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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방학
연소민 지음 / 열림원 / 2025년 7월
평점 :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여름이다. 아직 8월도 오지 않았는데 뜨거운 여름의 한가운데 있는듯 하다. 이제 시작인데,, 그러다 책의 제목이 눈에 띄었다. “가을방학” 너무도 청량한 저 계절이 벌써 그립다.
책은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한 책이다. 딸에게 모녀 관계란 늘 묘하다. 한없이 애틋하다가도, 그 애틋함이 언제 있었는가 싶게 치열해지는 관계 속에 놓여 지기도 한다. 그래서 저 제목에 딸과 엄마의 어떤 관계가 담겨있을지 궁금해졌다.
수오, 수국, 나.
나는 언제나 좋은 냄새를 머금고 있던 아빠가 있었다. 어느 날 사라져버린. 납치라도 당한 것은 아닌지 걱정하던 어느날 아버지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그는 가족과 대면하길 원치 않았다. 다른 사람이 생겨 그저 떠나버린 것. 엄마는 그 때부터 아버지와 이혼을 하지도 않았지만,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쏟아내는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그런 일이 없었다는 듯.
밖에서는 더할나위 없이 정상이였던 엄마였지만, 엄마는 아버지가 떠난 뒤부터 병처럼 쓰레기를 모으기시작했다. 아파트의 주변 이웃들이 오죽했으면 아동학대로 고소를 했을까. 경찰이 왔지만 엄마와 마찬가지로 나는 그 숨막히는 공간 속에서 질식해 죽을 것 같았지만 괜찮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엄마는 아빠와 엄마의 고향인 고흥으로 이사를 가자고 한다.
그리고 만난 수오와 수국.
쓰레기 집에 산다는 사실을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조차 숨겨가며 나는 점점 지쳐간다. 밖에서는 말끔하고 평범한 나로, 하지만 집안에서는 쓰레기와 악취와 벌레와 싸우는 사람으로.
수오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캐나다로 떠나고, 나도 엄마와 다시 이사를 감행한다. 엄마로 인해 심리학과로 진학했지만, 가구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를 그만두고 가구만드는 일을 전업으로 삼았다. 새로만들고, 새로운 공간을 채워가는 것이 더 적성이기도 했다.
엄마와 치료비와 생활비를 대며 나는 어느순간 엄마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아버지로인해 생긴 엄마의 우울증은 나을듯 낫지 않는 지난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겨우 병으로부터 엄마가 드디어 한걸음 나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여전히 엄마의 병은 나를 불안하게 한다.
하지만 의사에게서 떨어진 완치 판정이 후 엄마는 드디서 수 년 만에 자신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여전히 불안함을 가지고 보는 나이지만, 엄마가 나아지고 있음을 나도 안다. 그리고 어느날 엄마가 떠났다.
그 무렵 수오가 캐나다에서 돌아오고, 수국을 다시 만나며 내가 알지 못했던 엄마의 이야기를... 떠났던, 고흥의 엄마 친구들을 통해 듣게된다.
묘했다.
내가 봐오던 엄마. 그 이전의 엄마. 그리고 지금의 엄마. 어쩌면 엄마가 나를 붙잡고 있던게 아니라, 내가 엄마를 떠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엄마마저 아빠처럼 떠나버릴까봐 그토록 모진 말들을 내빝으며 엄마를 붙잡고 있던 것은 아닐까.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서야 오는 가을은 그래서 더 시원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그 여름의 불볕더위가 있지 않고서야 어찌 가을을 온전히 느끼겠는가.
여름을 잘 버텨낸 딸과 엄마에게 주어진 가을 방학. 그 방학을 보내며 엄마는 온전히 자신을 찾고, 딸은 엄마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온전한 이해는 힘들겠지. 나는 딸이니까.
나도 느낀다. 우리 엄마와 나의 관계가 바뀌었다는 걸. 하지만 그래도 어느 순간 엄마는 엄마다. 나의 화를 오롯하게 품어주는 존재. 그러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그런 사람. 그리고도 어느 순간은 내 앞에서 자신을 내려놓기도 하는.
솔미와 미리는 아니 규리는 다시 만났을까.
“나에게 언제든 돌아갈 장소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떠나면 그건 방황에 그칠 수 있지만, 알고 떠난다면 그건 진짜 여행이 되거든. p.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