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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자 ㅣ 수확자 시리즈 1
닐 셔스터먼 지음, 이수현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2월
평점 :
닐 셔스터먼의 최근작 "언와인드 디스톨로지"를 읽고서 이 책이 궁금해졌다. 오호라. 수학자라고 알고있었는데, "수확자" 였다. 뭐지?
인간의 모든 것이 정복된 어느 미래. 유전자고 뭐고 다 정복되어 인간은 늙지 않고, 죽지 않는다. 모든 병이 다 정복되었기에 영생의 삶을 사는 세상. 그래서 였을까. 책의 초입부터 왜 나는 디스토피아 같았을까. 끝이 없는 삶이라는 그 자체 만으로.
인간은 계속해서 태어나기에 인구 폭발을 막기위해 전 세계는 수확자를 두었다. 죽음이 사라진 시대부터.
이것은 죽음이 존재했던 시대를 바탕으로 사고, 질병, 나이, 성별, 인종 등등에 따라 당시의 평균으로 무작위로 사람을 선별해 죽인다. 죽일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것이 수확자이다.
흥미로운 점은 수확자라는 존재가 마치 성직자를 넘어서 신과 동등한 위치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누구도 그들의 존재를 거스르지 않고, 그들 앞에서는 두렵지만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수확된 이들의 가족은 1년간 수확면제권을 부여받는다. 그들의 반지에 입을 맞추어 DNA를 등록함으로써.
반지와 그들이 두르고 다니는 로브가 그들의 상징이다.
어느날 시트라의 집에 수확자 패러데이가 왔다. 가족들 중 누군가를 수확하러 온것일까. 하지만 패러데이는 그곳에서 식사를 한다. 가족 모두가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지만 시트라는 수확자 앞에서도 당돌하다. 마치 죽일테면 얼른 죽여라..식이랄까. 10대는 역시.. 하지만 패러데이는 식사만 하고, 그 댓가로 시트라의 어머니에게 1년 면제권을 부여한다. 그리고는 그들의 집에서 빌려간 칼로 옆 집 브리짓을 수확한 후 칼을 돌려준다. 그리고는 말한다.
"수확자는 죽음의 도구일 뿐이고, 나를 휘두르는 것은 여러분의 손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중략.. 여러분은 그 책임을 공유해야 해요" p.23
로언. 어느날 로언이 다니는 학교에 수확자 패러데이가 등장하고, 패러데이의 물음에 그는 직접 안내해준다. 그리고 그느 그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 콕을 수확하러 왔음을 알린다. 어쩌다 콜 옆에 남게된 로언. 두려움에 어쩔 줄 모르는 친구의 손을 잡고 그의 마지막을 끝까지 지킨다. 자신과는 일면식도 없던 친구를 위해. 함께 전기충격을 견뎌가며.
수확자 패러데이는 후배 수확자 후보로 시트라와 로언을 선택한다. 두 사람 모두 누군가의 목숨의 무게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는 것이 그 이유 였다. 선택된 둘은 패러데이에게 수확자 후보생으로써 교육을 받는다. 둘 중 훌륭한 한명을 수확자로 선정하기로 하지만, 수확령에서 위대한 수확자 퀴리의 질문에 둘 모두 임의로 오답을 대답함으로 다른 수확자들에게 빌미를 제공한다. 서로가 서로를 동정함에 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로, 결국 둘 중 하나가 수확자가되는 때에 나머지 한명을 수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둘 중 한명은 수확자가 되고, 한명은 죽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것도 믿고 의지했던 이의 손에 죽어야 하는 잔혹한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패러데이가 막고자 했지만, 이미 고위 수확자들로 인해 판결이 난 상황.
누가 죽고 누가 수확자가 될 것인가.
수확자라는 존재는 대체 무엇일까.
누군가는 사람의 목숨을 거두는 것에 끊임없는 고뇌와 고민을 하고, 수확자 고다르 같은 이들은 그 자체를 즐긴다. 연쇄살인범이 살인 면허를 가졌다면 딱 그 모습일 것이다. 정해진 할당량이 있다는 것 조차 우습게 여기고, 인간 그 자체가 재생이 가능한 세상이기에 살아있는 사람을 상대로 수확자 연습생 후보의 교육을 시킨다. 실제 사람을 죽이는 그 행위 자체를 연습으로 만드는 것이다.
인간의 모든 것이 밝혀진 그런 미래에 어떤 인간에게 타인을 살해할 권한을 남긴 것은 그 시대에서 모든 것을 가능하게하는 AI 선더헤드에게만큼은 인간의 생사여탈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그 시대의 마지막 몸부림이였던 걸까.
극도로 발달된 과학, 모든 지식이 다 밝혀진 시대에 인간 위에 인간을 남겨야했던 그 시대의 합의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였는지 궁금해지는 책이다.
1권은 수확자와 살짝 등장하는 선더헤드의 존재. 불멸의 삶을 살며, 타인의 삶을 수확하는 이들과 그들로 길러짐으로써 인간성을 잃어가는 로언과 시트라의 이야기가 숨쉴틈 없이 몰아친다. 이번 신작 언와인드에서도 느꼈지만, 작가의 이야기 흡입력은 진짜 최고인듯.
하지만 그 시리즈도 이 시리즈도 배경은 참.. 그 자체가 디스토피아 같은 느낌은 무엇일까.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라 말하지만, 가장 근원적인 인간의 삶. 그 자체를 가질 수 없는 시대의 아이러니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기에 모든 것이 밝혀진 시대는 결코 오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만든다.
"문명의 성장은 완료되었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았다. 인류의 경우 배울 것은 더 남아 있지 않았다. 우리 존재에 대해 더 해독할 것이 없었다. 그것은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사실 크게 보면 모두가 똑같이 쓸모가 없었다." p.19
2권 선더헤드 시작.
"나는 여기 비내리는 방식이 좋아. 저 비를 보고 있으면 어떤 자연력은 결코 완전히 제압 할 수 없다는 걸 떠올리게 되지. 자연력은 불멸이고, 그건 불사보다 훨씬 나은 성질이야" p.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