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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역사가 - 주경철의 역사 산책
주경철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월
평점 :
“인류가 걸어온 지난 길을 거닐며 역사의 풍경을 바라보다”라는 글귀가 책의 뒷 표지에 적혀있었다.
책은 길가메시서사시부터 68운동까지 이야기를 통해 돌아보는 우리의 역사를 열다섯개의 글로 쓰여졌다.
책의 목차를 보는 순간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돌아볼수 있다는 것인지 궁금했다.
길가메시 서사시. 친구 엔카두의 죽음을 통해 불멸에 대한 여정을 떠난 길가메시. 이 여정을 통해 말하는 불가능한 꿈을 향해 나아가며, 결국 현실을 깨달으며, 지혜로움을 얻는 이야기. 이것은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기이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사회를 구성해가는 이야기이라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책은 바카이를 통해 인간이란 존재는 딱 한마디로 정의되지 않는 온갖 다양성과 양가성을 포함하고 있는 존재임을 말한다.
그리고 이븐바투타를 본 당시의 이슬람 문화권의 전성기. 그리고 이반뇌제를 통해 본 러시아. 하나는 문화권, 하나는 국가에 대한 이야기이지 않은가 싶었다. 어쩌면 저자가 지금 우리가 갖는 편견 중 하나인 이슬람 문화와 러시아라는 국가에 대해 설명하고 싶었는지도,
이제부터는 어쩌면 익숙하면서도, 우리가 한쪽의 면면만을 바왔던 서유럽 문명의 이야기이다. 아스테카 제의와 기독교의 만남. 이것은 서로 다른 문명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힘을 가졌던 한 쪽이 다른 문명을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한채 그저 야만이라는 명명하에 무너뜨렸는지를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도 그것을 야만이라 했지만, 그것이 그 문명의 속성 그 자체를 속속히 들여다보지 못했던 우리의 단편적인 생각은 아닌지를 말이다.
그리고 또한 서유럽문명이 가졌던, 아니 어쩌면 당시 서유럽문명을 대표하였던 기독교가 가졌던, 아니 어쩌면 시대적 한계였었을 당시에 대해 치즈속 구더기의 비유로 당시에 메니키오의 입을 빌어 던져진 질문이기도 했다. 당신들이 믿는 것은 진실일까? 구전을 통해 현재를 이해했던 시대에서 인쇄술의 발전으로 시작된 텍스트를 문맥속에서 이해하며,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 던져진 질문은 결국 이단이라는 명명하에 화형으로 그의 인생을 끝냈지만, 그의 질문은 여전히 현재에도 유효하지 않을까. 그것은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의 악의 고전. 마녀사냥의 역사까지 이어진다.
“문명”이라는 명칭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말 만큼 상대적인 단어가 있을까 싶었던 위 3가지 이야기를 읽으며, 지금 우리에게 야만과 문명의 차이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는 그 차이가 결국 힘과 자본. 인간의 이기심을 덮은 단어였는데..
그리고 제일 재밌었던 계몽주의에 대한 이야기. 저자는 그 계몽주의를 사랑의 철학 ‘카사노바’를 통해 이야기한다. 대명사가 되어버린 그의 이야기. 뭐, 역시 사랑은 치정, 질투 뭐 이런게 흥미를 끄는 주제지.ㅎ 라는 생각을 하며 읽은 이 이야기는 ㅋㅋㅋ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진짜 재밌다.ㅎㅎ 카사노바의 철학은 시대를 가리지 않았달까.ㅋㅋ 진정한 사랑의 철학자이다. 사랑에 대한 철학관도 분명했고, 그의 삶은 내일이 없는 현재만을 바라보는 어쩌면 진정한 현대판 욜로의 삶이지 않았나 싶을 정도 였으니.
그리고 카사노바를 통한 잠깐의 봄(?)을 지나 근현대를 들어서 나타나는 저항문화, 자본주의의 붕괴, 사회주의, 그리고 홀로코스트(쇼어)를 통해 들어난 야만의 극대화. 그리고 과거를 성찰하고, 현대 민주화의 시발점이 된 68운동까지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부분을 읽으며 지금의 사회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정말 최근부터이다. 우리는 그 사회를 지켜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든다.
사실 책의 중간에 나오는 바타비아를 읽고 있다보면, 인간의 본성은 어떤 것일까? 로빈슨크루소의 평화는 평화가 아니다. 힘에 의해 유지되는 정말 한쪽에서 가져온 평화일뿐. 어쩌면 파리대왕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본성이 진짜일지도 모른다.
표면적이나마 평화가 유지되는 현대사회 속에서 점점 정치, 사회, 모든 면에서 양극화되어 혐오의 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지금, 우리는 야만의 시대일까? 문명의 시대일까?
한권으로 읽는 역사는 열다섯편의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를 통해 결국 현재를 다시 생각케한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란 그것이니까.
재밌었고, 흥미로웠지만, 아주 먼 미래에서 지금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역사책을 읽다보면 이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굿.
‘ ”계몽과 빛“의 시대에는 어둠이 함께 존재했다. 고매한 지식인과 신앙심 깊은 종교인이 심원한 연구와 사회적 실천을 통해 만들어낸 고전이 어둠의 토대를 제공했다”’. p.179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