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상의 신의칙
[사안]
甲은 A와 공동으로 부동산 X를 매수하였고, 다시 X를 B에게 명의신탁하였다. 이때 B에게 명의신탁을 하게 된 것은, A의 언니인 이 B가 자신의 남편에게 다액의 채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이 채권을 확보할목적으로 A에게 B를 소개하여 명의신탁절차를 적극적으로 주선했기 때문이다. 명의신탁이 성립하자 乙은 B를 상대로 남편의 채권이 자신의 채권인 양 대여금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B의 결석으로 자백간주로 판결됨)을 받았다. 이 승소판결로 乙이 甲에 대해 강제집행을 신청하자, 甲은 乙을 상대로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Z의 강제집행신청은 인정되는가?
[판결요지]
"채권자가 채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제3자의 부동산을 채무자에게 명의신탁하도록 한 다음 동부동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하는 따위의 행위는 신의칙에 비추어 허용할 수 없다할 것인바, 원심이 같은견해에서 Y의 甲에 대한 강제집행은 신의칙에 반하고권리남용이나 반사회적 행위에 해당되어 허용할 수 없다."
소송상의 신의칙의 의의
원래 신의칙은 민법, 특히 채권법에서 발달한 일반조항으로, 민사소송의 영역에서도 적용되어 민사소송법 제1조로 규정되었다. 당사자는 신의칙에 따라 소송을 수행해야 함과 동시에, 그에 위반한 소송수행은 당사자가 의도한 본래의 효력을 갖지 못한다. 민사소송법의 규정에는 신의칙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 있다.
즉, 법 149조나 법349조 등이다. 신의칙은 명문의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도구(설명적 개념) 로서, 그리고 명문의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직접 적용되는 것(실천적 개념)으로 보충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밖에 권리남용과 협의의 신의칙은 구별되지만 보통 광의의 신의칙으로 권리남용을 포함하여 사용된다. 판례에서도 대상판결에서 보듯이 보통 신의칙과 권리남용이 동시에 사용된다.
소송상의 신의칙의 필요성
대상판결은 소송상의 신의칙이 적용되어 당사자의 소송상 권리행사가 제약된다고 판시하였다. 이 강제집행을 신청하는 소송행위를 하는 것이 신의칙에 의해 허용될 수 있는지 문제된다. 즉, 乙이 소송상의 권리를 행사했다고 할 수 있는 강제집행의 요구를 신의칙을통해 부정하였다. 이 사안에서 Z의 이득을 통해 甲은 손해를 볼 수 있는 입장에 있다. A는 Z과 자매간이고공모의 가능성이 높다. B또한 자신이 X의 실질적인 소유자도 아니고, 강제집행이 종료하면 자신의 채무가 소멸하게 된다. A와 B는 Z의 B에 대한 소송과 강제집행절차에서 특별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필요 없이소극적으로 일관하게 될 것이다(B의 결석을 통해서 이를쉽게 이해할 수 있다).
甲은 사안에서 자신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까? 만일 소송상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강제집행의 문제가 되지만 X의 소유자는 자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X라는 재산이 집행재산이 될 수 없음을 다툼수밖에 없다 (甲은 X의 소유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지 B등에게 대가에 상당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차선책이다). 물론 이것으로도 사실관계상 결과적으로 甲은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겠지만 어려운 법리를 동원해야 한다. 이 경우 대상판결에서와 같이 단순 명확하게 신의칙을 동원한다면 쉽게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을수 있게 된다.
대상판결이 중요시한 점은 Z의 행위, 즉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甲의 부동산을 B에게 명의신탁하도록 한다음 X를 대상으로 한 강제집행을 요구한 행위이다. 이러한 Z의 행위가 소송상 효력을 발휘할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왜 Z의 행위는 인정되지 않을까? 이에대해 대상판결은 특별히 설명하고 있지 않지만, 기망을통해(乙은 B에 대한 명의신탁이 적절한 것이라고 甲에게도권유한 것이므로) 타인(甲)에게 손해를 입혀 그만큼 이득을 얻으려는 행위이므로, 이런 것을 인정하면 불법이 조장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