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볼 드라이브 오늘의 젊은 작가 31
조예은 지음 / 민음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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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 전혀 내용이 짐작되지도 않는. 조예은 매직.
녹지 않는 눈이 내리는 어느쯤. 모루와 이월의 이야기.
나는 이 책을 2024년 8월 날이 아주 더운 쨍쨍한 해와 갑자기 쏟아지던 비가 오락가락하던 날씨에 읽었다.

어느 화창한 6월. 눈이 왔다.
아이들은 그 눈이 그저 신기하고 반가웠지만 그것도 잠시. 눈을 맞기 위해 받치고 있던 손에 붉은 반점이 일고 몸이 따가워지기 시작했다. 두려움에 아이들은 갑자기 학교를 향해 일제히 뛰기 시작했다. 그러다 쓰러진 모루. 발목을 다쳐 일어설 수 없었지만, 그런 모루를 도와주는 이가 아무도 없다. 그 때 이월이 그녀의 옷깃을 잡아 일으켜 학교로 내달렸다.
하늘에서 내리던 그것은 눈이 아니다. 녹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녹지 않는 눈은 전세계를 순식간에 뒤덮었다.

녹지 않는 눈을 처리하기 위한 백영시 소각장.
백영시는 그렇게 버려졌고, 돈이 없어 백영시를 벗어날 수 없었던 모루의 엄마는 소각장에서 일하다 급성폐렴으로 죽었다. 죽음이 흔해진 세상에 버려진 백영시. 찾아오는 조문객도 없었다.
그렇게 이모와 단둘이 남게된 모루.
모루는 엄마의 뒤를 이어 소각장에서 일한다. 이모가 더이상 일할 수 없어졌기에.

아버지가 일하는 연구소에 잠깐 들렀던 날. 가장 소중한 강아지 하루를 잃고, 이월은 그전의 이월이 아니다. 녹지 않는 눈으로 모든 것을 잃은 새엄마는 사고로 다리를 잃었고, 폐허로 변해버린 세상 속에서 새엄마를 돌보는 것은 이월의 몫이 되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늘 바빴으니까.

서로 어울리지 않는 배경을 가진 모루와 이월은 모루의 이모를 매개로 다시 만난다. 이모를 상징하는 드라이브. 이월의 새엄마가 모았던 스노볼.
제목은 모루와 이월의 매개체를 말하고 있었다.
디스토피아. 녹지 않는 눈은 그런 세상을 말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두 아이에게는 가끔은 그 눈이 아름다워보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것이 모든 것을 가려버려서 였을까. 

작가는 극악의 상황 속에서도 인간의 유대가 어떻게 빛을 발하는지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모가 그러했고, 모루가 그랬고, 이월이 그러했다.
그렇기에 녹지않는 '오염물질'이 아니라 눈이라 칭했는지도.
모든 것이 온전치 않은 세상. 
작가님은 이 책을 코로나 시국에 썼다고 한다. 물리적 거리두기가 한참이던 시절 속에서도 우리는 늘 연결되어 있었다. 
녹지 않는 눈 속에서도 모루와 이월은 서로를 기억했고, 만났고, 함께 한다.

인간의 유대란 그런 것일까. 
어떤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해쳐나갈 것이라 믿지만, 책 속의 눈과 같은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럼 모루도, 이래도 지금보다 더 행복 할 수 있었을 테니까.

디스토피아는 늘 지금의 현실을 반영한다.
그래서 두려운 것인지도. 

"장례식장의 대관료, 재료에 따라 달라지는 관과 유골함 가격, 장지, 그리고 높낮이와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납골당 사용료와 관리비, 예약금까지. 이렇게 죽음이 흔해진 세상이라 애도는 더욱 비싸졌다."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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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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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의 김호연 작가님의 신작. "나의 돈키호테" 결론 부터 말하자면 좋다. 따뜻함을 주는 소설이라는 면에서 전작과 비슷하지만, 이번은 잊고 있었던 추억을 자꾸 돋아나게 만들어, 나의 경우는 스토리에 더 깊이 스며들게 했다.
1990년도부터 2000년도 초반까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비디오가게. "돈키호테 비디오"가 이 책의 주요 소재이다. 아.. 얼마만에 들어보는 단어인가. 비디오 가게. 

주인공 솔이는 방송가 PD로 일하다가 대전의 본가로 내려온다. 방송일을 그만두고. 뭐같은 방송판에서 말그대로 영혼만 탈탈 털린채 돌아온 솔은 유튜버가 되기로 한다. 하지만 뭘하지? 그러다 자신의 10대를 같이 보내주었던 "돈키호테 비디오"가게의 주인 아저씨 아들 한빈을 만나게 되고, 아저씨의 비디오가게 건물 지하에서 아저씨가 뭔가를 하다가 사라졌다는 말을 듣고 소재를 결정한다! 바로 아저씨와 친구들과 나누었던 추억! 비디오가게! 이다. 그리고 아저씨의 마지막 흔적이였던 "돈키호테 비디오"의 건물 지하에서 유튜브를 시작한다.
주요 메인 소재는 돈키호테 아저씨 찾기! 그리고 회별 소재는 책과 추억 속 비디오. 
그렇게 솔은 아저씨를 찾으며 한빈을 만나고, 대준을 만나고, 새롬을 만나고, 민PD를 만나고, 승아씨를 만난다. 돈키호테였던 아저씨를 발자취를 따라가며 말이다. 그리고 그녀의 아미고스들과 함께.
아저씨를 찾아가는 과정은 녹록 치 않았지만, 그 속에서 정말 돈키호테 같았던 아저씨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한편 변해가던 아저씨의 모습에 솔은 당황하기도 그녀는 그래도 꿋꿋하다.
그녀가 찾던 아저씨는 정말 기억 속 돈키호테의 모습과 같을까..? 찾지 않는 편이 나았던 것은 아닐까...

주인공의 솔이가 추억하는 비디오가게가 내게도 있었다. 책방도 있었고.
이 책을 펼쳐드는 순간 깊이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이야기의 힘도 강력했지만, 어쩌면 나도 나만의 돈키호테 비디오를 떠올렸기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아 너무 추억 돋는 소재들이 많았어서...

그리고 세르반데스의 돈키호테를 읽어보진 않았지만, 돈키호테의 무모함은 당시 부조리에 대한 시민의 저항을 표현한 것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급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하.. 엄청 두껍던데....읽을 수 있을까....

모두가 자신만의 돈키호테가 되길 바라며. 추천!

"그럼 산초였던 나는, 나는 어떡하란 말이에요?"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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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 (리커버)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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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이토록 몰입감이 좋은 글을 쓰는 작가님이라니. 지인의 소개로 <만조를 기다리며>를 읽고 홀딱 반해 조예은 작가님의 책을 한권 한권 읽어나가는 중인데, 최근 개인적인 일로 책을 별로 읽지 않아 책에 대한 집중도를 올리기 힘들었는데, 작가님 책은 펼쳐 읽는 순간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초대>
책의 가장 처음 등장하는 작품인데, 목의 가시에서 시작한 찝찌름함이 해결되는 과정이 와.
결국 정현은 그녀 목의 가시였을까. 그녀가 만난 태주는 누구 였을까. 묘한 느낌의 여성의 등장과 태주의 폭력. 그리고 그 여성의 초대로 가게된 폐업 호텔. 여전히 껄끄러운 그녀 목의 가시. 뭔가 어울리기 힘든 소재들이 얽혀 풀어가는 내용이 그로테스크함을 자아내지만, 나는 읽으며 문득 태주가 그녀고, 그녀 목의 가시가 정현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단편.
결말은 책을 통해서.

<칵테일, 러브, 좀비>
표제작이면서, 다소 풍자적이랄까 싶기도 했고, 실제 발생한 일이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던 작품. 좀비라는 소재를 이토록 가볍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싶었다. ㅋㅋㅋ 아니,, 좀비에 사랑이 왜나오고, 좀비에 가족이라니.. 도망부터 가야지.
그런데 정말 내가 사랑했던 가족이라면,, 나를 물어 뜯으려는 좀비를 가족이라는 이유로... 죽일 수 없을까.
어짜피 정해진 결말이긴 하지만,(좀비영화에서 보여지는) 그걸 풀어가는 과정이 가볍지만 (소재가)찝찌름함을 낳았달까.ㅎㅎㅎ 제목 그대로의 단편.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단편답게 (개인적으로는)예상할 수 없었던 결말에 아니!! 이럴수가!라는 쫄깃함을 남긴 작품이다.
아버지의 폭력성,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내가 죽인 아버지. 이 현실 속 어둠에서 어떤 말이 들린다. 
" 시간을 되돌려 줄까?" p.120
어느날 부터인가 누군가 나를 따라다닌다. 보이지 않는 스토킹. 나는 갈수록 예민해지고, 주위에 도움을 청하지만, 어떤 사건도 일어나지 않고,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는 상황에 모두가 니가 예민한 거라고 하는데,
어느 밤 여전히 누군가 따라오는 느낌에 나는 발걸음을 제촉하는데,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건다
"어, 세영이 맞지?" p. 121
그는 누군가에게 쫒기는 나를 도와주는 이였고, 그렇게 만난 그와 나는 사랑을 하지만,
그가 나를 데려다 준 어느밤, 그가 칼에 찔렸다.
그리고 들리는 목소리.
"기회는 세번이야. 시간을 되돌려 줄까?" p.133
사실 누군가 주는 삼세번의 기회는 영화 속에서도 책속에서도 나는 좋게 끝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하나의 변수를 막으면 더 큰 피해로 돌아오는게 보통의 일이였으니까. 작가는 왜 이 두사람에게 기회를 준 것일까.
그들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막을 수 있을까.
나에게 저런 상황이 주어진다면 나는 어느시점으로 돌아갈까..? 이런 타임슬립물을 볼때마다 생각하지만, 늘 결론을 낼 수가 없다. 그냥 지금 있는게 제일 나은건가.. 지금이 시궁창인데..헤혀..

요론 으스스한 소재들 속에 <습지의 사랑>은 한숨 돌리는 포인트가 된다. 자연이 의인화 되어 사랑을 한다면 이런 모습 이겠구나.

어쩌면 자연을 사랑하지 않는건 인간들 뿐이겠지. 싶었던 씁쓸하면서도 따뜻했던 이야기.

나에게 조예은 작가의 소설은 늘 쫄깃함을 남긴다. 대체 뭐지 싶은 순간 촤라락 풀려가는 의문들. 스토리 전개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면서 촘촘하달까. 그리고 예사롭지 않은 소재들이 그득하다.

추천!
재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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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절교할 뻔 - 예고 없이 서로에게 스며든 책들에 대하여
구선아.박훌륭 지음 / 그래도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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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절교할 뻔" 이라는 제목이 꽤나 인상적이였던 책. 왜 책을 읽다 절교를 해~ 했는데,ㅎ 이 책은 책방지기이자 책을 사랑하는 두 작가님의 편지이다. 
책을 읽으며 "아. 나도 이런 고차원적인 대화 해보고 싶어.."라는 부러움과 나도 책방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 책. 물론 책을 업으로 삼은 책방지기(물론 박훌륭작가님은 어쩌면 2/3정도만 업으로 삼은..?) 의 고충도 들어있기도 하지만(그래도 언젠간 저도 해보고 싶네요. 책방지기.ㅎ)

책에 관한 주제로 이어진 편지이지만, 책 속에는 우리의 삶이 있고, 지식이 있기에 편지의 내용은 굉장히 폭넓다. 책 앞의 목차만 보아도, 뭐.. 
하지만 그 삶에 대한 이야기 역시 책을 주제로 하고, 두 작가님이 읽고 있는 책을 토대로하기에 흥미로운 점이 많았다. 그 책들은 현대문학 뿐 아니라 고전도 있다. 어쩌면 고전이 지금까지 우리 속에 깊이 들어와있는 이유이지 않을까.?
  책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간접적으로 알게하고, 때로는 그런 이야기들이 지금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어쩌면 무엇을 놓지 말아야하는지를 알려주니까.
그렇다고 해도 책을 읽는 모든 이가 그런 것들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읽지 않는 것보단 읽는 것에서 알게하는 것들이 많음을 두 작가의 편지를 읽으며 알 수 있었다.
"어른의 몫을 다하며 사는일", "늙음"에 관한 이야기, "돈", "사랑","희망", "행복" 그리고 MBTI까지.ㅎ

"책을 읽는다는 건 종이에 쓰인 문자를 읽는게 아니라, 글자와 문장과 맥락을 읽고 나의 생각을 더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서 쓴 <산책자>의 문고 속 '고귀함의 잔해'를 책 속에서 건져내려면 문자를 읽는게 아니라 생각을 찾아야 한다고도요." p.19

'책'. 이 단어 하나만으로 삶 전반까지 아우를 수 있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수 있을까? 어느 작가가 '책만큼  적은 돈으로 이만큼 우리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놀이가 또 있을까요?'라고 했던 말이 다시 되새겨지기도.

재미로 읽는 책, 지식을 알기위한 책, 그리고 나를 위로해주는 책, 그리고 나를 변화시키는 책 등등.
그 중 나는 아직은 재미로 읽는 책을 선택하고 있지만, 뭐 그런들~ 나만 좋으면 되는거지 뭐.ㅎ
그러다보면 나의 삶 속에도 무언가 스며들겠지.

이 책 읽다가 내 위시리스트가 미어터지고 있는건 안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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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상점 안에는 여러종류의 악기가 진열되어 있었고 그중엔 바이올린과 호른도 있었다. 권은이 옆이 있었다면, 그녀는 분명 알마 마이어와 장 베른이 각자의 악기를 들어 연주를 하는 상상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아마도 눈을 한번 꾸욱 감았다 뜬 뒤, 빛의 호위를 받으며.... 이상할 건 없었다. 태엽이 멈추고 눈이 그친 뒤에도 어떤 멜로디는 계속해서 그 세계에 남아 울려퍼지기도 한다는 것, 그리고 간혹 다른 세계로 넘어와 사라진 기억에 숨을 불어넣기도 한다는 것 역시, 나는 이제 이해할 수 있었다.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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