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과 비송
[사안]
甲과 乙은 합의이혼을 하고 자(子)인 A는 甲이 양육하여 왔다. 그 후 甲과 乙 사이에 A의 양육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여 甲은 乙을 상대로 A의 양육비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양육비청구는 합의이혼후이 청구까지의 과거의 양육비와 그 이후의 장래의 양육비로 나누어진다. 장래의 양육비청구는 민법 제837조, 가사소송법 제2조 1항 2호 (나)목마류 3)호에의해 비송으로 처리하도록 되어 있지만, 과거의 양육비청구에 대해서는 민법 등에 명확한 규정이 없다. 법원은 甲의 청구를 비송으로 처리하여야 하는가?
[판결요지] <다수의견(비송)>
"한 쪽의 양육자가 양육비를 청구하기 이전의 과거의 양육비 모두를 상대방에게 부담시키게 되면 상대방은 예상하지 못하였던 양육비를 일시에 부담하게 되어 지나치고 가혹하며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어긋날 수도 있으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반드시 이행청구 이후의 양육비와동일한 기준에서 정할 필요는 없고, 부모 중 한 쪽이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위와 그에 소요된 비용의 액수,그 상대방이 부양의무를 인식한 것인지 여부와 그 시기, 그것이 양육에 소요된 통상의 생활비인지 아니면 이례적이고 불가피하게 소요된 다액의 특별한 비용(치료비 등)인지 여부와 당사자들의 재산 상황이나 경제적능력과 부담의 형평성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분담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
<반대의견(소송)>
"이혼한 당사자의 아이의 양육에관하여 가정법원이 비송사건으로서 행하는 심판은 어디까지나 아이의 현재와 장래의 양육에 관한 사항을정하거나 이미 정하여진 사항을 변경하는 절차이지, 지나간 과거에 마땅히 이행되었어야 할 부양에 관한 사항을 다시 정하거나 이미 지출된 비용의 분담에 관한사항을 결정하는 절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보충의견(비송)>
"이혼한 부부 각자가 분담하여야할 과거의 양육비의 비율이나 금액을 장래에 대한 것과 함께 정하는 것도 민법 제837조 제2항에 규정된 자의 양육에 관한 처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가정법원이 자의 연령 및 부모의 재산상황 등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심판으로 정하여야 할 것이지, 지방법원이 민사소송절차에 따라 판정할 것은 아니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해설]
비송의 필요성
법원은 민사분쟁을 소송으로만 처리하지 않고 비송이라는 특별절차로도 해결한다. 비송이 필요한 이유는소송이라는 절차를 통해서는 적절히 해결할 수 없는민사분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소송의 절차상의 주된 특징은 당사자의 자기책임을 기조로 하는 변론주의로 대표되는 것들이다. 대립하는 당사자가 존재한다는 분쟁의 쟁송성, 요건사실 존부를 확정할 필요성, 변론주의 등이 그것이다. 반대로 비송의 특징은 법원이 후견적으로 개입하여 분쟁을 신속히 해결한다는 목적에서그 절차의 특징이 소송절차와 정반대의 성격을 갖는다.
판례와 학설
대상(전원합의체)결정(다수의견)은 다수의 이익을 위해 법원의 합목적적 재량에 의한 신속한 처리가 요구된다면 비송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대결 1984.10.5,84마카42 참조).
반대로 반대의견은 권리의 존부를 판단해야 하므로 비송이 아닌 소송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보충의견은 민법837조에서 말하는 양육에 관한 사항에 과거의 것도 포함되므로 당연히 비송이 된다는 해석이다.
학설은 먼저 소송사건은 법규를 적용하여 분쟁을 해결한다는 사법작용이지만, 비송사건은 국가가 사인 간의 생활관계에 개입하여 명령처분을 한다는 민사행정이라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구별의 기준을 원칙적으로 국가작용의 성질에서 찾는 입장이 있다. 다음으로 명확히 구별하는 것을 포기하고 실정법의 형식적 구분에 따라, 비송사건절차법의 적용 또는 준용가능성에 의해 구별한다고 주장하는 입장이 있다. 그러나 어느 설에 의하건 실정법에 비송사건으로 규정되어 있는 사건을 소송사건으로 구분하지는 않는다.
비송의 특징
비송의 특징에서 본다면, 비송사건이란 사인 간의 계속적 생활관계의 유지 · 진행에 적합한 법원의 재량적판단이 신속히 요구되는 사건이다. 이 사안에서 甲의과거의 양육비청구는 결국 권리의 존부에 관한 사건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손해배상으로서의 의미를 부정할수 없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甲으로서는 미리 청구하는 것도 가능했으므로(아니면 합의이혼 시 당사자 간에양육에 관한 합의도 가능했을 것이다)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형태가 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는 반대의견이 타당하다.
그러나 반대의견에 따르더라도 과거의 양육비의 구체적인 금액은 과거의 양육비이건 장래의 양육비이건소송으로 처리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 양육비의 금액을 정하는 것은 법원의 합목적적인 재량이 필요함을부인할 수 없고, 반대로 과거의 양육비의 구체적인 금액도 소송이라고 한다면, 장래의 양육비청구도 비송이 아닌 소송사건이 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분쟁인 과거의 양육비청구를, 그 권리의 존부는 소송으로, 그 구체적인 금액은 비송으로 나누어 처리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소송과 비송의 조화
특정 사건을 소송 또는 비송 중 어느 쪽으로 처리하는지는, 결국 그 사건을 어느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당사자나 법원에게 가장 적합한가를 토대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소송과 비송이라는 이분법적인 틀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어차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면, 그 처리 형태도 소송과 비송의 어느 한쪽으로 명확히 대처할 수 없다는 논리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자의 중간적인 형태의 처리방법도 고안할 수 있다.
과거의 양육비청구도 실질적으로 양육비에 관한 것이므로, 과거의 것과 장래의 것을 전체로서 하나의 절차에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함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비송절차 내에서 과거의 양육비를 청구할 권리가 甲에게 인정되는지 여부에 한해서만은, 소송적인 면을 도입하여 해결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요컨대 법원이 당해 권리의 존부에 한해서만은 당사자에게 변론을 요구하여, 그에 따라 권리의 존부를 명확히 한 다음, 그 금액을 비송으로 정한다는 절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혼인무효의 소와 그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의소를 병합하여 심리하는 경우, 손해배상의 금액 등 민사소송사건 특유의 쟁점에 대해서는 변론주의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밖에 장래의 양육비청구는 당연히 가정법원이 처리해야 하고, 과거의 양육비도 가정법원에서 위와 같은 절차적 배려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타당한데, 甲이 만일지방법원에 제소하였다면 그 지방법원은 법34조1항에 의해 가정법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대결 1980.11.25, 80마445).
성년의 자에 대한 과거의 부양료의 구상청구는 가사비송사건으로 청구할 수 있다(대결 1994.6.2, 9스11). 반대로 투병 중인 아들의 병원비 등을 부담한 어머니가 아들의 배우자인 며느리를 상대로 한 부양료 구상청구는 소송사건이다(대판 2012.12.27, 2011다96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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