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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여행 -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유쾌한 노부부의 여행 이야기
홍일곤.강영수 지음 / 라온북 / 2018년 8월
평점 :
여행.
여행이 뭘까?
지금까지는 많이 보고 직접 체험하고 느끼고 즐기는 것이라는 생각에 무지 바쁘게 돌아다니는 걸 여행이라고 생각했었죠. 한정된 시간 때문에 어떻게든 많이 다니고 보고 먹고 즐기야 된다는 마음뿐이었죠.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말미에 부록으로 올라온 글에서 그동안 여행의 의미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오더군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이라는 주제로 올라온 첫번째 조언으로 관광보다는 여행을 하라는 의미의 글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동안 내가 다닌 여행은 관광이었더군요. 여행과 관광의 차이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만이 아닌, 현지인들의 일상으로 들어가 보는 여행을 하라고 하네요.
하지만 저자가 전하는 조언대로 내 마음이 움직여 줄지 모르겠네요. 아직은 여행보다는 관광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젊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젊은 사람들처럼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부지런히 다닐 수 없는 노년의 여행이기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여행]이라는 책 제목에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라는 표지글을 달았는가 봅니다. 그리고 '30대보다 더 즐겁게 세계를 누비는 여행'이라고 가슴 뿌듯하게 전하고 있네요.
나이들어서도 즐겁게 여행할 수 있는 이들 부부의 팁을 들여다 봅니다.
사는게 다들 바쁘네요. 각자의 삶에 충실히 사느라 여유없이 지내다 은퇴를 하고 첫 번째로 이들 부부와 함게 손주와 며느리를 동행해서 스페인과 포루투칼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처음에는 남편과 싸우지만 않는다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떠난 여행이 뜻하지 않는 변수로 인해 이어지는 세계여행의 발판이 되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지금은 남편이 떠나자고 하면 두말하지 않고 배낭을 꾸린다고 합니다. 무엇이 이들 부부에게 세계여행을 떠나라는 계시를 주게 된 것일까요.
시작은 스페인과 포루투칼 여행을 마치고 손주들과 며느리는 귀국을 하고 이들 부부만의 첫 여행이 어긋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사실 이들 부부는 지중해의 몰타로 향하는 일정이었는데 비행기 예약 실수로 인해 일정이 트러진것이죠. 그러다 남편이 한마디 던집니다.
"페트라 유적지 보러가자!"
이 한마디가 사실상 이들 부부의 세계여행이 시작된 계기가 된 것이었죠.
요르단. 평소 생각지도 않은 나라였고 미리 계획된 것도 아닌데다 말도 통하지 않아 뭐 하나 쉽지 않았는데, 요르단의 암만에 도착하고, 페트라를 찾아가고 제라시에 와디룸을 방문하고 어렵게 숙소를 구해가면서 어느덧 "뭐,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죠. 막상 오기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려움이 가득했는데 막상 와 보고 겪어보니 별거아닌거였죠. 거기다 여행이 주는 감동까지 얻어가니 다음 여행을 고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린거죠.
이렇게 이들 부부의 여행은 하나하나 더 해갑니다.
그리스를 거쳐 몽골, 중국, 동남아 지역을 둘러 본 후, 북미에 이어 남미까지 그야말로 세계여행이 완성된 것이죠.
이렇게 이들 부부가 거쳐간 곳만 보면 젊은이들의 여행만큼 바쁜 여행처럼 보여지는데, 여타의 여행기처럼 여행지의 여정이나 일상을 기록한게 아니라 여행지의 역사와 부부의 시선이 담겨있는 것이라 조금은 색다르게 느껴집니다.
아마 표지글처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다니다보니 많은 곳을 다닌 여정의 기록보다 긴 시간을 두고 이들 부부의 눈에 비친 현지의 삶이 더욱 와닿아 그런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느 여행기처럼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이정도면 괜찮은 여행이 아니냐고 하는 것 같네요.
세월이 흐르면 저도 이들 부부처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다니는 여행을 할 수 있겠죠. 물론 나이탓에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그럴테지만... 그 덕분에 천천히 삶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