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 개와 혁명 - 2025년 제48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예소연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평점 :
개인적으로 여러 수상작품집을 잘 읽는 편이기는 하나 이상문학상은 두번째다. 처음 읽었던 이상문학상이 내게 꽤나 어려웠던 관계로 두번째 읽기까지 시간이 꽤나 걸렸다. 예소연 작가님의 "그 개와 혁명"에 대해 누군가 "광장 이후의 삶"을 그린 작품이라기에 웬지 지금의 시의성과 잘 맞아들어가는 느낌이 들어 읽게 되었다.
ㅎㅎ 읽고나서 작년도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이였다는 사실을 알게되긴 했지만..
"그 개와 혁명"을 대상으로 선정된 것은 심사위원 전원의 일치가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작품이 좋았고, 지금의 시의성과 맞아들어간듯 했다. 심사위원님들의 평을 보면 그러했다.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아버지 세대의 NL이나 PD가 무슨 뜻인지 정확히는 모른다. (심사평에서 정확히 알았음..) 아버지는 아버지 세대가 갖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고, 딸은 그런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보이는 딸의 모습은 그럼에도 우리에게 가족이란 어떤 것인지를 돌아보게한다. 성식이형이라는 인물이 말하는 아버지. 아버지는 자신이 가졌던 생각을 가족을 위해 접었다. 광장위에 서있던 아버지가 광장 밖으로 나온것이다. 그럼에도 그 사실이 미안해 성식이 형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가 보내온 편지를 읽는다.
그리고 그와 성식이 형을 잇는 딸의 모습은 어쩌면 이념의식에 사로잡힌 기성세대에게 지금의 세대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더 이상 그 시간 속에 매몰되지 않고 살아야 하는 사실을 꽤나 유머스럽게 보여주는 구나. 그 시절을 이해하면서도, 묻히지 않도록.
"나는 차장님이 그래서 좋았다. 요즘 애들, 옛날 애들 가리지 않고 맞춰가는 그 유도리가 진짜 멋으로 느껴졌다. 그러니까, 나 같은 요즘 애들은 똑딱 핀을 만들면서 무언가를 도모할 거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뜻이라는 게 있었다.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뜻, 의지, 그런 것들. 비록 미적지근할지언정, 중요한 건 분명히 그런게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p.31
누군가에겐 한없이 무거운 것을 이토록 유머스럽게 표현해 내는 작품이라니.
문지혁 작가님의 "허리케인 나이트" 이건 웬지 나를 보는 듯했다. 어떻게든 까치발 들고 자식 하나만큼은 성공시켜 보겠다고 보낸 학교에서 "무엇도 잃어버릴 수 없는" 피터를 만난 나의 이야기. 그리고 낯선 땅에서 허리케인에 침수된 집을 들어가지고 못하고 갈 곳 없는 내게 그런 태풍이 있었던가 싶었던 장소로 데려가는 피터. 그리고 한낯 꿈이였던가 싶었던 밤을 지나 만난 아침의 피터.
계급의 차이가 여실히 보여지는 이 소설은 뭔가 내 마음을 콕콕 찌르는 느낌이다. 뭐라 말할 수 없는. 이것이 나의 자격지심이라면 자격지심이겠지. 무엇도 잃어버릴수 없는 피터의 롤렉스를 가지고 있는 내가. 가지고 있지만 착용할 수 없고, 잃어버렸지만 잃어버린 것이 없는 그 간극. 절대 좁혀질 수 없는 그 간극의 차이. 그래서 피터의 흠을 찾아내려는 나의 모습에 한편 시원하기도, 나의 이런 쪼잔함에 짜증이 나기도 한.
아, 어떻게 이렇게 간질거리는 불편함을 이토록 시원하게 쓰셨을까나.
그리고 최민우 작가님의 구아나.
굉장히 인상적이였다. 사귄지 1년쯤 된 도윤과 해영이 같이 살기 시작한 장소에 해영의 오빠 해준이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일. 도윤과 해영은 자신들이 원하는일을 하면 말그대로 근근히 살아간다. 그런 곳에 성공한 오빠 해준이 방문하며, 둘은 그를 맞기위한 준비를 한다. 집안의 전등을 바꾸고, 도배를 하면서. 살기 부족한 곳이 아니였음에 집안을 꾸미기 시작하며 누추해 보이는 집이 사뭇 부끄럽다. 그곳에 해준이 찾아오며 던지는 말들에 느껴지는 불편함. 그리고 가족사진을 찍을 때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떠난 해준.
사실 이 소설속에 빌런은 없다. 해준은 해준의 입장에서 할말을 했고, 의견을 구한 것일 뿐이다.
타인의 눈을 쫒는 모습. 타인의 욕망을 내가 욕망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지금의 현대인을 보게한다. 도윤과 해영을 통해. 하지만 둘은 작은 다툼이후에 스스로를 돌아본다. 나의 삶을. 다른 이의 삶을 통해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그대로. 그리고 문고리를 함께 바꿔가는 모습이 어쩜이리 싱그러워 보이는지.
김기태 작가님의 "일렉트릭 픽션", 서장원 작가님의 "리틀 프라이드", 정기현 작가님의 "슬픈 마음이 있는 사람" 모두 좋았다. 뭔가 마음을 툭툭 치는 작품들이였다. 현대인들의 모습을, 우리가 알고 있지만 표현할 수 없었던 감정을 유려하게 표현해낸 작품들이 있다는 사실에 읽는 내내 숨이 가쁠 정도로 말이다.
진짜 모든 작품들 전부 다
추천.
"기쁨을 먼저 말하자면 이건 잘 갖춰진 순환 시스템이 아닐까 하는 것인데요. 책이라는 말로 통칭되기는 하지만 책은 장르도 형식도 무척 다양하기 때문에 이쪽을 읽는데 피로해지면 바로 다른 쪽으로 떠나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떠난 곳에서도 너무 오래 머무를 순 없으니 곧 돌아오게 됩니다." p.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