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438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집은 잘 읽지 않는다. 한.. 오년에 한권 읽을까말까. 이 시집을 집어든건 오로지 노벨문학상 때문이였다. 작가 한강으로 데뷔를 한것이 시집이라고 하니, 시집 한권은 꼭 읽어봐야할것 같았고, 그 중 이 시집이 가장 상단에 있었다. 제목도 읽을 때가 되어서야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시집을 다 읽고난 나의 느낌은 소설가 한강과 시인 한강은 같은 사람이구나라는 것. 한강 작가님의 소설을 읽으며 참으로 뭐랄까 느리게 읽혔던, 단어하나하나, 문장한줄을 곰곰히 생각하게 만든 그 글들이 시로 나타난 느낌이랄까. 새삼 노벨문학상이 한강작가님을 선정하게 된 이유의 한 줄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는 동시에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한 시적 산문”이라는 의미를 이 시집을 통해 새삼 돌이키게했다.

죽어서 좋다라고 표현하면서도 작은 조약돌 하나에 삶을 강렬하게 원하고, 곧 닥쳐올 죽음을 앞에두고도 “삼켜지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어떤 일이 그를, 그녀를 그토록 한계까지 몰아쳤는지는 드러나지 않지만, 간간히 보이는 단어들 속에서 그저 어렴풋이 짐작할 뿐
“어린 동생의 브라운관은 언제나처럼 총탄과 수류탄으로
울부짖고 있었고..중략 - 회상” p.126


사실 나는 이 책의 첫 시가 너무나 이상했다.
무언가 지나가고 있음을 알았음에도 밥을 먹었다는 시가.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진 시들을 한편씩 읽으며 삶에 대한 강렬한 염원인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했던 첫 시는 다른 시들을 읽어나가면서 계속 곱씹게 만들었다. 그것은 지나가고 있는 무엇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어찌할 수 없는 자신의 무기력함이기도 했고, 그래서 슬픔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말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죽음과 삶. 내게 이 시가 흥미로운 점은 죽음에 대한 강렬한 저항이라기보단. 죽음을 들여다보는 행위가 더 도드라진다는 것이다.
”안구가 뚫린 텅 빈 두 눈이
안구가 뚫린 텅 빈 두 눈을 들여다본다 -해부극장“ p.44

가만히 죽음을 들여다보며, 한걸음씩 삶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에 대한 위로 같은 느낌일까.
그렇게 천천히 나아가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으셨던 걸까.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보이는 우리의 몸짓이 그래도 우리의 삶을 이끄는 무엇이라 말하고 있는 것일까.
”짓이기지 말이요
1초만에
으스러뜨리지 말아요 - 조용한 날들2“ p.63

시집을 소설보다 오래 집어들고 있게 될 줄이야.
슬픈 시들 이지만, 위로 받았고,
그래서 평안했다.

추천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 괜찮아“ p.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한강을 읽는 한 해 (주제 2 : 인간 삶의 연약함) - 전3권 - 바람이 분다, 가라 + 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내 여자의 열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을 읽는 한 해 2
    한강 지음 / 알라딘 이벤트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집은 잘 읽지 않는다. 한.. 오년에 한권 읽을까말까. 이 시집을 집어든건 오로지 노벨문학상 때문이였다. 작가 한강으로 데뷔를 한것이 시집이라고 하니, 시집 한권은 꼭 읽어봐야할것 같았고, 그 중 이 시집이 가장 상단에 있었다. 제목도 읽을 때가 되어서야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시집을 다 읽고난 나의 느낌은 소설가 한강과 시인 한강은 같은 사람이구나라는 것. 한강 작가님의 소설을 읽으며 참으로 뭐랄까 느리게 읽혔던, 단어하나하나, 문장한줄을 곰곰히 생각하게 만든 그 글들이 시로 나타난 느낌이랄까. 새삼 노벨문학상이 한강작가님을 선정하게 된 이유의 한 줄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는 동시에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한 시적 산문”이라는 의미를 이 시집을 통해 새삼 돌이키게했다.


    죽어서 좋다라고 표현하면서도 작은 조약돌 하나에 삶을 강렬하게 원하고, 곧 닥쳐올 죽음을 앞에두고도 “삼켜지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어떤 일이 그를, 그녀를 그토록 한계까지 몰아쳤는지는 드러나지 않지만, 간간히 보이는 단어들 속에서 그저 어렴풋이 짐작할 뿐

    “어린 동생의 브라운관은 언제나처럼 총탄과 수류탄으로

    울부짖고 있었고..중략 - 회상” p.126

    사실 나는 이 책의 첫 시가 너무나 이상했다.

    무언가 지나가고 있음을 알았음에도 밥을 먹었다는 시가.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진 시들을 한편씩 읽으며 삶에 대한 강렬한 염원인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했던 첫 시는 다른 시들을 읽어나가면서 계속 곱씹게 만들었다. 그것은 지나가고 있는 무엇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어찌할 수 없는 자신의 무기력함이기도 했고, 그래서 슬픔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말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죽음과 삶. 내게 이 시가 흥미로운 점은 죽음에 대한 강렬한 저항이라기보단. 죽음을 들여다보는 행위가 더 도드라진다는 것이다.

    ”안구가 뚫린 텅 빈 두 눈이

    안구가 뚫린 텅 빈 두 눈을 들여다본다 -해부극장“ p.44

    가만히 죽음을 들여다보며, 한걸음씩 삶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에 대한 위로 같은 느낌일까.

    그렇게 천천히 나아가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으셨던 걸까.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보이는 우리의 몸짓이 그래도 우리의 삶을 이끄는 무엇이라 말하고 있는 것일까.

    ”짓이기지 말이요

    1초만에

    으스러뜨리지 말아요 - 조용한 날들2“ p.63


    시집을 소설보다 오래 집어들고 있게 될 줄이야.

    슬픈 시들 이지만, 위로 받았고,

    그래서 평안했다.


    추천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 괜찮아“ p.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강 작가님의 단편모음 집. 개인적으로는 작가님이 장편소설을 좀 더 선호한다. 내가 읽었던 단편소설집은 “채식주의자” 이후 두번재 인데, 단편들의 내용이 내게는 좀 어려웠다.(채식주의자를 이해하지 못한 일인..)

    나는 이 책중 “흰 꽃”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4.3사건을 말하는 부분에서 “생빈눌”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죽고나서 매장의 좋은 택일을 받지 못한 이를 택일이 될때까지 매장하지 못하고, 땅 위에 두는 것을 말한다. 죽고서도 묻히지 못하는 기간은 어쩌면 살아있는 이의 욕심인 걸까. 왜 이 단어가 이 소설에서는 제주 4.3과 엮인 것일까. 한강작가님은 제주 4.3을 사삼이라는 단어로 말한다. 마치 책을 꼼꼼히 읽지 않는다면 그저 아들을 묻지 못한 어머니의 어떤 일이 되어버린 것 같이. 나에게 사삼이라는 단어가 왜 이리 생경했을까.
    “생빈눌” 아들을 묻지 못한 어머니의 한. 아들의 죽음의 냄새를 맡고도 아들을 애도하지 못한 그 어머니의 감정을 어찌 감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또다른 단편인 “어느날 그는“는 이 단편들 중 가장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어려웠다고 해야하나.. 감정의 고조의 차이가 너무 커 힘들어다고 해야하나...  이 책의 단편들 중 감정의 흐름 폭이 가장 컸던 작품인거 같다. 다른 작품들은 어느 정도의 절제된 감정안에서 슬픔, 고통, 안도, 위로 등이 느껴졌다면, ”어느날 그는“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흐름에 너무나도 솔직한 여자와 사랑이라는 감정에 너무나 심취해버린 남자가 그 끝을 향했을 때, 그리고 그 끝의 이휴까지를 한번에 후루루루룩 지나갔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 단편이 한강작가님 소설 중 가장 낯선 느낌이였다.

    표제작인 “내여자의 열매”와 “아기 부처”는 다소 수동적이였던 아내들이 자신을 자각하면서 변모해가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선반 위의 장식물 같은 느낌과 같은 주인공이 어느날 식물이 되었다. 그리고 나서야 남편은 강렬하게 아내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아내에게 최선을 다한다. 식물이란 가장 정적인 생물임에도 인간이였던 아내가 마치 장식품 같고, 가장 강렬한 사랑을 가장 정적인 생물이 되어버린 아내에게 쏟는 남편의 모습은 너무나 생경하다. 아내는 가장 능동적인 사랑을 하게된 것일까? 아니면 정 반대의 모습으로 드디어 자신을 찾게된 것일까. 정말 묘하다.
    “아기부처”는 타인이 보기에 완벽한 남편의 내밀함을 알고 있는 여자는 그 내밀함으로 남편과 결혼했지만, 그 것으로 더 싫어졌다. 그렇기에 그녀는 타인의 매끈한 몸에 대한 갈망을 통해 그녀의 변한 감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쩌면 진짜 사랑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연민으로 결혼한 여성에게 남편의 화상 자국은 자신 안에 아로새겨진 상처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남편과 헤어지고서야 아기부처의 꿈을 꾸지 않는 여자. 왜 아기부처 였을까. 가장 순수한 모습의 꿈이 그녀에겐 왜 악몽같았던 것일까. 늦은 후회여서였을까. 아니면 빠른 후회여서 였을까.

    진짜 이 책의 단편들은 묘하다. 딱 나에겐 그랬다. 생각할수록 오묘했고, 생각할 수록 뭐지..? 싶은 의문을 낳았다. 뭐랄까 누군가의 감정을 읽고 있음에도 어떤 빈 공간이 느껴졌달까.. 그러면서도 어떤 문장은 뼈때리는 듯 훅을 날리는 느낌이였고, 또 다른 글은 아픈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어쩌겠니 라는 체념을 말하는듯 하면서도, 또다시 그렇기에 뚫고 나아가야 함을 나지막히 말하고 있는 듯도 했다.

    흥미로운 책.
    각 단편이 결고 가볍지 않은 책.

    ‘선생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네 마음속에 살아있잖니“라고 대답했다. 그말은 옳지 않았다. 그의 마음에 있는 윤이의 얼굴은 만져볼 수 없었고 결코 살아있지도 않았다’ p.2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 인류가 AI와 결합하는 순간
    레이 커즈와일 지음, 이충호 옮김, 장대익 감수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레이커즈와일. "특이점이 시작된다"라는 책의 저자로만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책을 많이 쓰셨고, 무엇보다!! TTS를 만든 공학자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오호라.
    우리 집 책장에 10년째 예쁘게 꽂혀만 있는 "특이점이 시작된다"는 진짜... 두껍다..(아직 안..읽었다는 소리..) 그런데 어쩌다보니 후속작을 먼저 읽었네.... 쩝.


    저자는 AI와 인간이 결합되는 때를 2045년으로 보았고, 그 때를 특이점이 시작되는 시기로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2023년 ChatGPT가 일반 사용자에게 오픈되며, 본격적인 AI 시대가 시작되는 것을 보고 이 책을 썼다. 20년 전의 AI는 정말 공상과학 소설속 이야기 같았는데.. 그때의 저자와 현재의 저자는 어떻게 미래를 달리 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전작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이제서야 하는 일인..ㅎ)

    20년 전의 신기루였던 AI는 이제 일반 유저들이 사용한다. 그것은 인터넷이라는 환경이 일반 유저에게 오픈된 이후부터 꾸준히 쌓여온 빅데이터 그리고 그것의 기계학습이 가능했던 머신러닝 기술, 그리고 클라우드 환경에서의 병렬처리가 가능토록 한 혁신. 물론 하드웨어 자체의 발전도 현재의 AI가 탄생하게 된 베이스가 된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그런 AI는 현재 인간의 지식기반을 넘어 스스로의 학습을 통해 인간과 같이 생각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단적인 예가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전때에서 더 발전된 알파고의 다음 버전을 보면 알 수 있다. 2016년의 알파고는 인간이 그동안 두었던 기보를 바탕으로 학습된 AI이지만, 후속 알파고는 오로지 스스로의 학습만으로 바둑을 둔다. 그리고 세계랭킹 1위와의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아마도 다음 버전의 AI가 그런 모습이 될 것이며 그것을 '지능 폭팔'이라고 말한다는 글귀에선 사실 소름이 돋았다. 

    오로지 과학자로써 AI을 바라본 책이라는 것은 명심하고 읽어야 할듯하다. 왜냐하면, 인간의 발전에 AI를 접목 시키는 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인간 자체의 혁신이라 해야 할지 혁명이라 해야할지. 언캐니밸리에 다다른 느낌이 이런 건가..싶기도 하지만, 우리가 우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는 사실에는 다소 흥분이 일기도 했다. 모라백의 역설. 인간과 AI가 각자의 단점을 메꾸고, 장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인간의 진화를 말하고 있기에 그러했다.  이것이 작가님이 말하는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되는 시점인 것. 자연에 의한 진화가 아니라, 인간 스스로 진화를 시키는 지금인 것이다. 
    (근데 이런 기술의 발전은 영화 속에서는 멸망으로 끝나던데..ㅠㅠ)

    아직은 시작되지 않은 미래이고, 수많은 SF를 통해 우리는 현실기계에 대한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인간같은 로봇에 대한 불편함을 갖는다. 하지만 인간과 기술이 합쳐지는 단계라면. 그것이 우리가 알지못하는 채에 스며드는 것이라면, 이미 와 있는 미래가 현실이 되는 것일까? 내가 만약 어떤 사고로 마비가 되었다면, 그것을 어떤 칩이나 나노기술을 통해 뇌와 신경을 제어해 일반인 처럼 살수 있다면, 또는 모든 인간에게 공평한 것 나이드는 것을 만약 나노 기술로 막을 수 있다면.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가를 놓고 볼 때면 글쎄. 싶다.

    그리고 기술에 대한 위험성. 더군다나 인간의 체내에 삽입되는 나노기술에 대한 위험성을 어떻게 해결 할 것인지 또는 그것이 정말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책에서 언급하고 있지만, 아직 실현전 단계의 기술이지만 기술의 위험성은 인류전체의 목숨을 담보로 할 수 있기에 두려움이 더 크긴하다.
     
    인간 내에 삽입되는 기술에 대한 위험성과 별개로 실제로 인간의 삶에 깊숙히 침투한 AI로 인해 우리의 먹고사니즘이 위협받는다면? 마치 산업혁명 시기에 있었던 러다이트운동처럼 말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 사회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말한다. 놀랍다. 기술의 미래에 대한 책에서 기본소득까지 보게될 줄이야... 하지만 분명히 짚어야 할점은 저자가 과학자이며 기술자이기에 이 부분에 대해 심도깊은 견해가 보이지는 않는다.
     아마도 이런 부분은 빠른 시일 내에 우리 공동체 내에서 사회적 합의를 찾아야 할것 같긴하다. 기술의 발전은 과도기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미 그 발전의 속도는 우리가 멈출 수 있는 단계를 지나지 않았나..?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중요하게 본 부분이 있었다. AI의 오류. 즉 AI의 오류를 우리가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 였다. 
     현재는 ChatGPT와 같은 AI가 내놓는 답의 진위성 여부 및 그 답을 도출해내기까지의 정확한 과정을 알지 못한다고 한다. 즉 그 답이 오류라는 것을 사용자가 알아내야한다는 것. 문답에서의 오류는 사용자가 핸들링 할 수 있지만, 만약 AI가 내 생명과 직결된 행위에 사용되고 있다면? 예를들면 자율주행같은. 그렇다면 그 오류에 대한 원인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다만 현재는 그 기술적 기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저자도 짚는다. 이 부분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될까.. 싶긴 하지만, 해결하겠지. 그래야 실생활에 도입이 가능할테니.

    과학책을 읽고 있는데, SF 소설을 읽는것 같기도 하고, 문득 지금의 속도라면 20년후의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을 보고 있는 듯한 약간의 소름끼침을 포함한 놀람을 제공하는 책이다.
    인간의 신경망을 설명하는 부분은 쪼큼..(?) 어렵지만, "마침내 시작된 특이점"이 가져올 미래를 엿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

    "AI가 인간의 능력에 도달하고 그것마저 넘어서면, 유익한 목적에 맞게 조심스럽게 관리해야 하며, 사고를 피하고 오용을 막기 위해 특별히 신경써서 설계해야 한다." p.3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매장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부터 눈길을 끌었던 책. 그리고 이 책이 현재 중국에서 금서라고 하니 더 궁금했다. 금서는 더 읽으라고 지정하는건가... 금서라고 지정하면 더 읽게되지 않나.. 뭐 아무튼.
    제목이 주는 스산함과 금서라는 배경만으로 나는 이 책을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니였다. 어렵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이야기는 1950년대 중국의 토지개혁 시대의 이야기이다. 다만 현재에서 과거를 한 계단씩으로 회상하며 진행된다.
    어느날 묘령의 여인이 강에서 구출되었다.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우의사는 그녀가 살아있음을 알았고, 결국 살려냈다. 하지만 그 여인은 기억을 잃은 상태였다. 많은 이들이 그녀의 기억을 되살리려했지만 그때마다 엄청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여인을 보고 우 의사는 그녀를 있는 그대로 두게하였다. 딩쯔타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그리고 주정책위원장의 집에 가정부로 취직도 시켜주었다. 
    그곳에서 10년쯤 살고 있을 때, 우의사가 그 집을 방문하였고, 다시 인연이 닿아 둘은 결혼하여 칭린을 낳는다. 
    어느날 우의사의 죽음. 그녀는 외친다. "연매장은 안되요"라고. 
    그리고 칭린이 자라 돈을 벌어 집을 마련해 엄마를 모신다. 
    그리고 그녀는 깊은 기억속으로 빠져든다. 현실을 잊은 채.

    칭린은 그런 어머니를 보며 깊은 슬픔에 빠지고,
    아버지가 남긴 의문의 글들.
    그리고 자신의 상사 류샤오촨의 부탁으로 그의 아버지 루샤오안의 일을 돕는다. 그리고 알게되는 1950년대의 이야기. 그리고 어머니가 흘리듯 이야기했던 '체런루'라는 단어를 듣게되고.

    복잡한 마음을 뒤로한채 친구 룽중융의 연구를 도우러 간 곳에서 들은 "싼쯔탕" 이 역시 어머니가 말했던 단어다.
    뭐지? 그렇게 찾아 들어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흔적.

    이 이야기는 1950년대 중국의 토지개혁 시대로 돌아간다. 야만의 시대.
    이 때부터는 딩쯔타오가 심연으로 들어가 다시 시간을 복기하며, 그녀가 잃었던 기억중 최근부터 이 이야기의 비극까지 총 18개의 지옥문을 하나씩 여는 것과 칭린이 아버지 어머니 흔적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가 맞물린다.
    제목이 왜 연매장이였어야 했는지는 읽어가며 천천히 의미가 하나씩 덧붙여지는듯 했다.

    야만의 시대. 비적이 들끓고 중국내 내전으로인해 피폐해진 상황. 중국 정부는 토지개혁을 대대적으로 단행한다. 땅을 가진 지주로부터 땅을 강제로 몰수해 중국 인민에게 나눠주는 정책. 그로인해 지주는 공공의 적이 되었고, 인민재판으로 인해 불에 타죽거나 맞아죽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가진것이 죄가 되던 시절. 
    그로인해 그 지방의 명망있고, 농민들과 잘 지내던 이들까지도 광기에 휩싸인 이들에게 죽어야했다.
    이 이야기는 그때를 말하고 있다.
    딩쯔타오의 본가와 시가 모두 그렇게 죽음을 당했다. 시아버지 루쓰차오는 죽음을 택한다. 
    "살 수 없다면 죽자. 다행히 우리는 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 p.221
    그렇게 자신이 죽을 구덩이를 파고 가족들은 모두 그 구덩이 안에서 독약을 먹고 죽는 것을 택한다.

    왜 그랬어야 했을까.
    중국에서 연매장은 관 없이 얕은 구덩이에 묻히는 것으로, 죽은후 연매장이 되면 다시 환생할 수 없다고 한다. 루씨 집안은 그런 죽음을 택한 것이다. 모두가.
    그런 죽음에서 살아야 했던 딩쯔타오.
    그녀는 가족의 죽음을 보았고, 그들의 흙을 덮었던 마지막 생존자였다.
    그리고 기억을 지웠다.

    이 책의 스토리를 이 이상은 쓸수가 없다. 너무나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다만 연매장이라는 단어가 꼭 죽은 이를 어떻게 묻는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되고 싶지 않은 이들.
    가족의 죽음은 잃어본 이들은 알 것이다. 땅에 묻는 것 외에도 가슴에 묻는다. 그리고 가족들이 다시 모일 때마다 그분들은 함께 한다. 우리가 함께했던 추억을 곱씹으며.
    어쩌면 그것이 그들의 환생을 말하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직도 지속중인 생을 말하는지도. 
    하지만 이 책 속에서 먼저간 이들을 잊어야만 하는 대상이고,
    먼저간 이들 또한 원했던 바다.
    돌이켜 그 때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는 극한의 상황으로 돌아간다. 그 고통을 감당할 수 없어서. 
    이 죽음이 안타까운 것은 원망할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국가? 당시 시민? 아니면.. 나? 

    끝내 작가 역시 나는 '연매장 되고 싶지 않다'라 는 글귀를 보며, 누구에게도 기억되고 싶지 않은 존재에 대한 슬픔인지도 모른다.
    나는 중국에서 이 책을 왜 금서로 지정했는지 모르겠다.(뭐.. 중국 정부의 잘못이 있지만, 그 자체가 이 책의 핵심은 아닌데..)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책 속의 모든 이들은 이 이야기가 다시 밖으로 나오지 않기를 바랬으나, 이 이야기는 밖으로 나왔다. 기억하는 이들에 의해서. 그 이유가 있다면 한 가지는 분명할 것이다.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함. 그러기에 깊은 슬픔과 고통으로 인해 차마 살아서는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우이밍이 아들 칭린에게 글을 남겼겠지.  
    그러니 우리는 잊으면 안되는 것인지도...
    어쩌면 그래서 금서가 되었나....

    "그랬대. 하지만 혁명이라는 게 네가 죽거나 내가 죽는 거잖아. 그러니 어쩔 수 없었겠지. 우리 같은 사람은 감히 끼어들 수도 없었을꺼야." p.368


    오래 오래 여운이 남을 것 같은 책.
    다시는 이런 야만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며.

    "세상에는 기억할 가치가 없는 일들이 있잖아. 혹은 잊어야만 하는 일이나 사람도 있고. ... 중략....  확실히 그래. 그런데 어떤 사람이나 일은 잊고 말이야, 잊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반드시 기억하려는 사람도 있거든." p.3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