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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평점 :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라는 제목만으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읽다보니, 이 이야기 속의 인물들이 읽히지 않는다. 얼마만큼의 심연을 이해할 수 있어야 이 인물들이 오롯이 읽힐까.
미국에 입양되었던 카밀라는 엄마 앤이 죽어가며 해준 친모의 편지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한국에서 나를 찾던 가족의 편지를 찢어버린 엄마 앤에게. 앤은 나를 잃을까 두려웠다지만, '나'는 나와 닮은 가족이 궁금했다. 그렇게 찾은 전남.
그곳에서 나는 엄마 지은의 흔적을 찾는다. 찾는 과정이 지지부진할 무렵 엄마를 아는 이가 나타나 엄마 학교의 교장에게 다시 물어보라 전한다.
그 시대착오적 여성상에 대해 말하던 교장에게.
그가 시키는 대로 교장을 다시 찾아 문의했을 때, 교장은 엄마를 찾는 일을 멈추라한다. 이것은 경고라며,
그리고 마주한 엄마의 과거는 충격적이였다.
여기서부터는 인물들의 의식의 흐름을 쫒는다. 카밀라, 한국이름 희재의 시점이기도, 엄마 지은의 시점이기도, 엄마 친구 정희이기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흩어진 이야기들은 마치 작가가 한사람 한사람의 시점 모두를 설명하고, 그들의 말을 잇는것은 독자가 되길 바란 듯한 느낌을 준다. 뭔가 조각만을 부여잡은 채 퍼즐판을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또는 자신의 가족을 찾는 카밀라의 심정이 이러할까. 이어 붙이지도, 어느 것도 속시원히 말해주지 않는, 흩뿌려진 점들사이를 이어가며 도형을 맞춰가는 느낌.
"진실은 매력적인 추녀의 얼굴 같은 것이라 끔찍한 게 분명한데도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욕망이 든다면, 그건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다. 누구도 자기 인생의 관광객이 될 수는 없잖아요?" p. 91
엄마 지은의 이야기는 지은의 아버지로 거슬러 올라가고, 그 아버지는 엄마의 친구 정희 아버지의 이야기로 다시 거스른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였던 그 시절은 서로에게 상처가 되었고, 그것은 지은에게 겨눠지는 칼이 되었다. 그리고 칼이 휘둘려질 때, 어른들은 눈을 감았다. 자신들의 삶을 위해.
그리고 지금도 그 사실을 숨긴다. 여전히 자신들을 위해. 이유가 있었으나,당시 가장 여렸던 이가 희생양이 되었다.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았고, 지켜주지 않았지만, 어쩌면 카밀라가, 아니 희재가 그들 사이의 날개가 되어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었을까.
"바다가 파도의 일이라면, 너를 기억하는건 나의 일이다."
엄마의 진실 앞에서 모두가 엄마를 외면했기에 잊을 수 없는 심연을 지닌 사람들을 만난 희재는 어떤 생각일까.
우리는 자신의 심연에 함몰되어 타인의 심연을 들여다 볼 의지라도 가졌는가.
슬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