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골동품 상점
허아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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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개인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일전에 TV 에서 우리나라 옛날로부터 전해오는 미신이나 물건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보다보면 어쩜 이리 신기했는지. 이 이야기는 어떤 기이한 골동품 상점에 방문한 이들에게 주인장이 물건에 깃든 사연을 들려준다. 아마도 골동품은 사실 태항아라리를 제외하고는 옥비녀, 먹, 딸랑이 등과 같이 들어본 소재들이지만 그 물건에 깃든 사연은 슬프기도, 기이하기도, 오슬오슬하게도 했다.

태항아리. 
탯줄을 땅에 묻는 우리의 오랜 풍습. 보통은 궤나 석함을 이용했지만,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는 도자기에 넣어 묻었다. 물론 왕실이나 귀한 집안에서나 가능했던 일이지만. 기이한 물건들을 모으는 취미를 가진 이가 골동품 상점을 찾았고, 주인은 그에게 태항아리를 보여준다.
 단순 항아리라고하기엔 이상했다. 항아리 안에 항아리가 그 안에 또다른 항아리가 그래서 마치 새끼 줄을 꼬아 만든듯한 항아리가 그 앞에 놓였다. 이것은 이전의 태를 다음 태가 감싸 안은 한 집안의 태항아리. 한 집안의 태가 끝없이 이어지는 항아리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주인은 말한다. 항아리에 사람이 홀리기도 한다고, 그러니 조심하라고. 하지만 그 이의 귀에는 어느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끔찍했던 에피소드.
골동품 상점의 딸랑이에 얽힌 이야기.
효자사례. 옛날 귀신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신공양. 막 죽은 이의 다리를 먹으면, 다시 걸을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들. 여기서 먹은 것은 자식의 손가락이다. 아픈 부모를 위해 아이가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먹였더니 부모가 씻은 듯이 나았다는 이야기들. 그런 효자가 나온 마을은 중앙정부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그래서 세종왕조실록에는 해마다 이런 효자 사례가 등장한다. 그리고 어느해 부터인가 사례가 점점 뜸해지는데..
상점의 주인은 그렇게 말한다. 정말... 아이가 손가락을 자를 수 있었을까요. 정말 부모는 그 자른 손가락을 먹고 나았을까요.
그리고 그런일이 기록된 사례만 존재하는 걸까요라고. 고작 열두살 짜리가 부모의 병을 위해 손가락을 자른다?! 생각해보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끔찍한 에피소든 인 것. 지금으로 치면 아동 학대라는 책 속의 대화에 진심으로 끄덕여진다. 
그리고 잘려진 손가락은 때로는 무당의 신물이 되기도 한다. 
"극도의 희망과 욕망을 담아 뻗은 손, 그 손의 끝에 달린 손가락. 한과 원념이 담긴 손가락. 그 끝에 맺힌 가련함." p.127
새삼 골동품 점의 딸랑이가 아이에 대한 가련함으로 어른에 대한 사악함으로 섬뜩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의 느낌 뿐인걸까.

제웅.
누군가를 저주할때 만드는 짚신인형 쯤으로 알고 있던 것. 그런 제웅이 골동품 상점에 있다.
제웅에 담긴 이야기는.. 조선시대의 노예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스토리였다. 강상죄를 놓고 당시 공신 집안의 노비와 현감의 이야기는 정말 칼날 위에 서있는 느낌이 들었다. 뒷 목이 서늘해지는. 귀신이 등장하는 것이 아님에도.
우물가의 근처에 죽어있던 공신.
그 집안에 죽어있던 남노비 1명.
사라진 남노비 1명.
죽은 이는 사라진 남노비의 아버지.
그리고 우물가에 발목이 뚫린 채 삼끈에 매여있었던 것같은 쓰러진 여노비 1명. 여노비는 도망노비의 아내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현감의 질문.
강상죄를 뒤집어쓰지 않기 위해 여노비가 현감에게 올린말.
"사실을 듣고 싶다면, 질문을 잘 하셔야 하옵니다." p.165
주인을 고발하면 주인을 고발한 죄로 같이 죽어야 했던 당시 . 여노비 삼종은 현감에게 그렇게 말한다. 진실을 알고 싶다면 너의 질문에 따라 나의 대답이 주어질 것이라고.
야.... 노비와 현감의 대화가 이토록 살떨릴 줄이야.
과연 사건의 전말은 어떻게 밝혀질지.

그 상점 속의 물건들은 모두 사연이 있는 물건 들이였고, 그래서 기이했다. 그 물건은 때로는 축복이 될 수도, 때로는 저주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 물건을 지닌 이가 결국 어떤 이인지에 따라 가야 할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닐까.


이래서 궁서체로 쓰여진 상점은 조심 해야대..ㅎㅎ
재밌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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