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우 이야기 -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피엘 드 생끄르 외 지음, 민희식 옮김 / 문학판 / 2018년 9월
평점 :
[여우 이야기는 프랑스 지성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화집입니다.]라는 소개로 시작되는 책이라, 이솝우화처럼 감동과 교훈을 주는 책일거라는 생각으로 들여다 봤는데...
어! 내용이 좀... 그렇다!
그 동안 내가 알고있던 우화의 내용을 보면 어려운 상황을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거나 주인공의 어리석은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교훈을 주는 내용이었는데, 이 책에 담고 있는 우화의 내용을 보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여우는 다른 동물들이나 사람들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거나 속이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는 것이다. 단순히 이야기의 내용만 봐서는 배우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어 금서로 여겨져야 할 것 같은데, 프랑스에서는 무려 800년간이나 사랑받고 있는 책인데다 아이들의 필독서로 삼는다고 해서 조금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며 읽게 되었네요.
르나르(Renart).
이 책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여우의 이름입니다. 고대 게르만어인 ragin(충고)와 hart(강한)의 합성어로 '유력한 충고자','지혜로운 자'라는 뜻을 가진다고 합니다. 일단 우화의 주인공에 걸맞는 이름이네요. 그리고 이 이름만큼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는데, 문제는 그 지혜가 조금은 특이하게 발휘된다는 겁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영리하지 못한 동물들을 이용하거나 속이고, 자신의 저지른 나쁜 짓을 남에게 돌리기도 하고 때론 자신의 먹이감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게다가 보통의 이야기라면 그 동안 자신의 저지른 일을 뉘우치는 과정이 담겨있을 법한데,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을 위해 남을 속이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더군요. 정말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여우인데,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여우라니...
우화. 여우이야기.
어떤 교훈을 전하려 하는 것일까?

뒷 표지의 글처럼 역설의 주는 미학일까요.
나처럼 이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이 갖는 여우에 대한 미움을 느끼게 해 줌으로써 여우의 삶을 살지 말아야 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미일까요.
이런 나의 생각이 맞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으리라 여겨집니다.
미운 짓을 하는 여우가 사랑받는 여우라는 역설의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