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탱고 (블랙 에디션) - 2025 노벨문학상 수상 ㅣ 알마 인코그니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조원규 옮김 / 알마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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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노벨문학상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대표작. 제목도 표지도 강렬한 책. “사탄탱고” 궁금했다. 묵시록의 대가라 저자의 소개글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내게 이 책은 꽤나 읽기 힘들었다. 뭐지 이 늪지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은. 읽는 내내 끈적하고, 축축한 공기가 나를 죄어오는 느낌이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1980년 후반 체제의 붕괴로 진흙탕이 되어버린 헝가리 작은 집단농장이다. 8개월치 고약스런 노동의 대가를 받아오기로 한 슈미트 일행.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떼어먹고 도망갈 생각이지만 슈미트부인은 후터키와 은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후터키는 돌아온 슈미트가 돈을 떼어먹을 생각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고, 추궁한다. 그리고 그들은 한편이 되어 마을 사람들의 돈을 가로챌 모의를 하던 중 크라네르 부인이 이리미아시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전한다.
 메시아의 등장인 셈. 책속에서 이리미아시가 왜 그들에게 희망이 되는지는 등장하지 않지만, 독자는 그가 사기꾼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는 그런 농장사람들을 등쳐먹기 위해 다시 돌아오던 중이었으니까. 자신의 죽음을 퍼뜨린것도 그였고, 그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퍼뜨린것도 그였다. 이 허술한 사기극에 조차 마을 전체가 들썩일만큼 그들의 삶은 바닥이었다.

 이 이야기에는 2명의 소외된 이가 있다. 마을 의사와 소녀 에슈티케. 의사는 스스로를 고립시켜 소외된 이였고, 에슈티케는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는 아이다. 자신의 오빠조차 자신을 경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빠를 믿고 의지했으나, 그는 동생을 속이고, 그녀의 돈을 가져가버렸다. 그 분노와 배신은 어린 에슈티케로 하여금 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이는 포학함으로 분출되었지만, 결국 죄책감, 배신, 그리고 이 현실을 구원해 줄 이 없다는 절망은 그녀 스스로 목숨을 끊게 했다.

에슈티케의 죽음, 더 이상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는 내일을 이용한 이리미아시는 마을 사람들을 웅장한 연설로 호도한다. 또다른 낙원을 마치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처럼. 그리로 가자고. 그런데 그리로 이끌기 위해서 자신은 가진돈이 없다고. 위대한 메시아 같은 그의 연설에 감동한 마을 주민들은 가진돈을 내어놓고 그를 따라 길을 떠난다.  하지만 도착한 그곳은…그들의 예상과는 달랐다.

 이야기 속에 소외된 이들 중의 한명인 의사. 의사는 그들과 길을 함께 하진 않았지만, 이 책의 대미를 완성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마치 생각없이 자신의 세계에 갇힌 듯한 이 인물은 울릴수 없던 종소리의 실체를 확인한 인물이기도 하면서, 이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이다. 디스토피아가 나타내는 끝의 실체를 확인한 사람이랄까.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우리는 그 지옥같은 상황을 빠져나올 수 있을까. 아니면 또다른 메시아를 찾는 어리석음을 보일까.
책 속의 등장인물들의 무기력과 어리석음을 만들어 낸것은 무엇일까. 이 스토리속 인물들중에서 다음 세대의 인물은 소년과 소녀다. 소년은 이미 기성세대에 녹아들어버린 인물이면서 권력을 쥔 이를 가까이하려는 이미 현실속 찌든 다른 인물들과 다를바 없었고, 소녀는 그 현실 속에서 자살을 택했다. 소년이 에슈티케의 돈을 빼앗아간 그 오빠라는 점은 대물림되고 반복되는 현실이 변화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다음은 없는 그 몰락속에서 만약 마을 사람들이 종소리의 실체를 확인했다면, 그들의 이후 선택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디스토피아가 나타내는 가장 두려운 것은 무기력함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아질 수 없다는 좌절은 순응을 만들어내고, 모든 희망과 소망, 심지어 욕망까지 가질 수 없게 만드는 사람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그런 세상 속에 이미 순응해버린 이들이였고, 그렇기에 그들은 이리미아시와 같은 인물을 메시아로 인정해버리는 과오를 저지른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두려운 부분은 의사의 기록이다. 그 기록은 마치 이 이야기를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현재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어쩌면 아주 먼 훗날 누군가 의사의 기록을 본다면, 이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실낱같은 방어선쯤으로 남을 지도 모른다.

묵시록의 대가 맞네.
끝나지 않을 종말같은 세상의 반복이기도,
반대로 종말같은 세상속에서 남기는 기록이 다른 이에게는 희망이 될 바탕이 될지도 모르니.

어려웠지만, 여운이 많이 남는 책.
나는 무엇에 눈가리고 봐야할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가도 생각하게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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