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장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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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눈길을 끌었던 책. 그리고 이 책이 현재 중국에서 금서라고 하니 더 궁금했다. 금서는 더 읽으라고 지정하는건가... 금서라고 지정하면 더 읽게되지 않나.. 뭐 아무튼.
제목이 주는 스산함과 금서라는 배경만으로 나는 이 책을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니였다. 어렵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이야기는 1950년대 중국의 토지개혁 시대의 이야기이다. 다만 현재에서 과거를 한 계단씩으로 회상하며 진행된다.
어느날 묘령의 여인이 강에서 구출되었다.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우의사는 그녀가 살아있음을 알았고, 결국 살려냈다. 하지만 그 여인은 기억을 잃은 상태였다. 많은 이들이 그녀의 기억을 되살리려했지만 그때마다 엄청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여인을 보고 우 의사는 그녀를 있는 그대로 두게하였다. 딩쯔타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그리고 주정책위원장의 집에 가정부로 취직도 시켜주었다. 
그곳에서 10년쯤 살고 있을 때, 우의사가 그 집을 방문하였고, 다시 인연이 닿아 둘은 결혼하여 칭린을 낳는다. 
어느날 우의사의 죽음. 그녀는 외친다. "연매장은 안되요"라고. 
그리고 칭린이 자라 돈을 벌어 집을 마련해 엄마를 모신다. 
그리고 그녀는 깊은 기억속으로 빠져든다. 현실을 잊은 채.

칭린은 그런 어머니를 보며 깊은 슬픔에 빠지고,
아버지가 남긴 의문의 글들.
그리고 자신의 상사 류샤오촨의 부탁으로 그의 아버지 루샤오안의 일을 돕는다. 그리고 알게되는 1950년대의 이야기. 그리고 어머니가 흘리듯 이야기했던 '체런루'라는 단어를 듣게되고.

복잡한 마음을 뒤로한채 친구 룽중융의 연구를 도우러 간 곳에서 들은 "싼쯔탕" 이 역시 어머니가 말했던 단어다.
뭐지? 그렇게 찾아 들어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흔적.

이 이야기는 1950년대 중국의 토지개혁 시대로 돌아간다. 야만의 시대.
이 때부터는 딩쯔타오가 심연으로 들어가 다시 시간을 복기하며, 그녀가 잃었던 기억중 최근부터 이 이야기의 비극까지 총 18개의 지옥문을 하나씩 여는 것과 칭린이 아버지 어머니 흔적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가 맞물린다.
제목이 왜 연매장이였어야 했는지는 읽어가며 천천히 의미가 하나씩 덧붙여지는듯 했다.

야만의 시대. 비적이 들끓고 중국내 내전으로인해 피폐해진 상황. 중국 정부는 토지개혁을 대대적으로 단행한다. 땅을 가진 지주로부터 땅을 강제로 몰수해 중국 인민에게 나눠주는 정책. 그로인해 지주는 공공의 적이 되었고, 인민재판으로 인해 불에 타죽거나 맞아죽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가진것이 죄가 되던 시절. 
그로인해 그 지방의 명망있고, 농민들과 잘 지내던 이들까지도 광기에 휩싸인 이들에게 죽어야했다.
이 이야기는 그때를 말하고 있다.
딩쯔타오의 본가와 시가 모두 그렇게 죽음을 당했다. 시아버지 루쓰차오는 죽음을 택한다. 
"살 수 없다면 죽자. 다행히 우리는 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 p.221
그렇게 자신이 죽을 구덩이를 파고 가족들은 모두 그 구덩이 안에서 독약을 먹고 죽는 것을 택한다.

왜 그랬어야 했을까.
중국에서 연매장은 관 없이 얕은 구덩이에 묻히는 것으로, 죽은후 연매장이 되면 다시 환생할 수 없다고 한다. 루씨 집안은 그런 죽음을 택한 것이다. 모두가.
그런 죽음에서 살아야 했던 딩쯔타오.
그녀는 가족의 죽음을 보았고, 그들의 흙을 덮었던 마지막 생존자였다.
그리고 기억을 지웠다.

이 책의 스토리를 이 이상은 쓸수가 없다. 너무나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다만 연매장이라는 단어가 꼭 죽은 이를 어떻게 묻는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되고 싶지 않은 이들.
가족의 죽음은 잃어본 이들은 알 것이다. 땅에 묻는 것 외에도 가슴에 묻는다. 그리고 가족들이 다시 모일 때마다 그분들은 함께 한다. 우리가 함께했던 추억을 곱씹으며.
어쩌면 그것이 그들의 환생을 말하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직도 지속중인 생을 말하는지도. 
하지만 이 책 속에서 먼저간 이들을 잊어야만 하는 대상이고,
먼저간 이들 또한 원했던 바다.
돌이켜 그 때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는 극한의 상황으로 돌아간다. 그 고통을 감당할 수 없어서. 
이 죽음이 안타까운 것은 원망할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국가? 당시 시민? 아니면.. 나? 

끝내 작가 역시 나는 '연매장 되고 싶지 않다'라 는 글귀를 보며, 누구에게도 기억되고 싶지 않은 존재에 대한 슬픔인지도 모른다.
나는 중국에서 이 책을 왜 금서로 지정했는지 모르겠다.(뭐.. 중국 정부의 잘못이 있지만, 그 자체가 이 책의 핵심은 아닌데..)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책 속의 모든 이들은 이 이야기가 다시 밖으로 나오지 않기를 바랬으나, 이 이야기는 밖으로 나왔다. 기억하는 이들에 의해서. 그 이유가 있다면 한 가지는 분명할 것이다.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함. 그러기에 깊은 슬픔과 고통으로 인해 차마 살아서는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우이밍이 아들 칭린에게 글을 남겼겠지.  
그러니 우리는 잊으면 안되는 것인지도...
어쩌면 그래서 금서가 되었나....

"그랬대. 하지만 혁명이라는 게 네가 죽거나 내가 죽는 거잖아. 그러니 어쩔 수 없었겠지. 우리 같은 사람은 감히 끼어들 수도 없었을꺼야." p.368


오래 오래 여운이 남을 것 같은 책.
다시는 이런 야만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며.

"세상에는 기억할 가치가 없는 일들이 있잖아. 혹은 잊어야만 하는 일이나 사람도 있고. ... 중략....  확실히 그래. 그런데 어떤 사람이나 일은 잊고 말이야, 잊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반드시 기억하려는 사람도 있거든."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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