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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기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평점 :
이 책은 2024년 12월 3일부터 2025년 5월 1일까지 황정은 작가님의 일기다. 이 책을 지인에게 추천받고서, 한참을 묵혔다. 누군가의 일기를 왜 추천하는가.. 싶었는데 그분이 읽어준 문장하나가 너무 웃겨서.
하지만 직접 책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은 그때의 두려움이였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잊고 있었던 그 때의 두려움과 숨막힘.
계엄 해제는 그 밤에 끝났지만, 그것을 내란이라 규정하는 것은 지난했다.
그 중간에 무안공항에서 참사가 있었고,
우리나라 사법을 다시보게 한 어이없는 사건들이 있었고,
탄핵선고가 늦어지는 동안의 숨막힘이 있었다.
민주진영에서 탄핵이 되지 않아도 국민들이 있기에 다시 하면 된다는 위로되지 않는 정치평을 들으면서는 절망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던 그 시간들.
이 책은 그런 시간들에 대한 작가의 기록이다.
작가님의 기록이라 그런지 구체적이면서도 그 때의 나의 감정이 단어와 문장으로 기록된 느낌이 이토록 생생하게 다가오다니 싶은 낯선듯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생경스러운 기분이였다. 같은 시대를 지나며, 같은 마음으로 견뎌온 시간의 기록을 읽고 있다니.
“매국과 내란의 얼굴들, 파렴치며 몰염치가 그네들의 힘이다. 꼴도 보기 싫다, 곱게 늙어서 더 징그러운 폭력들, 샹, 샹. ‘국가‘와 ’나라’를 주제로 열렬히 말하고 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보수 인가 싶었다. 이 계엄을 옹호하는 입장들을 ‘보수‘라 칭하는 일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하지 않을까. 봉건, 내란, 위헌 중에 골라봐” p.25
교과서에서만 보던 “계엄”이라는 단어가 등장한지 1년 3개월이 지나고도 여전히 내란은 진행중이다.
계엄부터 탄핵선고, 그 이후 조희대의 난인지 뭔지까지 6개월 동안 쓰여진 일기는 그 시간을 견뎌내어야했던 우리를 다시 대면하게 한다.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니..
한편 책을 읽으며 내 가슴을 뜨끔하게 했던 문장이 있었다. 참담했다 표현하면서도, 내 일이 우선이였던 순간들. 그 때 들었던 내 스스로에 대한 불편감.
“소식을 듣자마자 국회로 달려간 사람들이 없었다면 오늘 일상은 오늘과 같지 않았을 것이다.
그 찰나에, 그들이 나처럼 생각했다면.
그날 뒤로 이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p.52
내란 수괴에 대한 1심 선고 결과가 드디어 2026년 2월 19일에서야 나왔다. 하지만 지금의 재판 결과 그리고 그 결과에 이르기 까지에 대한 재판관들의 ‘말‘ - 잘못은 했지. 근데 뭐 이게 큰일이야? 싶은 식의 말들을 들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 - ‘나‘는 약하지만 ’우리’의 힘은 강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 정말.. 나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모르겠다…
“말할 수록 말하고자하는 것이 가벼워지고 하찮아 지는 것 같았냐고 묻자 어떻게 알았느냐고 반문한다. 나도 겪곤 하니까. 그 무서운 일을. 내게 너무나 중요한 그것이 당신에겐 중요하지 않다는 걸 목격하는 일. 사람의 무언가를 야금야금 무너뜨리는 그 일을.” p.43
작가님은 지금 어떤 일기를 쓰고 계시려나.
진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