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그 이후 - 애플tv 플러스 드라마 원작
셰리 핑크 지음, 박중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혼란스러웠다. 꽤나 논쟁적인 측면이 있어보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05년 발생한 허리케인으로 5일동안 메모리얼 병원에서 일어났던 일을 재구성한 책이다. 


허리케인카트리나의 발생으로 메모리얼 병원이 침수되었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의 모회사인 테닛에 구조요청을 보냈으나, 그런 체게가 없었던 본사는 병원에서 자체적인 대비체계를 말할뿐이였다. 한여름 전력이 끊기고 상수도도 끊긴상태, 하수도는 역류를 시작하는 최악의 상황이였다. 병원은 미칠듯한 더위와 어둠에 갖혔고, 주방위군과의 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은 통에 왔던 헬기가 그냥 돌아가야 하는 등의 어이없는 소통부재도 존재했다. 한마디로 재난 상황에 대한 어떠한 프로토콜도 없는 상태였던 것.

그렇게 병원은 자체적인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의료진은 가장 위급한 사람을 대피시키는 것이 아니라 경증, 스스로 움직이거나 부축을 받아 움직임이 가능한 환자와 보호자의 안전을 최우선하기로 했다. 병원의 구조팀이 도착했을 때 그들을 먼저 보내고, 7층의 위중한 환자들은 나중에 대피시키겠다는 말만 할 뿐이였다. 그 5일의 끔직했던 상황이 지나가고, 그저 재난 상황에 구해지지 못한 환자들이 있었다는 것 정도로만 넘어갔던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가장 중증환자가 머물렀던 7층을 중심으로 사망자가 많아도 너무 많았던것.

그렇게 시작된 수사. 밝혀진 사실은 사망한 사람의 대다수가 DNR에 사인한 환자였고, 의식이 없는 중증환자 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체내에는 각종 안정제가 검출되었다. 밝혀진 사실은 그들을 보트가 들어오는 2층이나 헬기가 오는 옥상으로 올릴수가 없었기에 고통속에 죽어가도록 둘수 없으니 대량의 혼합 안정제를 의사들이 투여하고, 구조/비구조자들을 나눴던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그런 결정을 내렸던 의사들은 보호자들에게조차 상황을 공유하거나 통보하지 않았다. 중증환자인 어머니 곁을 지켰던 보호자는 심지어 어머니는 추후 구조될 것이니 먼저 구조보트를 타고 떠나라는 의료진의 말을 믿었고, 먼저 떠난 것이 어머니와의 마지막이였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서명한 DNR이 어머니를 구조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였다며 흐느꼈다.

 결국 재판에 회부된 의료진 모두 풀려났다. 재난 상황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는 모두 민사소송을 면책한다는 법조항에 따라서 였다.  


이 책을 읽다보면 과연 어떤 선택이 옳았는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한다. 의료진의 선택이 반드시 잘못되었는가?! 라는 질문과 나 라면? 이라는 질문이 함께 한다. 

당시의 측면은 의료진만을 탓할 수도 없는 것이 정말 총제적 부재였다.  테닛이라는 메모리얼 병원의 모회사의 방치, 주 정부에서 역시나 재난 상황에 대한 프로토콜 부재,  고립된 병원. 놀랍지 않은가. 고작 5일동안 벌어진 이 상황이.  그 지옥같은 고립 속에서 의료진이 마주한 것은 재난 그 자체보다 비 이성적 공포가 만든 터널 시야였는지도 모른다.

 환자나 보호자가 고립되어 있는 동안 목이 말라 생수를 요구했는데 거절당했다. 비축분이 모자라다는 것.  하지만 나중에 수사 시 밝혀진 사실은 병원에는 생수/통조림/음료수가 꽤나 쌓여있었다고 한다. 뭐지. 이런 상황. 이후 언론보도에서는 병원이 약탈당해 최악의 상황이였다 사실은 아니였던 것. 또한 엘리베이터 고장 등으로 인해 환자의 이송이 힘들었다는 보도 또한 사실이 아니였다. 여러 경로를 통해 대피가 가능해보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병원의 주 발전기가 홍수 수위보다 훨씬 높이 있었기에 일부 위급한 환자들에게 필요한 전력 공급은 가능했다고…


저자는 이 책을 의료진에 대한 비판/옹호의 목적으로 쓴것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말그대로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 시민사회의 합의가 없을 때 비상상황에서 비이성적 판단일지도 모를 판단에 의해 누군가의 생명이 맡겨져서는 안된다는 것.

당시 같은 상황에 놓엿던 코네티컷  호스피스에서는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위중한 환자를 대피시킬 예정임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알렸으나, 그들은 더 건강한 사람을 최우선 대피 순위로 변경하는 것을 허락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보듯 우리사회의 재난상황에 정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모두를 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을 때 구조 순위에 대한 문제는 적어도 우리 사회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 것. 그래야 그 상황 안에서 슬프지만 우리가 납득이라는 것을 할 수 있는 것. 그럼에도 그런 상황에 놓이면 우리의 생은 소수 몇명에 의해 결정되는 일이 빈번하다고도 저자는 말한다. 

”이런 끔찍한 압력 하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게 될지, 우리 가운데 누군가가 알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최소한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결론을 내리고 싶은지 미리 한번 생각해보는 사치를 누릴 수는 있다.“ p.647


재난은 대비를 하여도 늘 발생을 하고, 그런 시기마다 우리는 백서를 출간하며 그런 상황에 대해 피해 및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하지만, 늘 그런 상황 속에 놓일 때 해야하는 결정을 그저 소수에게 맡기는 상황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에 동의한다. 우리가 위중증 환자에 대해 존엄사를 논의하는 과정 속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다. 환자본인/보호자/그리고 의료진/생명윤리위원회 등. 그런 것은 그만큼 우리가 한 생명에 대하여 내려지는 결정의 무게를 알고 있기 때문 아닐까.

 메모리얼 병원의 재난 상황에서 발생했던 몇몇 의료진의 결정에 대해 법적 면책에 대해 의료계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의사의 주관적 판단이 재난이라는 이유로 법적 정당성을 획득한 것 자체가 의사가 가지는 생명 윤리에 대한 위기, 그리고 환자와 의사가 갖는 믿음의 측면에서는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수많은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겠지만 예상치 못한 재난 상황에 몰렸을 때, 누군가의 생명은 누군가의 손에 달린다. 그것이 제도화 되었다고 한들 어쩌면 이 잔인한 선택을 오롯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어고 불편한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 한다.


우리는 잘되어있을까.


추천.


“그들은 과연 무엇을 했어야 할까? 환자들을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다 죽게 내버려두었어야 할까?


당신이 도대체 뭔데. 내 동의나 허락도 없는 상태에서 내 고통을 핑계로 나를 죽이느냐 살리느냐를 결정한단 말인가?” p.4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