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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크림빵 ㅣ 새소설 19
우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4월
평점 :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시티뷰로 혼불문학상을 받은 우신영 작가의 신작. 기괴(?)한 제목과 그에 걸맞는 표지의 그림. 하지만 문득 깔끔해보이기도 하는 이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달까.
그리고 책을 다 읽은 나의 느낌은 작가님의 표현 그대로 어둑하다.
고산대학교의 허자은 본인 부고를 시작으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허자은 교수. 그녀의 장례식에는 오빠만이 빈소를 지키고, 주변의 교수들은 조문조차 오지 않았다. 국어국문학과 조교였던 이종수 외에는.
허자은. 그녀는 누구인가?
낙원떡집의 막내딸로 태어나 학교의 서가에 있는 책이란 책은 모두 미친듯이 읽어내는 인물. 떡집 딸이기에 엄마는 매일 남은 떡을 그녀에게 가져다 주었고, 그녀는 그것 역시 다 먹어 치웠다. 마치 무엇을 매꾸려는 듯.
그렇게 어영부영 국문과에 진학했고, 졸업해 사립학교에 선생으로 취업했으나 반학기만에 잘렸다. 아이에게 손수건을 던졌다는 이유로.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녀는 고산대학교의 교수가 되었다. 원래 교수를 하고 있던 견고한 그들만의 리그에서 그녀에게 행해지는 각종 성추행, 언어폭행을 그녀는 그저 견딘다.
때로는 학과 여학생에게 은근히 가해지는 교수들의 성추행을 조용히 막아주기도하고, 모두가 조교에게 당연히 시키는 심부름도 그녀는 시키지 않는다. 다 그녀의 일이니까.
그녀의 학생들도 그녀를 무시한다. 마치 대학내 서열을 안다는 듯. 냄새난다. 학과과정이 이상하다 등등 그런 그녀가 학교의 화장실에서 죽었다.
이 소설은 너무나 이상했다. 한사람의 이야기인듯. 어떤 한 사회의 고발소설인듯하며 다시 누군가의 이야기로 돌아와있는 이 스토리가.
허자은으로 시작해 이종수를 거쳐, 정하늬까지 이어진다. 허자은은 허기를 달콤한 크림방을 통해 채운다. 나의 몸에 구멍이란 구멍은 다 막아야 완전한 내가 될 수 있다는 믿는 사람인 마냥..어떤 구멍속에서 나오는 진물은 냄새나고 더럽지만 깨끗해지기 위한 것이라 말하는 그녀는 달콤한 크림을 삼키고, 다시 토악질을 하며 뱉어낸다. 그녀를 더러워하고, 자신들의 세계에 들여놓고 싶지 않은 교수세계의 더러운 오물을 그녀의 몸을 통해 정화하는 과정인것 처럼 말이다.
반대로 허자은의 제자 정하늬는 자신의 몸에 모든 구멍을 뚫어 몸안의 더러운 것을 다 밖으로 빼내고 싶은 사람 같았다. 부모도 가지 말라는 학과를 택했고, 유일한 조교 종수조차 오지 말라 말하는 대학원을 선택한 그녀는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피어싱을 한다. 온 몸에.. 진물이나고, 고름이 나도 멈출 수가 없다. 그것이 마치 정화의 의식같은 그녀. 그러다 어느순간 그녀의 심장에도 구멍을 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종수는 허자은과 정하늬의 매개이면서도 책속 인물중 부조리와 더러움에 가장 현실적으로 버티는 인물이다. 결국은 허자은의 죽음과 그녀가 남긴 기록을 읽으며, 제대로 현실을 직시함으로써,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현실을 더는 견딜 수 없었기에 그는 그곳을 떠난다.
그 세계를 먼 발치에서 바라볼 때는 아름다운 면면만이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그래서 그 안으로 들어갔을 때, 더 이상 내가 멀리서 보았던 그 아름다움이 허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밖과 안의 간극으로 인한 허무를..우리는 어떻게 버텨야 할까.
허자은에게 그것은 책과 크림빵이였고, 정하늬는 피어싱이였고, 이종수는 그의 미래였다.
오롯이 나로써만 존재할 수 없는 사회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 나를 지키고자하는 마음, 부조리 속에서 어느정도는 타협 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어디까지 버텨내야할 경계인지 조차 가늠이 되지 않는 지금이 지옥일지도. 결국 허자은의 크림빵은 불량 식품마냥 입안에서만 단맛을 흉내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으니까.
작가님의 말처럼 이토록 어둑한 소설이 있을까. 이 소설이 소설로써만 읽히지 않았던 것은 내가 조금씩 가지고 있는 어두운 면면이 허자은을 통해, 정하늬를 통해, 이종수를 통해 보였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곽용권의 몰락은 조금은 통쾌했지만 우리는 안다. 그런 사람은 없어지지 않는다. 누군가 대신하는 것이지.
소설을 다 읽고난 지금 새삼 산뜻한 이 아침이 왜...더이상 맑아보이지 않는다.ㅠ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