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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개정판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24년 2월
평점 :
이 책은 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알고 있던 책이다. 친했던 친구에게서도, 여러 방송을 통해서도. 그러다 최근에 읽었던 김애란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드디어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읽었다.
나의 첫 느낌은 낯섦이었다. 소설집이라는 사실을 잊고, 장편소설인 줄 알았는데 묘하게 이야기들이 이어지는듯 끊어지는 이 느낌이. 다시 보니 연작소설.
책은 난장이 가족을 통해 보여지는 한국 현대사의 부조리함을 말한다. 가장 소외된 계층에 가해지는 사회의 불평등이 한 사람을 한 가족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말이다. 사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저 살던 집에서 사는 것 외에는 바라는 것이 없었으나, 현실은 재개발을 이유로 살고 있는 집을 헐값에 내어줘야 했다. 결국 이십 오만원에 집을 내어줘야했다. 그들은 더이상 그곳에 머무를 수 없었다. 그 땅에 지어지는 임대아파트를 들어가려면 삼십오만원이 있어야하고, 매달 만 오천원의 관리비를 내야한다.
그렇게 빼앗기듯 내어준 집을 되찾기 위해 영희는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굴뚝에서 떨어졌다.
집이 철거되는 중에도 아버지와 영희를 기다려야 하는 가족.
그것이 1960-70년대의 한국을 가장 밑에서 바치고 있던 사람들에 대한 대우였다.
난장이의 집을 과외 선생으로 인해 처음 방문한 윤호는 그 동네에서 냄새가 났다고 했다. 마치 영화의 기생충에서 박 사장의 그 대사처럼 말이다.
"냄새가 선을 넘지."
그것은 지울 수 없는 그들 사이의 경계였고, 보이지 않는 계급 간의 견고한 벽 이였던 것.
이 소설은 산업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계층이 처했던 현실을 여러 사람의 시선으로 그린다.
중산층 집안에서 더 높은 곳으로 가기위해 노력하는 아버지를 둔 윤호.
그리고 난장이 집안의 딸 영희.
그리고 이 책에서 자본가 집안을 말하는 은광산업의 사촌의 시선등을 통해서.
끝까지 내몰린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 이였을까를 생각해본다면 책의 결말은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처한 현실에 대한 해결 없이 가장 아팠던 이가 가장 크게 책임져야 하는 넘을 수 없는 계급의 높디 높은 벽앞에 허물어져야 했던 우리의 삶이였기에 그러했다.
살고 있는 집을 빼앗겨서 외곽으로 몰려나야했던 난장이 가족.
먹고 살기 위해 일해야 했던 직장에서 수십시간의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수당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던 여공. 심지어 연장된 근로 시간으로 인해 조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아, 바늘로 찔려 피로 물든 작업복을 입고 일해야 했던 당시의 노동자들의 현실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그들의 집을 부수러 온 철거반을 보며 한 난장이의 한 마디에서 알 수 있었다. 가진자들에게만 존재하는 법, 그리고 가진 것 없는 자들 위에 있는 법이 그러했다.
"그들 앞엔 법이 있다" p.84
어느 집안의 노비였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아들로 해방이후의 시대를 맞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던 아버지의 세대는 어쩌면 그 차별과 부당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보다 나은 현재이기에 묵묵히 감내하며 살았는지도 모르지만, 난장이의 아들 영수와 영희는 달랐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를 알았기에 부딪쳐야만 했고, 그렇지만 여전히 높고 견고한 사회 계층의 벽은 부술 수가 없었다.
반대로 은광 산업의 손자 경훈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난장이로 대표되는 그들은 자신들의 재산을 탐내고, 게으르기에 자신들이 데리고 가르쳐야 하는 조금은 덜 된 사람 쯤으로 치부한다.
그렇기에 영수의 분노의 결과는 경훈의 입장에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였고, 영수 역시 자신이 찌른 인물이 그 인물이 아니였다는 사실 역시 분노할 일이였다.
그래서였을까.
책의 첫 머리에 나오는 선생님의 질문은 다시 소설의 마지막에 등장한다. 첫 머리에 나올때는 무슨말일까 싶었던 그 질문은 결국 말미에서는 질문이 오류였다는 사실을 알게한다.
한명은 굴뚝을 청소했고, 한명은 안했다는 것. 그러니 둘 다 청소를 했다는 전제는 틀린 것이 아닐까.
1970년대에 출간되었다는 이 소설에서 말하는 당시의 현실은 지금은 나아졌는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글쎄. 그 때의 열악함은 나아졌을지 모르지만, 살던 곳에서 쫒기듯 내몰리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직장 내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채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여전히 뉴스에 등장한다. 그렇기에 여전히 이 소설이 스테디 셀러로 사람들에게 읽히는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닐까. 이 소설은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쓰여졌지만, 그것은 곧 한국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모두의 이야기 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계급의 존재는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 계급의 존재는 사람이 있기에 가능한 말이고, 내가 하지 않는 일을 누군가는 해주고 있다는 의미다. 사회는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뤄지고 있고, 우리는 서로가 암암리에 영향을 주고 받는 '사람'임을 알아야 한다. 김애란 작가님의 소설집의 말미에 쓰여진 신형철 평론가님의 글이 슬프지만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네 이웃을 네 돈과 같이"
1970년대에 쏘아 올려진 공으로 우리는 그 때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사회가 되었으나, 난장이가 없는 사회는 아니다. 그 점이 내게는 씁쓸함으로 다가왔지만, 아직까지 이 책을 읽는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는 책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그 그늘을 외면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에 위안을 삼아도 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