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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어깨에서 사회와 힘을 묻다 ㅣ 거인의 어깨에서 묻다 철학 3부작
벤진 리드 지음, 진승혁 기획 / 자이언톡 / 2025년 8월
평점 :
정치는 언제나 대립이였다. 양측. 좌우. 냉전이 끝났음에도 우리나라는 지리학적 특성에 의해 여전히 이념을 벗어나지 못하는듯 보인다. 하지만 이전에는 적어도 TV라는 공중파에서는 서로가 대화하려는 노력이라도 보였는데, 점점 더 서로의 말을 듣지않고, 각자의 말만으로 얼룩진 토론이 되어간다. 소수이기에 별로 다뤄지지 않았던 극우가 득세하고, 법원을 향해 폭동을 일으켰다. 왜 이리 사회가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것일까? 다만 이것은 우리나라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유럽에서도 이런 상황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무엇이 문제일까? 궁금했다.
“거인의 어깨에서 사회와 힘을 묻다”는 62명의 철학자, 사회학자, 역사학자 들의 저서와 말을 통해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시작은 사회의 탄생이다. 국가의 탄생. 국가가 탄생했다면 국가에게 주어진 권력은 각 학자마다 어떤 의미로 읽히는가? 그 연장선에서 권좌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여기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홉스와 로크의 차이였다. 홉스는 리바이어던을 통해 국가 권력을 절대성을 의미한다면, 로크는 그점을 사회 계약으로 권력의 위임을 말한다는 것. 비슷한듯 전혀 다른 의미 이다. 국가의 존재 규정은 같지만, 그 국가에 부여한 개인의 권한의 차이랄까.
그렇다면 국가는 어떻게 구성되고 어떻게 변화해왔을까?
요 파트는 가장 치열하게 이분법적으로 서로를 대해왔던 냉전시대의 철학이다. 엥갤스, 뒤르켐, 베버 등.
엥겔스의 사상 중 흥미로웠던 점은
”현실에서 국가는 궁극적으로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을 억압하기 위한 기계에 불과하며, 민주공화국에서도 군주제만큼이나 그러하다“ p.112
그는 결국 국가역시 권력의 한 집단일 뿐이며,, 이데올로기를 공고히 하는 역할로써만 존재한다는 것. 그렇기에 그 자체에 순응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존재하는 도구이기에 결국 국가는 계급 혁명을 통해 소멸할 것이라 말한다.
이 말이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조금 다른 의미로 내게는 다가왔다. 계급 투쟁이 아닐라, 양극화된 사회속에서 마치 서로 다른 국가를 가진듯한 말들이 쏟아지기에 그러했다. 분명 하나의 국가에서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작금의 사태가 엥겔스의 ”국가 붕괴“라는 말을 새삼 두려움으로 다가왔달까. (물론 이런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렇다면 국가는 시장 속에서 어떤 위치여야 할까.
이 파트는 사회 이념 논쟁보다 더 첨예하게 다가온다. 사회이념은 이미 어느 한쪽은로 판가름 난 이슈이겠지만, 경제는 여전히 뜨거운 논쟁위에 있다. 스미스, 프리드먼, 폴라니, 마추카토. 자유시장경제와 국가주도경제. 이 부분은 일종의 경제학적 이념논쟁으로는 첨예하게 갈리지만 나의 짧은 이해로는 상황에 따라…라고 이해할 수 밖에. 그 상황 속에서 어떤 것이 더 의미를 가질지는 모르겠지만.. 아. 경제는 정말 어렵다.
(그런데 이 책이 던지는 모든 파트가 어렵다. 어느 한쪽이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사회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이해, 국가간 이해에 다 얽혀있기 때문일까.)
요기까지를 읽고나면 현재와 미래에 대한 파트가 시작된다. 물론 앞선파트가 모두 과거를 의미하진 않는다. 현재에서 과거를 돌아보면, 그 모든 사상, 철학, 개념들이 현재와 이어지기에 그렇다. 지금부터 현재, 미래라고 생각된 것은 지금 우리 사회가 첨예한 논쟁 속에 있는 많은 주제들이 등장하기 때문.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민주주의의 다음 ”주의-ism”에 대한 언급까지. (민주주의가 -ism 의 개념은 아니지만..)
전 세계적으로 등장하는 사상이나 이념에 대한 양극화에 대한 부분에서 다수의 학자들이 말하고 있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어느 한 곳을 소외하고, 그들의 발언 자유를 상실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들을 군중으로 만들고, 그것은 붕괴를 넘어서, 정치의 소멸이라 말한다.
”‘이데올로기의 본질은, 하나의 생각을 전체 현실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면서 사고할 필요를 제거하는데 있다.‘ - 이데올로기는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하지만, 그 대가로 사고할 필요를 제거한다.“ p.236
이 파트를 읽으며, 이데올로기에 갖힌 이들의 대화 거부, 토론 거부를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이끌어내야할 것인가? 나는 이데올로기에 갖혀있는가 갖혀있지 않은가. 서로가 서로를 극단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지금에서 토론의 가능 여부와, 그 효용성이 있을까를 생각케하지만, 휴.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렌트 외에도 많은 이들이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지금의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것도 결국은 공론의 장뿐인가. 싶다.
민주주의의 다음은 있을까? 뜨거운 논쟁으로 보이는 무페, 왕후이, 드닌의 이론은 글쎄.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 역시 민주주의 기반하에 현재와는 많이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보였으나, 하조니의 민족보수주의는 보편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민족의 가지는 특장점을 이용(?)하자는 의미 이긴했으나, 민족보수주의라는 경계는 세계화 시대에 역행하는 모습이 아닐까? 보편성을 강조한다기보단, 서로의 다름을 이제는 이해해야 하는 시대이지 않나 하는 생각에 그의 이론은 마치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바우만의 "레트로토피아'가 생각이 났나..
이밖에도 지금의 기술 환경. SNS등을 통해 나타나는 기업과 개인간의 관계를 보드리야르의 사상과 주보프, 카르텔의 이론.
인간과 인간의 관계. 소수자, 인종, 계급에 대한 논쟁을 말하는 스피박, 크렌쇼, 버틀러, 누스바움의 사상등.
이 책은 인간을 구성하는 ”사회 “전반에 대하여 여러 학자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생각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사회를 이렇게 생각했어. 너의 생각은? 지금 우리앞에 놓인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라고 묻고있다.
내게 조금 어렵긴했지만,
좋았다.
답을 찾을 순 없었지만,
질문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던 책. (원래 질문 속에 답이 있으니까..)
Good!!!!
”정의란 무엇을 나누는가가 아니라, 누구를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를 묻는 일이라는 그녀의 사상은 불평등과 차별과 생명권의 위기 속에서 근본적인 질문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p.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