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4년 12월 3일" 한국은 불시착했다.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김영민 작가님은 그날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아마도 그날의 일로 김영민 작가님이 대한민국에 대해 썼던 글들과 새로 쓴 글들을 모아서 이 책을 내신거 같았다. 
대한민국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하여.

면면에 대한 짧은 글들의 모음집이지만 작가님의 글은 읽고 있다보면 허를 찔리는 느낌이다.
웃기기도 하고,
숙연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뜨끔..하기도 하고,
어떤 글은 아.. 싶은 탄성을 자아내기도 하는.

과거 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글은
단군 신화 였다. 사실 나는 단군 신화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고조선이라는 나라 그러면서도 단군 신화 속의 "신"의 등장이 왜 인지에 대해서. 작가는 그것을 중국이 우리를 바라보는 식민 사관에 대항하여 등장한 것이라 말한다. 중국황제마저 수긍할 수 밖에 없는 권위. 그것은 곧 '신'이다. 환인의 서자 환웅을 통해 하늘신의 이름으로 '홍익인간'의 가치를 내세워 '신'이라는 존재가 세운  홍인인간의 나라라는 것. 고조선이라는 것이 허망인 것이 아니라, 고조선에 씌워진 '신'이라는 의미가 그렇다는 것이다. 

"단군 신화는 제국을 의식한 정치 신학이다"

이 밖에도 한국의 과거에는 유교, 노비에 대한 이야기 등등. 가장 웃겼던 전염병 파트에서 킹덤이 등장할 줄이야. (킹덤 때문에 전염병 파트가 과거에 들어있는 걸까.ㅋㅋㅋ)

그리고 등장하는 현재. 현재의 첫 이야기는 "서울의 봄"이다. 쿠테타. 아마도 12.3일의 그날이 있었기에 가장 처음으로 선택된 글 이였을까. 저자는 쿠테나는 위법이 아니라 "법을 어기고 지키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권위 자체에 도전하는 것이 쿠테타의 본질 p. 137" 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쿠테타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현재 대한민국의 제일 하단을 받치는 근간을 뒤엎은 것. 
우리가 민주화 과정을 통해 지켜낸 그 근간이 다시금 시험대에 오른 것이 12.3 내란인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인간"이란 무엇일까. 시민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저자는 "소년이 온다"라는 책을 통해 말한다.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증거. "군중을 이루는 개개인의 도덕적 수준과 별개로 특정한 윤리적 파동이 현장에서 발생" p.148 하는 것. 인간은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을 하는 존재이면서, 옳지 않은 일에 생존을 버리고 타인과 함께 스크럼 속으로 들어가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끝내 우리는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없겠지만, 우리가 가지는 각자에 대한 믿음은 포기하지 않는 다는 작가 한강의 말을 저자의 글을 통해 읽으며 새삼 뜨거워지는 무엇을 울컥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광장 이후에 대한 "혁명을 끝내는 법".
2016년 촛불 혁명 이후 우리가 생각했던 대한민국은 무엇이였을까 무엇이였기에 그토록 실망해 다시 그 혁명을 촉발시켰던 정당의 인물을 다시 대통령에 올렸던 것일까를 다시 돌아보게 한 챕터다. 
"가두 시위라는 큰 희생을 치르고 혁명을 이루었다고 생각하기에, 정부에게 그만큼의 큰 보상과 관심을 요구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정치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p.156
생각해보면 혁명의 시작은 정치가  사회가 무너졌다고 생각했던 것이 시작이다. 그렇다면 혁명의 완성은 무엇일까?! 완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곰곰히 생각하다보면 지금 빛의 혁명은 시작인 것일까? 아니면 끝난것일까.진행중일까.
이 질문은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을것인가"라는 챕터와 연결되는 느낌이 든다. 
본 챕터는 '나'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나'와 함께 하는 '사회'에 대한 나의 질문이기도 하다. 
아...정말 사는거 어렵다.

미래는 
지금 사회가 가지는 이슈. 그리고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말한다. 꽤나 시니컬하게 느껴지는 글들은 미래에 어때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렇다~라는 상황과 이것이 과연 미래에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글들이랄까. 그래서 과거나 현재와 달리 내게는 다소 냉소적으로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기적이란 무엇인가"라는 챕터의 번 아웃. 번 아웃이 오는 것에 대한 글은 정말.. 와.. 내 속에 들어왔다 나가셨나 싶은 느낌이랄까. 
"잘난 사람이 되고자하는 욕구도 시들고, 잘나 보이는 사람이 되고자하는 욕구만 남는다. 잘난 사람이 되는데 실패하면 분발하는 마음이 생기지만, 잘나 보이는 사람이 되는데 실패하면 토라지는 마음이 생긴다" p.265
이 마음이 타인을 비난하며 자기 존재의 존엄을 찾으려 드는 사회가 된다는 글. 후..... 과로로 인한 번아웃이 만든 사회는 "돈"을 구걸하는 사회가 되어간다. 아이들의 꿈이 건물주라는 말은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해있는 현실이지 않은가.
아.. 미래가 정말 장미 빛이 될 수 있을까..
날씨도 뜨거워지는데, 머리도 뜨거워 열이 오르네..ㅠ


"공동체의 생멸을 생각한다" 창조되고 사라지는 것을 말하는 "생멸"
이 챕터에서 말하는 생멸의 대상은 대한민국이기도, 인간이기도, 관계이기도, 나이기도 하다. 물리적인 죽음이기도 하고 사회의 죽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사라짐, 죽음의 정의는 뭘까. 지금 대한민국은 생멸해가는 중인걸까? 사람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간다는데, 나라는 존재는 죽으면 끝나는 것일까. 나는 여기서 12.3 내란 이후 우리 공동체가 보였던 행위들이 떠올랐다. 추운날 밖에서 시위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버스. 각종 카페에 선결제. 알지 못한 이들이지만 나와 지금을 함께 나누고 있다는 믿음을 보이는 각종 행위들. 기나긴 시간을 놓고 보자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생멸해가는 중이겠지만, 내가 없어도, 나를 기억하는 누군가가 나의 이후에도 나를 기억하고 시대를 기억한다면 아직은 생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거 아닐까.

진짜 강력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