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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나은 사람 - 나를 지키며 더 나은 일과 삶을 향해 나아가는 법
최갑수 지음 / 얼론북 / 2022년 6월
평점 :
꽤나 오래 전부터 최갑수 작가의 글과 사진을 좋아 했었다. 그래서 웬만한 그의 에세이들은 빼놓지 않고 섭렵했었는데 어느 순간 책 읽는 자체에 싫증을 느낀 탓인지 책과 멀어지게 됐다. 그런데 또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간사한 탓인지 조금 멀어지고 소원해지다보니 그의 최근 행적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요즘 그는 어떤 글들을 쓰고,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고 있을까.
예전처럼 쉽게 책을 사지 않는다. 습관처럼 매달 책을 구입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짠돌이가 됐다. 두고두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일지를 몇번이고 고민한 뒤에 마침내 책을 주문한다. 주문했다 곧바로 취소하는 사람들이 늘어서인지 알라딘은 정말 빛의 속도로 책을 발송해 버리더라. 물론, 다시 반품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은 일단 발송된 책을 다시 되돌려 보내지는 않는다는 걸 인터넷서점들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한동안 궁금했던 최갑수의 신작 구매는 사진 에세이도 아니고, 출간된지 2년도 훨씬 지난 책이다. 이 책을 어떻게 분류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프리랜서로 20년 가까이 밥벌이를 하며 작가 세계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로서 후배들에게 남기는 생생한 경험담? 성공 스토리? 어줍잖은 꼰대가 새로 시작하는 청춘들에게 남기는 충고의 말들? 그 어떤 표현으로도 정확히 설명하긴 어려울 것 같다.
작가 최갑수다운 글이 아니라서 이 책을 고르긴 했는데 막상 총알처럼 배송되어 온 책을 접하고선 조금 주저했다. 책을 잘못 산 거 아닌가. 제 잘난 맛에 사람들에게 충고질이나 하는 그런 흔하디 흔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책을 펴기 주저했다. 어찌보면 전혀 그런 것이 들어있지 않다고 얘기하기도 어렵겠지만 중간에 책을 집어던지지 않고 계속 다음 장을 넘기게 만드는 데에는 일단 성공했다.
식상한 글이 아니라서 잘 익힌다.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한다. 나 역시 한 곳에서 이십 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사실 이렇게 오랫동안 이 일을 하게 될 줄, 젊을 때에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기 때문인 것인지, 아니면 어찌 됐건 잘하지는 못해도 잘 적응하면서 꾸준히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이만큼 세상을 살아보니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각자의 방식이 생기게 된다. 성공과 실패의 경험들에서 얻게 되는 값진 교훈들도 있다. 이러한 것들이 지금 프리 워크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 혹은 앞으로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나 역시도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프리 워커로서의 삶을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다. 그 시작점이 언제가 될지, 또 막상 시도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지만 꾸준히 마음먹고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그 결실을 맺을 날이 오겠거니 하는 마음이다.
인생 선배이자 프리 워크을 몇 걸음 일찍 시간한 최갑수가 던지는 충고의 이야기는 거창한 것이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선 그게 시간이든 돈이든 친구든, 뭔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건 지극히 당연한 충고다.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좋은 작품을 쓰는 것보다 우선은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지적 역시 귀담아 들어야 할 얘기다. 해야 하는 일을 하다 보면 잘하는 일이 되고, 잘하는 일을 계속하다 보면 그 일을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따뜻한 격려에 가깝다.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해야 하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