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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꽃
이동건 지음 / 델피노 / 2022년 5월
평점 :
드라마를 먼저 보고 원작소설이 궁금해져서 읽은 "죽음의 꽃".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 트롤리 딜레마가 떠올랐다. 전혀 다르지만 뭐랄까 어느 쪽도 선택하기 힘들어서 였을까.
여기 223명을 죽인 살인자가 있다. 하지만 그 살인자는 현재의 모든 난치병을 고칠 수 있다. 그는 자신을 무죄로 만들지 않으면 자살해서 죽을꺼라고 말한다. 그리고 내게는 뇌종양으로 죽어가는 딸이 있다. 오로지 그만이 내 딸을 살릴 수 있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느 미친 살인마에 의해 난도질 당해 돌아가셨다. 누구도 나와 형을 도와주지 않을 때 어느 검사가 우리의 울타리가 되어주었고, 끝내 그에게 사형선고를 받게 했다. 나에게 법을 지켜야 할 사명을 알게해 준 검사를 따라 나는 검사가 되었다. 그리고 내 앞에 223명을 죽인 살인마가 나타났다. 그리고 나에게 그를 살려달라 사람들이 말한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살인자 이영환. 그는 의대 본과를 다니다 자퇴하고 4년간 아무 흔적이 없다가, 어느날 살인자로 경찰에 잡혀왔다. 그리고 그의 살인은 무려 223명. 이유는 모두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실험이였다 말한다. 심지어 그의 생물학적 아버지까지. 아이부터 노인까지 죽은 모든 사람들은 그의 실험체였다. 그리고 그는 10명의 불치병 및 장애인들을 완치시켰다.
이 이야기는 그런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말 그대로 승승장구의 삶을 살던 박재준. 사법연수원에서도 최우수. 판사보다는 변호사를 선택해 국내 최고의 로펌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는 그가 결혼을 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얻었다. 하지만 그 딸이 악성종양으로 죽어간다. 그 앞에 이영환이 나타났다. 내 딸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
그리고 반대편의 검사 장동준. 법 앞에서 일체의 봐줌이 없는 사람이다. 그의 기준에서 이영준은 당연히 사형이여야 한다. 그렇지만 살고 싶은 이들이 나타나 그를 살려달라 말한다. 그리고 그가 존경했고 따랐던 한 사람마저 그에게 그를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해야할까.
223명을 잔인하게 죽인 살인자에게 세계의 모든 불치병을 살릴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그를 풀어줘야할까? 아니면 법의 기준대로 사형에 처해야 할까. 둘 중 하나가 아니면 그는 자살하겠다 한다. 책을 읽는 내내 흡입력 강한 스토리에 빠져들기도 했지만, 계속 해서 나라면.. 이라는 내 스스로의 질문에 나는 어떤 결정도 할 수 없었다.
꼭 내 가족일이 아니더라도,,, 그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의견도, 그렇다고 그에게만 예외를 두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어떤 결론도 내릴 수가 없었다.
드라마에서는 살인범인 그에게 그럴 수 밖에 없는 서사를 만들었지만, 원작에서 그런 이유는 없다. 그렇기에 더 결론을 낼 수가 없었다. (사실 드라마의 서사가 있다해도 글쎄.)
트롤리 딜레마는 원래대로 간다면 4명이 죽지만, 내가 기차의 길을 바꾼다면 1명이 죽는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그 상황이 내게 오지 않길 바랄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도 이 경우 내가 판사라면 법 대로라면 이영환 한명에 대한 판결이지만, 영향력은.. 반대로 그를 살리면 더 많은 이들이 살 수 있다. 하지만 그를 살림으로써 그에게 가족을 잃은 최소 223명의 분노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사회 정의라는 기준의 틀이 흔들리는 것을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이 상황을 결론까지 갈 수 있는 토론의 장이 과연 가능 할까? 싶었다. 완전히 양극단으로 나뉘어진 의견에 중재라는 것이 가능할까. 그리고 이것이 중재로 가능한 논의일까..
우리가 어쩌면 이로움이 더 많을 지도 모르는 인간복제나 DNA 조작(특히 배아)을 막은 이유는 분명하다. 그 기술로 인해 어디 범위까지를 인권이라는 아주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권리를 침해하는 지에 대한 논의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침해에 대해 얼마만큼의 위험성이 존재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그렇게 준비되지 않은 우리에게 결말을 보여주고 선택을 말한다. 그렇기에 책을 잃는 내내 나는 어떤 쪽으로도 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도 여전히.
흥미로운 스토리이지만, 정말 어려운 난제.
재밌네.(재밌다고 말해도 되나..ㅠ)
"'소생'이라는 단어가 내 눈에 들어오고 머릿속에서 이해가 되는 순간 모든 사고가 멈춘다. 머릿속에서 싸우고 있던 병신 같은 생각들이 모두 연기처럼 사라진다." p.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