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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름, 완주 ㅣ 듣는 소설 1
김금희 지음 / 무제 / 2025년 5월
평점 :
2025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핫 했던 출판사 중 하나는 무제다. 박정민 배우가 대표로 있다는 사실과, 그가 도서전의 부스에 있다는 소식있었기 때문이다. 호기심에 부스를 찾았으나 나는 근처도 못갔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 무제에서 나온 첫 책 < 첫 여름, 완주 > 궁금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해 쓰여진 책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오디오북을 생각해서 쓴 책은 어떤 느낌일지. 이름부터 푸릇한 책.
2026년 봄에서야 읽은 책.
사기로 인한 배신, 그리고 찾아온 우울증으로 성우 열매는 더이상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성우라는 직업을 유지하기도 힘든 그때, 의사의 처방은 쉬어야 한다는 것과 쉬지만 고립되지 않게 사람들과 늘 어울리라는 것이였다.
그렇게 찾아간 시골 완주. 그곳은 열매의 돈을 사기친 수미의 고향이였다. 수미를 찾으러 간 그곳에서 수미 엄마의 머리를 보고 그녀는 더이상 묻지 못했다. 수미 엄마역시 그녀가 찾아온 이유를 알고 있었고,, 너무 시골이라 바로 뜨지 못한 채 하루밤을 수미의 방에서 잤다. 도시의 어수선함과 시끄러움이 없는 조용한 그곳에서. 그 하루가 하루를 더했고, 또 하루를 더했다.
수미 엄마가 자리를 비운 시간 동안 그녀의 매점을 보는 것이 그녀의 일이였고, 그렇게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고서 그녀는 완주 마을의 대부분의 사람을 만났다.
이 마을은 평안하지만은 않다. 상상하는 시골이 아니라는 말. 그곳은 개발파와 비개발파의 싸움이 있고, 그곳에서 아이를 잃은 엄마의 절망이 있었고, 수해지역 이였기에 수해를 당한 집과 당하지 않은 집의 신경전이 있는 마을이기도 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런 갈등 속에서도 그 속에 숨은 서로의 사정을 헤아리는 마을이기도.
서울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수미와의 담판을 위해 내려간 곳에서 열매는 목소리를 찾고, 자신이 왜 성우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는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그 모든 것을 앗아갔던 이가 머물렀던 고향에서 자신을 찾는 아이러니라니.
“그런데 이상하지. 서울로 오고 나서는 여름이랑 비를 기다린다. 비가 처마에서 떨어질 때, 우드드우드드 우산을 뜯듯이 빗방울이 쏟아질 때, 그럴 때 나는 겨우 숨을 쉬어. 여기도 별다른 곳이 아니구나, 여기도 비 오는 곳이구나, 여기도 별 수 없구나 생각하는 거지. 그게 얼마나 눈물겨운 안도감인지 다른 사람들은 알까?” p.29
이 책에서 가장 신비로운 인물 어저귀. 강동경. 그는 내게 나무와 같았다. 따라가기조차 숨가쁘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변하지 않는 유일한 인간. 마치 고향에 수백년 수천년동안 머물렀던 나무 같은 존재. 고향은 우리에게 그런 안도를 주는 곳이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곳. 그것이 장소가 아니라 사람으로 존재한다면. 언제나 그대로 머물러 그곳에 있을 것 같은 사람말이다. 엶매에게도 수미에게도 마을 사람들에게도 어저귀는 그런 사람이였다. 단단한 땅같은.
그런 사람이 주는 안도, 장소가 주는 평안함. 더운 계절이지만 만물이 가장 밝게 피어나는 계절 여름.
어딘가에 꼭 있을 것 같은 마을 완주.
책 제목도 소설 속 마을 이름도 완주이지만, 그들 모두에게 시작인 그곳 내게도 있을까. 가보고 싶네.
추천!
“어저귀 어디서 왔냐고 하면 그쪽은 답할 수 있어요?
본인도 중간 부분만 기억하잖아요. 최초의 시점에
관한 기억은 없고 들은 말 뿐이고
그렇게 살다보면 최종순간도 남이 기억해주는
거잖아요.” p.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