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사
차하순 외 지음 / 세종연구원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우리 현대사에 대한 관심으로 읽게 된 책이지만 사실 조금은 실망스럽다. 이 책의 공저자인 16인의 학자들의 성향이 어떠한 지는 애시당초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개인의 가치관, 성향에 따라 물론 달라질 수 있겠지만 역사를 연구하고, 일반 대중들에게 가르치는 사람들의 시각에 있어서는 학문하는 사람의 꼿꼿함과 객관성이 담보되어야 함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 책의 머리말은 읽는 이의 머리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16명의 필진을 대표한다는 차하순, 이인호, 한영우, 남시욱 등 4인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를 "심각한 상황에 이른 한국 현대사의 왜곡을 바로잡아 보겠다"는 충정에서라고 밝히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우리의 역사학계가 좌편향된 역사관을 가진 학자, 교육자, 문화계 종사자들에 의해 왜곡되었다며 우편향된 역사관을 설파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우려는 책의 본문을 읽으며 현실로 드러났다. 역사적 진실은 어떤 경우에도 특정한 사관에 의해 왜곡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이 좌편향이든, 우편향이든 기울어진 시각이 진실을 가리고 오류를 확대 재생산하게  되면 우리는 정녕 역사를 올바로 배우고, 그 배움 속에서 과거의 과오를 깨우치고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영영 놓치게 될 지 모른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유영익이 쓴 건국 대통령 이승만의 업적과 유산 편이다. 그는 건국 대통령 이승만이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비판론자들에 의해 지나치게 폄하되었다는 것을 지적한다. 물론 그의 주장에도 귀기울여 볼 필요는 있다. 험난한 식민지 시대에는 변절치 않는 독립운동가로, 독립 이후에는 국가의 기틀을 잡은 초대 대통령의 업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통일국가 건설을 이루지 못한 점, 철저한 반공 이데올로기와 독재정치로 민주주의를 억압한 과오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는 글 말미에서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공7 과3'이라는 말로 건국 대통령을 칭송하고 있다. 그의 주장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 사실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가 얘기하고 있는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이라는 것이 참 해괴망칙하다.

그는 이 대통령이 이룩한 여러 가지 업적 가운데 반드시 기억해야 할 중요한 업적으로 미국식 대통령제의 확립,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63만명 수준의 질 높은 상비군 육성, 농지개혁 단행, 국민의무교육 이행, 양반제도의 근절과 남녀평등의 실현, 기독교의 보급과 확신을 나열하고 있다.

미국식 대통령제가 의원 내각제 방식보다 우리 실정에 더 맞는 통치체제라는 것에도 동의하기 어렵고, 63만명 상비군 육성 또한 6.25 전쟁의 결과물일 뿐이지 이 대통령의 업적이라 보긴 어렵다.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기독교를 보급시키고 개신교 신자가 대폭 늘어난 것이 대통령의 업적이라는 시각이다.

엄격하게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어 있는 헌법 정신을 위반하면서도 기독교를 보급시킨 것은 업적이 아니라 엄청난 과오이며, 헌법 정신을 위배한 처사일 뿐이다. 논리적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 탓에 그의 다른 주장들에도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지나친 종교 편향적 시각이 우리 현대사 속에서 수많은 갈등과 증오를 잉태했다는 것을 여전히 자각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은 안타깝다.

<한국현대사>라는 책 속에는 군데군데 공감하기 어려운 주장이 난무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책의 독자들에게 한국 현대사 뒷편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을 걷어내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엄중한 경고를 보내주고 있다. 이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은 충분히 있다고 봐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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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연구 2021-03-24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의 주장에 별로 공감이 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