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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선혈 ㅣ 하지은의 낮과 밤
하지은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6월
평점 :
얼음나무숲과 언제나 밤인세계를 읽고 홀딱 빠져버린 하지은 작가님의 작품. 가장 최신작을 읽고, 오래전 책들부터 읽는 중인데, 매번 새로운 세계관으로 나를 이리 끌고 가시는지.
레아킨은 황제인 형의 끝없는 애정을 피해 수도를 떠나 라노프로 도망쳤다. 몰래. 황제의 형제는 황제와 함께 머물수 없으나, 형은 자신만은 놓아주지 않았다. 레아칸은 궁금했다. 어떤 감정도, 어떤 색도 보지 못하는 그가 읽었던 한권의 책. 그 책의 작가라면 자신이 알 수 없는 것들을 알게해줄 것 같았다. 오로지 책 한권의 작가를 찾기위해 속국 라노프로 형을 피해 가출(?)을 한 것.
레아킨은 라노프의 “죽음의 탑 심판관”으로 신분을 숨긴채 업무를 시작한다. 보좌간인 귀스트의 도움으로. 레아킨은 본국인 쿠세인 사람이고, 귀스트는 라노프 인이다. 죽음의 탑은 혁명재판소이자 종교재판소로써 재판을 하는 곳이고, 레아킨은 그곳에서 유일한 심판관인셈.
귀스트는 그런 죽음의 탑에서 레아킨의 보좌관이자 저작물의 검열을 맡고 있는 사람이였다.
혁명군을 찬양하거나, 혁명을 조장하는 어떤 창작물도 유통될 수 없게 하는.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고, 색도 보지 못하는 그는 작가 비오티를 찾기 시작한다. 그래서 열었던 출판인 모임에서 난동을 피우던 여자. 그래서 어쩌다 레아킨이 빚을 지게 만든 여자. 그녀가 그가 찾던 사람임을 알게된 순간, 자신의 예상과는 너무나 다르면서도, 소위 “나를 이렇게 대한 사람은 너뿐이야”라는 클리셰에 당한 그.ㅋㅋ
그렇게 계속 얽히는 인연속에서 비오티는 그에게 새로운 각인으로 다가온다.
매일밤 탑의 가장 어두운 곳을 가는 귀스트.
“R에게 바치는” 책을 신간으로 내놓은 비오티. “R”이라는 인물은 대체 누구일지.
그리고 레아킨의 정체를 알고 있는 나힘.
여러사람의 운명이 얽히고 얽혀있던 중에 등장하는 신화라고 믿었던 아기모스의 유산들.
어쩌면 인간 심연의 어둠을 만들어가는 ‘것‘과, 그 정점에서 인간의 가장 바닥을 만들어 내는 ‘것‘ 의 등장은 어떤 의미 였을까.
‘아기모스는 진정으로 위대했으며, 스스로를 작가라고 말하는 것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유일한 인간이었다. 그의 책은 정년 대단해서 단어들이 생명을 얻고 걸어 나갔다고 하지. 그것을 세계가 용납하지 않았기에 그는 모든 단어들을 불러들여 책을 봉인했지만 단 하나의 단어만이 돌아오지 않았다.‘ p.374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인간의 심연을 어두움을 말하는 그 단어가 먼저였을까. 아니면 행위가 먼저였을까. 그 단어들을 봉인했다면 우리는 그 어둠을 맞닥뜨리지 않을 수도 있었을까.
궁금하다.
우리를 정의하는 것은 언어일까. 우리의 행위일까.
재밌는 책.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