지던 날에 성우당이라는 이름을, 주방 공간으로 사용하는 집에는 웃으며 맛을 낸다는 뜻의 소미재라는 좋은 이름을 붙여줬다. 창고로 사용하는 공간은 기어대장간이라 불렀는데 지금은 어엿한 북카페가 들어섰을 지도 모르겠다.

많은 어려움을 이겨 내면서 그녀는 아소재에서 여러 해 동안 삶의 의미를 찾으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오래된 한옥을 손보고, 그곳에서 남의 도움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애썼을까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순간적인 충동에 이끌려 시골생활의 쓰디쓴 실패를 맛보지 않으려면 뭐 하고 먹고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먼저 찾아야만 한다.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의 저자 엄윤진 역시 그 주제에 집중하고 있다. 그녀는 앞뒤 재지 않고 무작정 집 계약부터 하고 시골 한옥에 눌러앉은 초보 시골 생활자라고 자기를 소개하고 있지만,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그녀가 좋아하고, 시골에서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 찾아는 해답을 오롯이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그만한 노력과 재주가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넉넉한 돈만 있다고, 혹은 도시생활에 싫증이 난 탓에 시작한 무모한 시골생활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차근차근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삶의 방식을 꿈꾸고 준비하려는 사람에게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는 친절한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 분명하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아소재에 잠깐 시간을 내 다녀와 봐야겠다. 자연 속에서 느긋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나의 시골생활을 미리 꿈꾸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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