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 중 내가 가장 많이 접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무려 600여 년 전의 작품임에도 오늘날 다양한 컨텐츠로 소비되고 있고 나 또한 오늘도 삼국지와 연관된 컨텐츠(게임)를 소비하고 있으니,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수 많은 컨텐츠들을 접하긴 하지만 대부분 단편적이고 컨텐츠의 특성에 의해 변형됨에 따라, 고전을 한번쯤이라도 읽어보지 못하였다면 전체적인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도 있으리라 여겨진다. 어쩌면 유비, 관우, 장비, 조조라는 일부 등장 인물의 이름 정도만 알고 있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고전이라는 타이틀에 방대한 내용으로 인해 쉽게 접근하지 못한 이들도 있으리라 여겨진다.
그래서 이런 이들을 위해 Team StoryG가 그린 '한 권 교양툰'이라는 시리즈로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를 만화와 간결한 해설로 압축해, 400여 페이지로 풀어낸 '삼국지를 한번도 안 읽어 볼 수는 없잖아!'를 소개한다.
책의 형식은 '교양툰'답게 만화 중심이다.
Team StoryG의 그림은 캐주얼한 선으로 인물들의 감정을 과장되게 표현해, 유비의 순박함이나 조조의 날카로운 시선이 한눈에 와닿는다. 각 챕터는 짧은 컷으로 흘러가며, 중간중간 '상황 정리' 페이지가 있어서 복잡한 전투나 인물 관계를 명확히 해준다. 예를 들어, 1장 '황건적의 난'부터 시작해 8장 '마침내, 천하통일!'까지, 주요 사건을 8개 챕터로 나눠 다룬다. 이 구조 덕에 원작의 100권 분량을 부담 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특히 적벽대전 챕터는 영화 같은 긴장감으로 그려져, 읽는 내내 페이지 넘김을 멈추기 힘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책이 삼국지의 '인간성'을 강조한 점이다.
단순한 영웅담이 아닌, 야망과 충정의 충돌을 통해 드러나는 복잡한 심리를 만화로 생생히 보여준다. 조조는 냉철한 전략가로 그려지면서도, 인재를 모으는 데 열중하는 리더의 면모가 돋보여 현대 직장 상사의 야심찬 모습을 연상시키며 웃음이 나왔다. 반대로 유비의 따뜻한 인덕은 동료를 이끄는 리더십으로 빛나며, 그 이상주의가 단순한 순간이 아닌 지속적인 유산으로 느껴져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프로젝트에서 팀원을 챙기려 애쓰지만 피로에 지칠 때, 이런 '인덕'이 장기전에서 빛난다는 교훈이 와닿았다. 제갈량의 지략은 타이밍과 믿음의 조합으로 풀어지며, 읽는 내내 "내 삶의 기회는 언제 올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조와 원소의 대결처럼, 오랜 관계가 라이벌로 변질되는 장면들은 단순 전투가 아닌 감정의 드라마로 공감됐다. 전체적으로 책의 분위기는 영웅들의 강인함 뒤에 숨겨진 취약함을 유머러스하게 드러내, 고전이 먼 이야기가 아닌 오늘의 거울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