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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건축가의 서울 산책
윤희철 지음 / EJONG(이종문화사) / 2017년 12월
평점 :

나뭇잎이 알록달록한거보니 가을인 모양이다.
저 멀리 건물이 보이는 걸로 봐서는 산중은 아닐텐데, 계곡에 물이 꽤 많이 흐르는 걸로 봐서는 비가 온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고 정자의 크기나 계곡에 넓게 자리잡은 바위로 봐서는 물 많은 초여름쯤이라면 꽤 운치있는 풍경을 자아낼 것 같다.
그래서 저기에 정자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지 않았을까!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4호로 지정된 '세검정'이라고 하네요.
이름은 어찌어찌하여 들어본 것 같은데, 비록 그림이지만 눈으로 본건 처음이네요.
같은 하늘아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살지만 어찌하다보니 나라의 수도인 서울이라는 곳을 제대로 둘러본 적이 없네요.
일 때문에 가끔 가지만 일이라는 이유로 높은 건물과 지하를 달리는 지하철에 깊은 도심 속 건물안에만 있다보니 내가 느끼는 서울은 여느 도시들과 별다를게 없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지금까지 한번 제대로 구경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지 않았나 봅니다.
솔직히 사진으로 소개된 책이었다면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았을겁니다.
펜으로 서울의 건물과 공간을 담았다는 그 이유 때문에 보지 않을수 없더군요.
건축가의 눈에 담긴 하나하나의 선이 무엇을 담아두었는지 찬찬히 들여다 봅니다.
한 나라의 수도이니 만큼 옛 건물이나 장소 등을 먼저 소개하네요.
먼저 경복궁을 비롯한 5대 궁궐을 담고 있으며 건축가라는 직업답게 한옥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려고 뒤를 이어 담아내고 있네요.
그리고 명동성당이나 인사동길 등 공간을 대변하는 장소를 보여주고 있고, 최근의 모습을 담아내려는 의도에선지 대학 캠퍼스의 풍경과 한강변과 현대건축물들을 마지막으로 장식하며 건축가의 서울 산책을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비록 서울를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수 많은 영상과 소개 자료들을 통해 분명 한번씩은 들어본 것들이며 몇 곳은 이미지가 떠오르는 곳도 있다. 다만 그 이미지나 이름만 기억할 뿐 배경에 담긴 이야기는 알 수 없었다. 아마 이 때문에 서울이라는 곳을 가서도 별로 호기심을 가지지 못한 것 같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아무말 없이 서 있는 건물에다 그저 횡횡한 공간일지라도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알게되면 다른 눈으로 볼 수 있음을, 저자가 자신이 한땀한땀 그려낸 펜화에 담긴 건축물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그 곳에 직접 가 있는 느낌이 드네요.
그리고 펜화에서 주는 느낌 때문인지 그림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은 욕심이 들더군요.
나뭇가지에 흩날리는 나뭇잎의 느낌이나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의 느낌, 그리고 눈 덮힌 교정의 그림을 보면서 하얀 종이 위에 펜이 남긴 까만 선의 조화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한번 그리고 싶은 욕심이 나네요.
손재주가 모자른데다 인내심까지 부족하여 흉내내기도 힘들어 그저 눈으로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하며, 머지않은 날에 저자의 눈에 담은 같은 자리에서 서울의 그 곳을 직접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