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 사과
박솔뫼 외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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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개인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수상작품집은 매년 찾아보는 편이다. 어떤 주제들이 올해는 등장했는지, 단편소설들을 보며 한해의 문학 경향을 보는 기분이 꽤 좋기 때문이다.

단편소설은 밀도가 굉장히 높은 소설들이다. 짧은 소설안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을 녹여내야 하니까.

근데 올해의 이효석문학상은 굉장히 정적인 느낌이였다.


“박솔뫼 작가의 사과”

올해의 대상작품이면서 어떤 작품보다도 정적이였다. 그냥 길을 걷는 어떤 한 사람의 하루를 보는 느낌이랄까. 그 안에는 애리와 선호의 연애인가 싶은 연애 이야기도 있었지만, 작가의 말처럼 “정처없는 하루”라는 느낌의 소설이다. 느낌엔 정말 사실적인 우리의 하루같은 느낌이면서도 굉장히 모호한 누군가의 하루인것 같은 느낌이랄까. 뚜렷하지 않은 하루.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하루이면서 의식하지 않은 채 그저 살아내고 있는 오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박솔뫼 작가의 사과는 정말 누구나 가지는 하루이면서, 블러처리 되어 있는 하루이기도 했다. 정말 신기했던 소설.


내게 슬펐던 소설 “황시운 작가의 일일업무 보고서”

아주 오래전에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이라는 장애인 변호사님이 쓴 책을 본적이 있다. 담담하게 쓰여진 글이 내게는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책이다. “이동권”이라는 말이 주는 이질감. 너무나 당연했던 나의 이동이 누군가에는 주장해야할 무엇. 그리고 그 주장의 바탕엔 그들의 생존이 달려있었다. 이 소설이 그랬다. 어떤 동정이나 연민, 과장이 없이 누군가의 하루가 이토록 처절할 수 있을까. 아무도 읽지 않는 일일 보고서를 쓰는 일을 하는 세진. 사고 소송으로 받은 돈으로 빠듯하게 살아가는 세진에게 돈을 요구하는 가족들. 그리고 장애인으로 보조인을 통해 자신의 용변을 해결하는 그녀의 일상은 비장애인의 하루보다 고되다. 나가는 일조차, 먹는 일조차 그녀의 몸에 묶여버린 하루. 그럼에도 그녀에게 끊임없는 요구를 하는 가족. 담담하게 쓰여진 작가님의 글이 나를 더 숨막히게했던 이야기.


”장희원 작가의 영주“

글을 쓰는 우진을 찾아온 영주. 영주는 우진의 옆에서 죽고 싶다고 했다. 영주는 우진이 학창시절 괴롭혔던 이였다. 그리고 ”내가 죽는 순간에, 네가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p.157

라며 서늘한 말을 건낸다. 영주는 여름을 넘기고 겨울의 초입까지 버텼다. 우진의 옆에서. 이 소설을 읽으며 왜 이토록 처연한 느낌였을까. 영주는 자신을 죽음을 우진에게 지켜보게 함으로써 자신을 괴롭혀서 벗어날 수 없었던 그녀의 과거를 우진에게 심어주는것 같았다. 오롯하게 자신의 시간을. 그리고 우진은 별것 아닌 글이였지만 자신이 더이상 글을 쓸 수 없음을알고, 그녀역시 영주가 죽어가는 시간 속에 묻혀버리는 느낌이랄까.

가해자, 피해자라는 서사와 역할의 반전이라기보다 절망에 갇히는 누군가의 삶을 아주 느린 시선으로 어떤 말도 할 수 없이 지켜보는 느낌이. 차가웠고, 무서웠던 소설.


수상작품집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내가 가지는 어떤 정형화된 생각이 조금씩 무너지는 느낌이다. 틀안에서 이럴꺼야, 저럴꺼야 하는 그런 생각의 경계가 조금씩 바뀌는 느낌이랄까. 그것이 문학이 주는 힘이면서, 그렇게 서서히 변해가는 시간에 젖어들게 만드는 것 같았다. 

앞서 언급한 세 작품 외에도 “임솔아 작가의 나의 빈묘에”는 가족이라는 경계를 “성혜령 작가의 하악”은 장애인과 비장인의 구분을 통해 내가 무엇을 배제하고 타자화 하는지를 꼬집는다. 


추천.

여전히 문학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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