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더 - 아기 해달 이야기 미운오리 그림동화 21
캐서린 애플게이트 지음, 찰스 산토소 그림, 이원경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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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느 날은 동화책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글씨가 많이 없고, 가슴 몽글몽글한 그림들이 잔뜩 있는.
그럴 때 동화책을 펼치면 그 몇자 안되는 글씨를 읽고 그림을 보며, 소설책 한장보다 더 늦게 다음 장을 넘기고 있는 나를 본다. 왜 나는 동화책을 찾을까. 아무 생각없이 생각나는데로 말하며 그림 하나에 꺄르르 웃을 수 있었던 과거의 어느날이 그리워서 일까.

휴대폰을 통해 보는 영상에서 해달이 나올 때가 있다. 국내에서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어느 순간 동물원도 죄책감이 들어서;) 영상에서 볼 때면 나도 모르게 화면으로 손이 간다. 동실동실 어쩜 이리 귀엽고 보드랍게 생겼는지. 
 이 책의 주인공인 해달. 오더는 실제 미국의 수족관에서 자란 조이와 셀카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엄마와 이별한 아기 오더는 사람의 손에 구출되어, 수족관에서 컸고, 바다로 방생되었으나 큰 상처를 입고 다시 수족관으로 돌아와 아기 해달을 돌보는 역할로 살아가게 되는..

이 이야기를 한장 한장 넘기며, 오더의 표정과 오더의 말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다시 생각케한다. 오더에게 인간은 이로움이였을까 아니였을까.
해달은 멸종위기 종이라고한다. 아마도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인간에 의한 것이 가장 크겠지. 그렇기에 내려진 결정이 방생 불가 판정이겠지만..
다른 야생 해달과 함께 수영하며 바다내음을 마음 껏 맡을 수 없는 오더와 아기는 그래도 수족관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책의 마지막에 보인 웃음이 진짜 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오더의 손에 큰 아기 해달은 저 멀리 바다로 나가 다른 해달들과 행복하기를.
그리고 오더도 행복하기를.

마지막 오더의 웃음이 진짜이기를.
왜 이젠 그림책이 찡하지.ㅠ

"마음은 아파도 오더는 알아.
가르침과 사랑은 다른 말이지만
같은 뜻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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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보고 싶었던 돈의 얼굴 - EBS 다큐프라임
EBS 돈의 얼굴 제작진.조현영 지음, 최상엽 감수 / 영진.com(영진닷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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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얼굴" 미치도록 보고 싶었던. 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EBS 다큐프라임을 통해 방영되었던 돈의 얼굴을 책으로 정리해서 나온 것이다. 나는 그 프로를 보지 않았는데, 이 책을 보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 EBS 다큐프라임에서 "자본주의"에 대해 했었는데, 꽤나 유익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 "돈"이다.

그렇다면 돈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물물 교환으로 시작한 인간 간의 교류는 차, 금속을 통해 만든 주화를 거쳐 지폐에 이른다. 그 가치를 신뢰할 수 있는. 처음의 지폐는 태환 지폐였다. 즉 금이나 은으로 교환 할 수 있는 지폐. 그리고 등장한 종이 돈. 실물과 교환하지 않는. 그 시작은 쿠빌라이 칸이였다고 한다. 당시의 지폐의 등장을 경제학자는 "사건"이라 말하는 걸보니, 놀라운 일인가 보다.(지금은 너무 당연한 것인데..)

이렇게 등장한 화폐는 신뢰를 의미한다. 금이나 은으로의 교환을 담보로 하지 않는. 그 자체가 신뢰로써 존재하는.
생각해보면, 이 종이 쪼가리가 뭐길래 싶다. 돈이 무엇이길래 우리는 이것을 그리 좇는가.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신뢰가 없는  돈은 그저 종이일 뿐이다.
 그렇다면 돈의 가치 즉 돈에 대한 신용은 어떻게 유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돈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고작 최초 발행된 100만원이 수 천 만원이 되는 매직. 이것은 돈의 유동성의 측면과도 연결되고, 신뢰라는 가치가 바탕이 된 돈의 실존과도 연결된다. 
돈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사회를 돌아보면 두려워진다. 레바논에서 자신의 예금을 찾지 못한 이가 벌인 폭동. 나이지리아 발행하는 나이라를 국민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행위 등을 보고 있자면, 새삼 내 손에 있는 천원짜리가 달리보이기도 한다.
금이나 은과 연동되지 않는 불환 지폐 사회에 살고 있는 돈.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흘러 그 가치가 종잡을 수 없이 떨어지는 상태를 보자면, 더더욱 돈에 대한 신뢰를 다시 생각케 해보는 요즘이다.

그렇다면 돈을 버는 행위에서 "빚"이 등장한다. 왜 돈을 버는 행위에서 등장하냐고? 당신에게 빚은 투자인가? 족쇄인가? 나는 사실 이 챕터를 읽으면서는 나에게 빚은 후자다. 단한번도 투자라 생각해본적이 없다. 빚이 주는 족쇄를 나는 경험해보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빚은 자산이라 말한다. 수억의 빚을 낼 수 있는 '나'가 곧 자산인 것. 하지만 그 빚을 갚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추심"을 읽다보면 아.. 숨이 막힌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그럼 빚을 내지 않으면 되는것 아니냐고?
하지만 책은 지금의 자본주의는 그렇게 살기 쉽지 않다 말한다. 생각해보면 살만한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이 돈을 만들어내면 나도 모르게 그 돈을 좇게 된다. 내가 돈을 좇지 않으면, 탐욕의 집단이 나에게 돈을 빌리라 부추긴다. 그것이 곧 부추기는 세력의 돈이 되니까.
이 챕터를 읽다보니 유투브에서 소형차를 사러 갔던 사람이 어떻게 외제차를 사가지고 나오게 되는지를 보여준 콩트가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란 그러했다. 나의 탐욕과 타인의 탐욕이 맞물릴 때 가장 두려워지는.

책은 "돈의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돈을 말하지만 곧 그것은 돈이라는 수단이 곧 우리 전부가 되어버린 인간의 역사를 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돈은 누군가에게는 달콤한 무엇, 누군가에게는 쓰디쓴 무엇 등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투자를 통해 돈을 버는 행위 역시 각 개인이 어떻게 돈을 바라보는지에 따라 확연이 갈리는 것을 보며, 나에게 돈이란 어떤 얼굴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나에게 돈은 신기루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절대 나는 잡을 수도 도다를 수도 없는 그런.. 그런 나의 욕망은 탐욕일까. 아닐까.


흥미롭지만, 새삼 돈이 두려워지기도하는 책이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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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438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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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은 잘 읽지 않는다. 한.. 오년에 한권 읽을까말까. 이 시집을 집어든건 오로지 노벨문학상 때문이였다. 작가 한강으로 데뷔를 한것이 시집이라고 하니, 시집 한권은 꼭 읽어봐야할것 같았고, 그 중 이 시집이 가장 상단에 있었다. 제목도 읽을 때가 되어서야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시집을 다 읽고난 나의 느낌은 소설가 한강과 시인 한강은 같은 사람이구나라는 것. 한강 작가님의 소설을 읽으며 참으로 뭐랄까 느리게 읽혔던, 단어하나하나, 문장한줄을 곰곰히 생각하게 만든 그 글들이 시로 나타난 느낌이랄까. 새삼 노벨문학상이 한강작가님을 선정하게 된 이유의 한 줄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는 동시에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한 시적 산문”이라는 의미를 이 시집을 통해 새삼 돌이키게했다.

죽어서 좋다라고 표현하면서도 작은 조약돌 하나에 삶을 강렬하게 원하고, 곧 닥쳐올 죽음을 앞에두고도 “삼켜지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어떤 일이 그를, 그녀를 그토록 한계까지 몰아쳤는지는 드러나지 않지만, 간간히 보이는 단어들 속에서 그저 어렴풋이 짐작할 뿐
“어린 동생의 브라운관은 언제나처럼 총탄과 수류탄으로
울부짖고 있었고..중략 - 회상” p.126


사실 나는 이 책의 첫 시가 너무나 이상했다.
무언가 지나가고 있음을 알았음에도 밥을 먹었다는 시가.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진 시들을 한편씩 읽으며 삶에 대한 강렬한 염원인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했던 첫 시는 다른 시들을 읽어나가면서 계속 곱씹게 만들었다. 그것은 지나가고 있는 무엇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어찌할 수 없는 자신의 무기력함이기도 했고, 그래서 슬픔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말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죽음과 삶. 내게 이 시가 흥미로운 점은 죽음에 대한 강렬한 저항이라기보단. 죽음을 들여다보는 행위가 더 도드라진다는 것이다.
”안구가 뚫린 텅 빈 두 눈이
안구가 뚫린 텅 빈 두 눈을 들여다본다 -해부극장“ p.44

가만히 죽음을 들여다보며, 한걸음씩 삶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에 대한 위로 같은 느낌일까.
그렇게 천천히 나아가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으셨던 걸까.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보이는 우리의 몸짓이 그래도 우리의 삶을 이끄는 무엇이라 말하고 있는 것일까.
”짓이기지 말이요
1초만에
으스러뜨리지 말아요 - 조용한 날들2“ p.63

시집을 소설보다 오래 집어들고 있게 될 줄이야.
슬픈 시들 이지만, 위로 받았고,
그래서 평안했다.

추천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 괜찮아“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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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트] 한강을 읽는 한 해 (주제 2 : 인간 삶의 연약함) - 전3권 - 바람이 분다, 가라 + 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내 여자의 열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을 읽는 한 해 2
    한강 지음 / 알라딘 이벤트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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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은 잘 읽지 않는다. 한.. 오년에 한권 읽을까말까. 이 시집을 집어든건 오로지 노벨문학상 때문이였다. 작가 한강으로 데뷔를 한것이 시집이라고 하니, 시집 한권은 꼭 읽어봐야할것 같았고, 그 중 이 시집이 가장 상단에 있었다. 제목도 읽을 때가 되어서야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시집을 다 읽고난 나의 느낌은 소설가 한강과 시인 한강은 같은 사람이구나라는 것. 한강 작가님의 소설을 읽으며 참으로 뭐랄까 느리게 읽혔던, 단어하나하나, 문장한줄을 곰곰히 생각하게 만든 그 글들이 시로 나타난 느낌이랄까. 새삼 노벨문학상이 한강작가님을 선정하게 된 이유의 한 줄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는 동시에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한 시적 산문”이라는 의미를 이 시집을 통해 새삼 돌이키게했다.


    죽어서 좋다라고 표현하면서도 작은 조약돌 하나에 삶을 강렬하게 원하고, 곧 닥쳐올 죽음을 앞에두고도 “삼켜지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어떤 일이 그를, 그녀를 그토록 한계까지 몰아쳤는지는 드러나지 않지만, 간간히 보이는 단어들 속에서 그저 어렴풋이 짐작할 뿐

    “어린 동생의 브라운관은 언제나처럼 총탄과 수류탄으로

    울부짖고 있었고..중략 - 회상” p.126

    사실 나는 이 책의 첫 시가 너무나 이상했다.

    무언가 지나가고 있음을 알았음에도 밥을 먹었다는 시가.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진 시들을 한편씩 읽으며 삶에 대한 강렬한 염원인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했던 첫 시는 다른 시들을 읽어나가면서 계속 곱씹게 만들었다. 그것은 지나가고 있는 무엇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어찌할 수 없는 자신의 무기력함이기도 했고, 그래서 슬픔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말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죽음과 삶. 내게 이 시가 흥미로운 점은 죽음에 대한 강렬한 저항이라기보단. 죽음을 들여다보는 행위가 더 도드라진다는 것이다.

    ”안구가 뚫린 텅 빈 두 눈이

    안구가 뚫린 텅 빈 두 눈을 들여다본다 -해부극장“ p.44

    가만히 죽음을 들여다보며, 한걸음씩 삶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에 대한 위로 같은 느낌일까.

    그렇게 천천히 나아가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으셨던 걸까.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보이는 우리의 몸짓이 그래도 우리의 삶을 이끄는 무엇이라 말하고 있는 것일까.

    ”짓이기지 말이요

    1초만에

    으스러뜨리지 말아요 - 조용한 날들2“ p.63


    시집을 소설보다 오래 집어들고 있게 될 줄이야.

    슬픈 시들 이지만, 위로 받았고,

    그래서 평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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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 괜찮아“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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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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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작가님의 단편모음 집. 개인적으로는 작가님이 장편소설을 좀 더 선호한다. 내가 읽었던 단편소설집은 “채식주의자” 이후 두번재 인데, 단편들의 내용이 내게는 좀 어려웠다.(채식주의자를 이해하지 못한 일인..)

    나는 이 책중 “흰 꽃”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4.3사건을 말하는 부분에서 “생빈눌”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죽고나서 매장의 좋은 택일을 받지 못한 이를 택일이 될때까지 매장하지 못하고, 땅 위에 두는 것을 말한다. 죽고서도 묻히지 못하는 기간은 어쩌면 살아있는 이의 욕심인 걸까. 왜 이 단어가 이 소설에서는 제주 4.3과 엮인 것일까. 한강작가님은 제주 4.3을 사삼이라는 단어로 말한다. 마치 책을 꼼꼼히 읽지 않는다면 그저 아들을 묻지 못한 어머니의 어떤 일이 되어버린 것 같이. 나에게 사삼이라는 단어가 왜 이리 생경했을까.
    “생빈눌” 아들을 묻지 못한 어머니의 한. 아들의 죽음의 냄새를 맡고도 아들을 애도하지 못한 그 어머니의 감정을 어찌 감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또다른 단편인 “어느날 그는“는 이 단편들 중 가장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어려웠다고 해야하나.. 감정의 고조의 차이가 너무 커 힘들어다고 해야하나...  이 책의 단편들 중 감정의 흐름 폭이 가장 컸던 작품인거 같다. 다른 작품들은 어느 정도의 절제된 감정안에서 슬픔, 고통, 안도, 위로 등이 느껴졌다면, ”어느날 그는“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흐름에 너무나도 솔직한 여자와 사랑이라는 감정에 너무나 심취해버린 남자가 그 끝을 향했을 때, 그리고 그 끝의 이휴까지를 한번에 후루루루룩 지나갔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 단편이 한강작가님 소설 중 가장 낯선 느낌이였다.

    표제작인 “내여자의 열매”와 “아기 부처”는 다소 수동적이였던 아내들이 자신을 자각하면서 변모해가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선반 위의 장식물 같은 느낌과 같은 주인공이 어느날 식물이 되었다. 그리고 나서야 남편은 강렬하게 아내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아내에게 최선을 다한다. 식물이란 가장 정적인 생물임에도 인간이였던 아내가 마치 장식품 같고, 가장 강렬한 사랑을 가장 정적인 생물이 되어버린 아내에게 쏟는 남편의 모습은 너무나 생경하다. 아내는 가장 능동적인 사랑을 하게된 것일까? 아니면 정 반대의 모습으로 드디어 자신을 찾게된 것일까. 정말 묘하다.
    “아기부처”는 타인이 보기에 완벽한 남편의 내밀함을 알고 있는 여자는 그 내밀함으로 남편과 결혼했지만, 그 것으로 더 싫어졌다. 그렇기에 그녀는 타인의 매끈한 몸에 대한 갈망을 통해 그녀의 변한 감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쩌면 진짜 사랑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연민으로 결혼한 여성에게 남편의 화상 자국은 자신 안에 아로새겨진 상처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남편과 헤어지고서야 아기부처의 꿈을 꾸지 않는 여자. 왜 아기부처 였을까. 가장 순수한 모습의 꿈이 그녀에겐 왜 악몽같았던 것일까. 늦은 후회여서였을까. 아니면 빠른 후회여서 였을까.

    진짜 이 책의 단편들은 묘하다. 딱 나에겐 그랬다. 생각할수록 오묘했고, 생각할 수록 뭐지..? 싶은 의문을 낳았다. 뭐랄까 누군가의 감정을 읽고 있음에도 어떤 빈 공간이 느껴졌달까.. 그러면서도 어떤 문장은 뼈때리는 듯 훅을 날리는 느낌이였고, 또 다른 글은 아픈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어쩌겠니 라는 체념을 말하는듯 하면서도, 또다시 그렇기에 뚫고 나아가야 함을 나지막히 말하고 있는 듯도 했다.

    흥미로운 책.
    각 단편이 결고 가볍지 않은 책.

    ‘선생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네 마음속에 살아있잖니“라고 대답했다. 그말은 옳지 않았다. 그의 마음에 있는 윤이의 얼굴은 만져볼 수 없었고 결코 살아있지도 않았다’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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