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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평점 :
문학동네의 젊은 작가수상작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박상영 작가.
박상영 작가님의 소설을 읽고 있다보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없다고 생각했던 내게 겪어보지 않은 것에 대해, 나도 모르는 편견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했달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인데 말이다.
이 책은 4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 두편은 연결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우럭한점 우주의 맛"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가장 존중받아야 할 가족으로부터 행해지는 폭력. 그것이 당연하지 않음에도 무던하게 견뎌야 했던 화자. 그런 화자가 띠동갑의 형을 만났다. 나는 나를 부정하는 암에 걸린 엄마가 있었고, 그는 알콜중독인 엄마를 두고 있었다.
그는 제국주의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인물이며, 나와 연인이다. 나에게 자신을 우럭이라고 부르가고 하며, 당신을 좋아한다고, 당신이라는 우주를 좋아한다고 고백해 놓고. 학교 선배들 앞에서는 나를 숨긴다. 정말 꼰대같은 사람. 그래, 나쁜 사람이다. 내가 그와 다음을 생각하며, 나의 사랑을 부정하는 엄마에게 그를 소개시키려 할 때 그는 떠났다.
나에게 엄마도, 그도 사랑이면서도 폭력적이다. 왜. 사랑이 이토록 힘들어야 하는가.
아이러니하게 그에게 버림받고 나서야, 나를 부정하던 엄마에게 내가 소중한 자식이였음을 듣는다. 나는 그로인해 농약까지 먹었고, 그리고 5년이 지나고도 그와 함께 했던 장소에서 여전히 그를 추억한다. 나를 부정하고 떠난 이인데.
쫄깃한 우럭과 함께 시작된 아름다워야 할 사랑이 왜 이 소설에서는 이토록 지난하고 질긴것일까. 슬프게.
표제작인 "대도시의 사랑법"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였던 나와 규호. 쓰레기 같던 회사원 애인은 나에게 카일리를 남겼다. 카일리가 내게 있다는 사실 조차 잊고 살때쯤 규호를 만났다. 쓰레기 같은 형의 뒷바라지를 위해 서울 아니 인천에 온 그는 간호학원을 다니는 학생이다. 그와 나의 관계속에서 카일리는 아무것도 아니였지만, 사회 속에서 카일리는 그에게 넘지 못할 벽이였고, 그래서 더이상 규호와 함께 할 수 없는 장애물로 남는다. 그것은 소수자로써의 현실의 벽이였을까. 아니면 스스로 가둬버린 벽이였을까. 아마도 둘 다 였을까.
대 도시라는 제목이 아이러니하게 나를 가둬버린 모순이 되버린 배경. 흑.ㅠ
그렇게 규호를 보내고, 규호와의 추억을 곱씹는 "늦은 우기의 바캉스" 하비비와 함께 온 방콕에서 하비비가 아닌 규호와의 추억을 방울방울 떠올리는 나는 규호와 함께는 벗어날 수 없었던 현실의 벽을 잊고, 그와 함께 했던 과거를 마치 환영을 보듯 떠올리며 누빈다. 이런 주인공을 아련하다 해야 할지, 미련하다해야 할지, 아름답다 해야할지.
아 지나버린 사랑은, 이루지 못한 사랑은 왜 이리 서글픈 것일까. 그래서 그의 마지막 소원에 가슴이 아린 것이겠지..
이 책의 소설들을 읽으며 어쩌면 나는 다른 사랑은 사랑이 더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기에 상대의 무엇이든 사랑할 수 있는 것은 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으며, 뭐 나쁜X를 좋아했다면 상처받는 것 역시 같은데 말이다.
나의 저변에 깔려있는 편견을 톡톡 치고 있는 느낌을 주는 책. 그 느낌이 싫지 않다.
다만 작가님의 이야기 속 사랑은 언제쯤 슬프지 않아지는 것일까.
다음 이야기는 행복한 사랑이길 바라며.