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평점 :
절판


오랜만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개인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잘 읽는 편은 아니다. 뭔가 내게 난해하달까. 심오하달까. 소설을 읽음에도 스토리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작가의 세계관에 빠져들기 힘들어서인지도. 하지만 이 책은 작가의 오래만의 작품이기도 하고, 제목이 궁금했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이 책은 자아에 관한 이야기 같기도, 시간에 관한 이야기 같기도, 성장에 관한 이야기 같기도. 역시나 묘했다. 뭐랄까 내게는 하루키스럽달까...

 

열 여덟의 나는 열 일곱의 그녀를 만났다. 시상식에서. 그리고 그녀와 가끔 만나며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그녀가 만든 세계였고, 그는 돕기만 했을뿐.  그녀를 만날 수 없던 어느날, 그는 그 세계속에서 깨어났다. 그 도시 안으로 들어가려면 성밖에 그림자를 두고 가야했다. 그렇게 어느순간 나는 내가 만든 도시에 들어갔다. 도시는 벽으로 쌓여있고, 나는 그 도시의 도서관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가 그녀의 본체는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나를 알아 보지 못한다. 그 도시에서 나의 역할은 도시에서 꿈을 읽는 사람이다. 꿈을 읽기위해 눈에 상처를 내야 했고,  나와 떨어진 나의 그림자는 나와 떨어져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도시의 규율을 무시하고 그림자를 연못으로 탈출 시켰다. 그리고 나는 어느덧 현실로 돌아와있었다.

그리고 현실에서 나는 지금 다니고 있는 출판사를 떠나 지방의 도서관 관장으로 옮겨온다. 그리고 만난 전 관장 고야스씨. 그는 뭔가 묘했다. 그 도시안에서 보았던 베레모를 쓰고, 스커트를 입는 사람. 인수인계라는 명목으로 2-3일에 한번씩 문득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인물. 그리고 그는 도서관에서 자신이 그녀와 만들었던 그 도시속에서 보았던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어느 추운 겨울밤 고야쓰씨의 전화를 받고 간 도서관에서 그의 고백을 듣는다. 그리고 누군가 나의 책상위에 그 도시가 그려진 지도 한장을 놓았다. 누굴까. 어떻게 이 도시를 아는 것일까.

 

그 도시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도시안에 들어간다는 것. 그리고 그 도시를 나온다는 것은? 그곳에서 시간은 흐르지 않고, 책을 읽지만 매 페이지가 같은 페이지이다.

하루키라는 작가가 그린 도시는 어쩌면 불완전한 우리의 내면일지도, 아니면 영원한 시간을 사는것 같았지만 끊임없이 불안했던 나의 청소년기인건가... 싶기도 하고, 지금의 내가 현실을 잊기위해 만든 어쩌면 나만의 가상세계를 나타내는 특정한 공간인걸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책속의 나에게  현실이 그림자일까? 도시속의 내가 그림자일까? 실체는 그림자일까 본체일까. 사실 그 구분이란것이 애초부터 가능할까? 해가 비치면 그림자와 본체는 분명하지만, 빛이 없는 곳에서는 둘은 한몸이다. 애초부터 정확한 선을 그을 수 있을까? 

정말 많은 생각 속에서 책을 읽게 만든다.

 

역시나 하루키는 만만한 작가가 아니다. 책속에 마냥 빠져들지도, 그렇다고 이 책에서 눈을 뗄 수도 없게 만든다.  

도시에 대해 그리고 현실에 대해 어느쪽이 진짜일까? 진짜인 실체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한.

 도시안에 있으면, 그 바깥이 생각나고, 바깥에 있으면 도시를 떠올린다. 뭘까. 내가 생각하는 그것은. 시간 같기도, 공간같기도 한. 이 이상스런 느낌은.

 

흥미로우면서도 묘하다.

 

“나는 눈을 감고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예전에는 이를테면 내가 열일곱 살일 때는 — 시간 같은건 말 그대로 무한에 가까웠다. 물이 가득찬 거대한 저수지처럼. 그러니 시간에 대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 시간은 유한하다. 그리고 나이들수록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점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어째거나 시간은 쉬지 않고 계속 나아가니까.” p.636

 

“너희는 벽을 통과하지 못한다. 설령 하나를 통과하더라도 그 너머에 다른 벽이 기다리고 있다. 무슨짓을 하든 결과는 똑같아.“ p.206

 

“어느세계에 속해야 할까? 나는 아직 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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